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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K-AI의 갈림길: 'AI 기본법'은 혁신의 족쇄인가, 안전판인가?

AI News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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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멈춰선 국회, 달리는 AI - 골든타임의 위기

대한민국의 심장부 여의도의 시계는 멈춰 서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촉발한 기술의 파도가 전 세계 산업 지형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2026년 오늘, 대한민국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골든타임'의 마지막 자락을 붙잡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미 그 기회를 놓쳐버린 것일까요? 국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AI 기본법(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은 단순한 입법 지연을 넘어, 한국 미래 먹거리의 운명을 가를 뇌관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는 이미 'AI 룰세팅(Rule-setting)'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인 'EU AI법(AI Act)'을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며 강력한 규제라는 울타리 안에서 예측 가능한 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 미국 역시 행정명령을 통해 AI 안전 연구소를 설립하고, 빅테크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혁신과 안전의 균형점을 발 빠르게 찾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조차 국가 주도의 강력한 통제 하에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방안을 내놓으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전략을 구체화했습니다.

그러나 'AI 3대 강국(G3)' 도약을 꿈꾸던 한국의 현실은 참담합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AI 기본법은 22대 국회 들어서도 여야의 정쟁과 시민사회의 우려 섞인 목소리 속에 표류하고 있습니다. 초기의 법안이 '산업 진흥'에 방점을 찍었다면, 최근 불거진 딥페이크(Deepfake) 성범죄 사태와 알고리즘 편향성 논란은 여론의 흐름을 급격하게 '규제 강화' 쪽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공분은 타당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논의가 건설적인 합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입법 공백'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판교의 AI 스타트업 대표들은 "나쁜 규제보다 무서운 것이 불확실성"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네이버, 카카오,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독자적인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명확한 법적 가이드라인의 부재는 과감한 투자와 서비스 출시를 주저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고 있습니다. 저작권 문제, AI 학습 데이터의 적법성, 그리고 사고 발생 시의 책임 소재 등 기업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경쟁은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싸움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입법 지연이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징후입니다. 최근 발표된 여러 글로벌 지표들은 한국의 AI 경쟁력이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재들은 규제가 명확하고 처우가 확실한 미국이나 싱가포르로 떠나고 있으며, 국내 유망 AI 스타트업들조차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국회에서 단어 하나, 문구 하나를 두고 씨름하는 사이, 글로벌 AI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5 주요국 AI 경쟁력 및 제도적 준비도 (100점 만점)

위 차트는 영국의 토터스 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와 스탠퍼드 HAI 연구소 등의 데이터를 종합하여 2025년 기준 주요국의 AI 기술 경쟁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적 준비도를 비교 분석한 추정치입니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이 기술과 제도의 균형을 맞춰가며 90점대 이상의 높은 점수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기술 경쟁력(83점)에 비해 제도적 준비도(65점)가 현저히 낮은 불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AI 기술 잠재력은 충분하나,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특히 '제도 준비도'에서의 격차는 단순한 수치의 차이를 넘어, 향후 5년, 10년 뒤의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국회에 놓인 선택지는 단순히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다가오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주도권을 쥘 것인가, 아니면 기술 식민지로 전락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딥페이크와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안전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안전판이 혁신의 엔진 자체를 꺼뜨리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본 심층 분석에서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AI 기본법의 핵심 쟁점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고위험 AI'에 대한 정의부터 '우선허용 사후규제' 원칙에 대한 논란까지, 각계각층의 시각을 통해 한국형 AI 거버넌스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멈춰선 국회의 시계바늘을 다시 돌려야 할 이유는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배경: 'IT 강국' 신화와 규제 공백의 역사

대한민국은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정보통신기술(ICT)을 받아들이며 'IT 강국'이라는 독보적인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의 과감한 초고속 인터넷망(ADSL) 보급 정책은 대한민국을 전 세계 인터넷의 '테스트베드(Test-bed)'로 탈바꿈시켰고, 2000년대의 CDMA 기술 상용화와 2010년대 스마트폰 혁명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를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속도'**와 **'선점'**이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깔고, 먼저 써본다"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기질과 '빨리빨리' 문화는 기술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법과 제도의 지체 현상, 즉 **'규제 지체(Regulatory Lag)'**라는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과거의 사례를 되짚어보면, 기술이 사회적 합의보다 앞서 나갈 때 발생한 파열음은 늘 격렬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국회를 통과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일명 '타다 금지법' 사태입니다. 당시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는 기존 택시 산업과의 갈등 속에서 혁신적인 모빌리티 모델로 주목받았으나, 신구(新舊) 산업 간의 이해관계 조정 실패와 규제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로 인해 결국 멈춰 서야 했습니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혁신을 시도해도 규제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강력한 트라우마를 남겼으며, 현재 AI 산업계가 'AI 기본법'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짙은 불안감이 서려 있는 근원적인 이유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타다의 서비스가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부가 이를 뒤집는 형태로 규제를 신설한 것은 **'예측 불가능한 규제 리스크'**가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을 수 있음을 보여준 뼈아픈 교훈이었습니다.

2020년대 들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Cryptocurrency) 시장에서 벌어진 혼란 역시 규제 공백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 수년간, 한국은 전 세계적인 가상자산 투기 열풍의 중심에 있었으면서도 제대로 된 투자자 보호 장치나 과세 기준이 부재했습니다. 이는 소위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를 낳았고,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글로벌 악재가 터졌을 때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기술은 빛의 속도로 국경을 넘나드는데, 규제는 국경 안의 낡은 서류뭉치 속에 갇혀 있었던 셈입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AI 기본법(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을 둘러싼 논쟁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2021년부터 다수의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초기에는 **'산업 진흥'**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AI만큼은 타다의 전철을 밟지 말자"는 공감대 아래 '우선 허용, 사후 규제(네거티브 규제)' 원칙이 힘을 얻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챗GPT(ChatGPT)의 등장 이후 생성형 AI의 파괴력이 확인되고, 특히 최근 한국 사회를 강타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태는 여론의 흐름을 급격히 반전시켰습니다. 기술의 부작용이 단순한 산업적 마찰을 넘어 개인의 인격권을 파괴하는 수준에 이르자, "진흥보다는 안전장치가 먼저"라는 목소리가 비등해진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AI 산업은 **'샌드박스(Sandbox)'**와 '규제 장벽' 사이의 좁은 외줄을 타고 있습니다. 오픈AI(OpenAI), 구글(Google), 앤스로픽(Anthropic)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부으며 AGI(인공일반지능)를 향해 질주하는 동안, 국내 기업들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부재 속에서 투자를 망설이거나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의 내용이 엄격한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규제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확실성"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결국, 'IT 강국'의 신화가 AI 시대에도 유효하려면, 과거의 '규제 공백'이 낳은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법 조항 몇 개를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파급력을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고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 기술 도입 속도 대 규제 대응 속도 격차 (2000-2025)

유럽연합(EU)이 강력한 'AI 법(AI Act)'을 통해 세계 표준을 주도하려 하고, 미국이 행정명령을 통해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진흥이냐 규제냐'의 이분법적인 논쟁에 갇혀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과거 IT 강국의 영광은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과 '민간의 역동성'이 결합된 결과였지만, AI 시대의 경쟁력은 **'정교한 제도적 설계'**와 **'사회적 수용성'**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직면한 딜레마는 혁신의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그 혁신이 가져올 파괴적 영향력으로부터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고차방정식을 푸는 일입니다.

핵심 분석: '고위험 AI' 정의와 처벌 수위, 무엇이 쟁점인가?

대한민국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하 AI 기본법)의 핵심 쟁점은 결국 **'어디까지를 위험으로 규정할 것인가'**와 **'얼마나 강력하게 제재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AI 산업의 초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先)허용 후(後)규제' 원칙을 내세웠으나, 최근 텔레그램 기반의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와 생성형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사회적 재난 수준의 이슈로 부상하면서, 규제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고위험 AI'의 정의를 둘러싼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시각차는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합니다.

우선 **'고위험 AI(High-Risk AI)'**의 범주 설정이 입법의 최대 난제입니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대체로 유럽연합(EU)의 'AI 법(EU AI Act)'을 벤치마킹하여, 사람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영역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핵심 기반 시설 관리, 의료기기, 채용 및 인사 관리, 신용 평가, 그리고 생체 인식 정보 처리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쟁점은 이 범주의 **'모호성'**에 있습니다. 국내 AI 스타트업 업계는 "고위험의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일 경우, 단순한 챗봇 서비스나 엔터테인먼트 목적의 생성형 AI조차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용 AI 튜터가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과정이 '인사 및 평가'의 범주로 해석될 경우, 막대한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중소기업은 시장 진입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시민단체와 학계 일부는 "딥페이크와 같이 명백한 사회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기술을 고위험군으로 명시적으로 지정하고, 더욱 엄격한 사전 영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주요국 AI 규제 강도 및 처벌 수위 비교 (2025년 기준 전망)

더욱 뜨거운 감자는 **'처벌 수위'**와 **'금지 행위'**의 명문화 여부입니다. 당초 법안은 사업자의 자율 규제에 방점을 찍고 위반 시 과태료 부과 정도의 가벼운 처벌을 상정했으나, 딥페이크 사태 이후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야당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사후 처벌만으로는 AI로 인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AI 사업자의 **'형사 책임'**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쟁점이 되는 부분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가입니다. 산업계는 "기술적 한계로 인한 오류까지 처벌한다면 이는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되어 한국 AI 산업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의 행정명령(EO)이나 일본의 가이드라인 중심 접근법을 예로 들며, 과도한 형사 처벌은 혁신의 싹을 자를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반면, 규제 찬성 측은 매출액의 최대 7%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EU의 사례를 들며, 강력한 제재 없이는 '책임 있는 AI(Responsible AI)'를 구현할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또한, '워터마크 의무화' 조항 역시 실효성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임을 식별할 수 있는 표식을 의무화하는 것은 딥페이크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여겨지지만, 오픈소스로 풀린 모델이나 해외 빅테크 기업의 모델을 변형해 사용하는 경우까지 국내법으로 강제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집행 가능성 문제가 제기됩니다. 이는 자칫 국내 기업에게만 족쇄를 채우는 '역차별'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과 맞물려 있습니다.

결국 국회는 **'산업 진흥'**이라는 엑셀러레이터와 **'안전 및 윤리'**라는 브레이크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단순히 규제의 유무를 떠나,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기업들이 R&D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동시에, 국민들이 안심하고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스마트 규제'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현재 논의 중인 수정안에는 고위험 AI 사업자에게 '신뢰성 확보 조치'를 의무화하되, 기업의 규모와 리스크 수준에 따라 차등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샌드박스형 규제' 도입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는 혁신의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치명적인 위험을 관리하려는 절충안으로 보이나, 그 구체적인 실행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됩니다. 2026년은 한국이 독자적인 소버린 AI(Sovereign AI) 생태계를 구축하느냐, 아니면 글로벌 빅테크의 기술 식민지로 전락하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며, 그 키는 바로 이 'AI 기본법'의 최종 문구 하나하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회적 파장: 딥페이크 포비아와 알고리즘의 편향성

최근 한국 사회를 강타한 이른바 **'딥페이크(Deepfake) 포비아'**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경고가 아닌,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사회적 재난으로 부상했습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윤리적 합의와 법적 제도의 속도를 추월했을 때 발생하는 '규제 지체(Regulatory Lag)' 현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국 중·고등학교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된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태는 AI 기술이 단순한 산업적 도구를 넘어, 인격 살인의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우리 사회에 뼈아프게 각인시켰습니다.

단순한 합성을 넘어 목소리와 표정의 미세한 떨림까지 재현해내는 생성형 AI 기술의 고도화는 역설적으로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곧 사회적 신뢰 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의미합니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던 공격이 이제는 일반인, 심지어 미성년자를 향하고 있다는 점은 AI 규제론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얼굴이 도용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며 SNS에 올린 사진을 모두 삭제하는 '디지털 망명'을 택하고 있으며, 이는 온라인 공간의 자유로운 소통이라는 인터넷의 순기능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딥페이크 관련 성범죄 정보 시정 요구 건수는 2021년 대비 2024년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기술의 접근성이 낮아짐에 따라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시사합니다.

국내 딥페이크 악용 신고 및 피해 추정 건수 추이 (2022-2025)

이러한 '딥페이크 포비아'가 가시적인 공포라면, **'알고리즘의 편향성(Algorithmic Bias)'**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 사회의 공정성을 갉아먹는 조용한 위협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AI 채용 면접과 AI 역량 검사 도입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명목으로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정작 그 알고리즘이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지는 '영업비밀'이라는 장막 뒤에 가려져 있습니다. 만약 AI가 학습한 과거의 채용 데이터에 특정 성별이나 출신 학교, 지역에 대한 차별적 패턴이 내재되어 있었다면, AI는 이를 공정의 탈을 쓰고 답습하고 강화할 뿐입니다.

금융권의 AI 대출 심사나 플랫폼 기업의 추천 알고리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국내 한 플랫폼 기업의 뉴스 배치 알고리즘이 특정 정치 성향에 편향되었다는 논란은 AI의 중립성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한국어 데이터셋의 부족 문제 또한 편향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입니다. 거대언어모델(LLM) 학습 데이터의 대부분이 영어권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맥락이나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AI가 내놓는 결과물은 또 다른 형태의 문화적 편향을 낳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존댓말' 문화나 복잡한 친족 관계 호칭 등을 AI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텍스트를 생성하거나, 한국 역사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사실인 양 전달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은 단순한 오류를 넘어 역사적 정체성을 훼손할 우려마저 제기됩니다.

결국 국회에 계류 중인 'AI 기본법'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고위험 AI(High-Risk AI)'**의 지정 및 규제는 이러한 사회적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맞닿아 있습니다. 법안은 의료, 채용, 신용 평가 등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를 '고위험 영역'으로 지정하고, 사업자에게 투명성 확보와 인간의 개입을 의무화하려 합니다. 그러나 산업계는 이러한 사전 규제가 이제 막 태동하는 'K-AI' 생태계의 싹을 자를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딥페이크와 같은 명백한 범죄 행위는 형법 개정 등을 통해 강력하게 처벌하되, 기술 개발 자체를 위축시키는 포괄적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혁신'이 '안전'을 담보하지 않을 때, 그 혁신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딥페이크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AI 산업 육성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을 상쇄할 정도로 커진다면, 대중은 AI 기술 자체를 거부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는 규제는 혁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아니라, AI가 사회와 공존하며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Guardrail)**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유럽연합(EU)의 'AI 법(AI Act)'이 전 세계적인 규제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흐름 속에서, 우리만의 독자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글로벌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규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 가능한 법적 테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안심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기술의 파도에 휩쓸려갈 것인가, 아니면 튼튼한 방파제를 쌓고 그 파도를 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골든타임'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미래 전망: 갈라파고스 규제를 넘어 글로벌 표준으로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산업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AI 기본법'은 단순한 법률 제정의 문제를 넘어, 향후 10년, 아니 20년 뒤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을 결정지을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규제의 공백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진 채 우리만의 잣대로 혁신을 가로막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규제'**의 덫에 빠지는 것입니다.

현재 글로벌 AI 규제 지형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규제인 'AI법(AI Act)'을 통해 '위험 기반 접근 방식(Risk-based Approach)'을 표준화하려 하고 있고, 미국은 행정명령을 통해 안전성과 안보를 강조하면서도 자국 빅테크 기업들의 혁신 동력을 훼손하지 않는 유연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형 AI 기본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합니다. 국제 표준과 정합성을 맞추되,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LG의 '엑사원' 등 토종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한 세계 3대 AI 강국으로서의 특수성을 감안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선(先)허용 후(後)규제' 원칙을 기본으로 하되, 딥페이크 성범죄나 알고리즘 편향성 같은 고위험 영역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를 글로벌 수준 이상으로 강화하는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과도한 사전 규제는 이제 막 태동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싹을 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국내 AI 스타트업 협의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기술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0%를 상회했습니다. 우리는 과거 '타다 금지법'과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됩니다. 혁신이 규제의 벽에 부딪혀 좌초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규제가 산업 성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입니다. AI 기본법이 산업 진흥의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국내 AI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규제가 족쇄로 작용하여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부추기거나 기술 도입을 지연시킨다면, 우리는 'AI 식민지'로 전락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음은 규제 강도와 정책 방향에 따른 2030년 국내 AI 산업 시장 규모 전망입니다.

규제 시나리오별 2030년 국내 AI 산업 규모 전망 (단위: 조 원)

위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산업 진흥과 안전망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균형 혁신 시나리오' 하에서는 2030년 시장 규모가 35조 원을 돌파하며 반도체 신화를 잇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로 혁신의 속도가 늦춰진다면 그 규모는 10조 원 남짓에 머물러,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AI 기본법'은 규제법이 아니라 **'산업 육성법'**이자 **'국민 보호법'**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동시에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 신속한 입법 처리는 물론이고, 법 시행 이후에도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애자일(Agile) 거버넌스'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법 조항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룰 테이커(Rule Taker)'가 아닌 '룰 세터(Rule Setter)'로 도약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는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습니다. 이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파도를 타고 더 넓은 대양으로 나아갈 것인가. 'AI 기본법' 제정은 그 항해를 위한 튼튼한 돻을 올리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여야의 정쟁을 멈추고, 대한민국 AI의 미래를 위한 초당적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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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1/23/2026

규제의 골든타임: 한국형 AI 기본법, 혁신과 통제의 위태로운 줄타기

2026년, 한국 AI 기본법의 입법 지연이 초래하는 산업계의 위기와 사회적 파장을 심층 분석하고, 소버린 AI 보유국으로서 나아가야 할 '제3의 길'인 '애자일 규제'와 '테스트베드 전략'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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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Dive: Focuses specifically on the 'Sovereign AI' and deepfake regulation aspects of the broader K-AI debate."
tech1/22/2026

디지털 주권의 갈림길: 한국형 AI 규제법이 그리는 2026년의 미래

2026년 AI 기본법 본격 시행, 대한민국은 '혁신'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소버린 AI(Sovereign AI) 확보와 딥페이크 규제 사이에서 한국이 선택한 '제3의 길'을 심층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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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usal: Examines the critical data center infrastructure and energy challenges required to support the K-AI innovation discussed."
tech1/23/2026

디지털 대한민국의 심장,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 K-Cloud의 녹색 생존 전략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전력 소비 폭증과 탄소 중립 과제를 심층 분석하고, 액침 냉각 기술 도입과 지역 분산 등 대한민국 데이터센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을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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