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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검은 연기: 효율성 신화가 낳은 비극과 한국 제조업의 과제

AI News Team
아테네의 검은 연기: 효율성 신화가 낳은 비극과 한국 제조업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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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에 휩싸인 아침, 멈춰버린 컨베이어 벨트

아테네 북부, 비오티아(Boeotia) 산업단지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스 최대 제과 기업 중 하나인 이 공장의 1번 생산 라인은 24시간 풀가동 체제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2026년 트럼프 2.0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유럽 내수 시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많은 제조업체들이 '효율성 극대화'를 생존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전 8시 15분, 달콤한 향은 순식간에 매캐한 고무 타는 냄새로 바뀌었고, 굉음과 함께 공장은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한계에 다다른 산업 현장이 보내온 비명의 시작이었습니다.

현지 보도와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화재는 배전반 인근에서 발생한 스파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평소 과부하로 인한 잦은 이상 신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 일정을 맞추기 위해 가동을 지속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낡은 전선 피복이 녹아내리며 발생한 단락은 인화성 높은 포장재가 가득 쌓인 적재 구역으로 불길을 옮겼고, 공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자동 소화 설비가 있었지만, 센서 오작동 우려로 인해 일부 구역의 전원이 차단되어 있었다는 현지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는 초기 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친 결정적 원인을 시사합니다.

검은 연기가 아테네의 하늘을 뒤덮는 동안, 공장 밖으로 대피한 200여 명의 노동자들은 일터가 잿더미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공장 건물은 열기를 가두는 거대한 굴뚝 역할을 하여 진입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비오티아 소방청의 초기 조사 보고서는 해당 공장이 지난 수년간 화재 안전 점검에서 수차례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시설 개선보다는 벌금을 감수하는 방식을 택해왔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는 비용 절감이 안전보다 우선시될 때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참혹한 증거입니다.

화재는 진압되었지만, 그 여파는 단순히 공장 하나가 멈춘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 사고는 '유럽의 낡은 굴뚝'으로 불리는 그리스 제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동시에 비슷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한국 제조업계에도 서늘한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효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안전'이라는 기본 가치가 얼마나 위태로운 지반 위에 서 있는지를 뼈저리게 상기시킵니다.

3명의 희생자, 그리고 실종된 안전 수칙

그리스 현지 시각 새벽 2시, 야간 작업의 정적을 깬 것은 화재 경보가 아닌 매캐한 연기였습니다. 아테네 외곽에 위치한 이 비스킷 공장의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3명의 희생자는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집니다. 현지 소방 당국의 1차 감식 결과와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 비극은 불가항력이 아닌 '관리된 위험'이 폭발한 결과임이 명확해집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희생된 대피로였습니다. 공장 내부 도면상으로는 4개의 비상구가 존재했지만,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중 일부가 원자재 박스와 포장 기계로 가로막혀 있었던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동선을 줄이기 위해 비상구 앞 공간을 임시 적재소로 활용해 온 관행이 화재 시 생명줄을 차단한 셈입니다. 이는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당시,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 논리가 안전 수칙을 압도했던 상황과 겹쳐지며, 생산 효율성이 안전보다 우선순위에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초기 진화에 실패한 스프링클러 시스템 역시 노후 인프라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현지 유력 언론 타 네아(Ta Nea)는 소방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화재 발생 당시 센서는 작동했으나 배관의 부식과 수압 문제로 인해 실제 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유지보수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경영진의 안일함이 빚어낸 결과일 수 있습니다. 한국의 많은 중소 제조 현장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비용 부담을 이유로 노후 설비 교체를 미루고 있는 현실과 겹쳐지는 대목입니다.

희생된 근로자들은 대피 방송을 듣지 못했거나 이미 연기가 꽉 찬 통로에서 고립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동화된 생산 라인의 소음이 경보음을 덮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적 진보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6년 현재, AI와 로봇이 공장을 누비는 시대에도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결국 '기본적인 안전 수칙의 준수'라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 줍니다.

늙어가는 유럽의 공장들, 예고된 시한폭탄

아테네 북부의 비스킷 공장을 집어삼킨 화마는 단순히 낡은 전선의 합선이 불러온 우연이 아닙니다. 이는 지난 15년간 남유럽 제조업을 지배해 온 '보이지 않는 긴축'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파열음입니다.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이 겪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민간 제조업의 투자 시계마저 멈춰 세웠습니다.

유럽 관련 경제 지표들은 남유럽 주요국의 제조업 설비 투자가 정체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테네 상공회의소 등의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이 단기적인 흑자 전환을 위해 설비 교체 주기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잠재적인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공장 역시 노후화된 전력 시스템을 교체 없이 사용하다가, 생산량 증대를 위한 부하를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후화의 덫'은 비단 남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고도성장기의 유산을 물려받은 채 늙어가고 있는 한국의 산업단지가 마주한 거울과도 같습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조성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나 창원 국가산업단지의 사정은 아테네의 그곳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준공 후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산업단지의 비율은 이미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주요 국가별 제조업 설비 평균 가동 연수 비교 (2025년 기준 추정)

위 차트에서 볼 수 있듯, 한국 제조업 설비의 평균 가동 연수는 고령화 단계에 진입한 이탈리아나 그리스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반면, 리쇼어링 정책과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는 미국이나, '인더스트리 4.0'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독일은 상대적으로 젊은 설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노후화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맞물려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26년 현재,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 내 생산을 장려하며 환경 및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낡은 설비는 필연적으로 에너지 효율 저하와 탄소 배출 증가를 수반하며, 이는 곧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됩니다. 그리스의 비스킷 공장 사례처럼, 한국의 제조업 역시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설비 투자를 미루다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도태되거나 대형 산업재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습니다.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감춰진 위험

그리스 중부 공업단지에 위치한 해당 비스킷 공장은 표면적으로는 효율적인 설비를 자랑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와 설비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리한 가동이 있었습니다. 현지 노동계는 화재 발생 직전 공장의 가동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원가 상승 압박을 생산량 극대화로 상쇄하려 했던 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된 모니터링 시스템이 역설적으로 현장의 압박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연구에 따르면, 자동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작업자에게 가해지는 속도 유지 압박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필수적인 안전 점검 절차를 생략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모터 과열 징후가 사전에 감지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가동 중단(Downtime) 최소화' 목표 아래 적절한 조치가 지연되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생산성 압박과 안전 점검 시간의 상관관계 (가상 시뮬레이션)

또한, 인력 감축이 안전 관리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효율화 과정에서 현장 안전 요원이 줄어들고 센서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센서가 감지하지 못하는 복합적인 위험 징후를 읽어낼 숙련된 인력의 부재가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술적 해결책에만 몰두하며 현장 인력을 줄이고 있는 한국의 일부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스마트 팩토리'의 매끄러운 표면 아래, 마모되고 있는 인간의 안전과 설비의 내구성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노후 산단의 현주소

아테네 북부의 비스킷 공장을 집어삼킨 화염은 8,500km 떨어진 한국의 제조업 현장에도 서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스의 비극이 방치된 노후 인프라의 비명이었다면, 울산과 여수의 거대 석유화학 단지들이 보내는 신호 역시 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6년 현재, 한국의 산업단지들은 노후화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습니다.

1960~70년대 국가 주도로 조성된 울산과 여수의 국가산업단지는 한국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해왔지만, 그 혈관이라 할 수 있는 지하 배관망은 노후화가 진행 중입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안전보건공단 등의 자료에 따르면, 주요 산단 내 지하 배관의 상당 부분이 설치된 지 30년을 넘긴 것으로 파악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는 부식과 마모는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협입니다.

현장 관계자들은 전면적인 교체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막대한 손실 비용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그리스 비스킷 공장이 생산 효율을 위해 투자를 미뤘던 메커니즘과 유사합니다. 트럼프 2.0 시대의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한국 기업들에게 '생산성 극대화'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있으며, 이는 안전 마진의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 또한 여전한 과제입니다. 원청이 설비 노후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유지보수 책임을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구조는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합니다. 전문가들은 '산업단지 대개조' 사업이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기반 시설의 물리적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스마트 시스템이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그 기반이 되는 물리적 토대가 부실하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주요 산단 노후 설비 비율 및 안전 예산 추이 (추세)

위 그래프는 설비 노후화 비율이 상승하는 반면, 실질적인 안전 유지보수 투자는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못하는 '위험의 격차(Divergence)' 현상을 보여줍니다. 노후화된 설비는 늘어나는데 이를 관리할 자원은 충분치 않은 이 격차가 바로 사고가 잉태되는 공간입니다.

규제와 생존 사이, 위태로운 줄타기

그리스 비스킷 공장의 화재는 비용 절감이라는 미명 하에 묵인된 '안전 불감증'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특히 2026년의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당장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 노후 시설 교체는 경영진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습니다. 이는 안산 반월공단이나 시흥 시화공단 등 한국의 중소 제조업 현장에서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딜레마입니다.

한국의 경우, 2024년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2년 차를 맞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존재합니다. 법의 취지는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 확보 의무를 부과하여 사고를 예방하자는 것이나,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규제 리스크'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는 안전 설비를 전면 교체하는 비용이 기업의 존폐를 위협할 정도로 부담스럽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법률 자문이나 서류 작업을 위한 비용 지출은 늘어난 반면, 정작 사고를 막을 실질적인 설비 투자 비중은 획기적으로 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중소 제조업체 안전 예산 지출 비중 (추정)

이는 한정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사고 예방을 위한 하드웨어 개선보다는 법적 방어막 구축에 쓰이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결국 문제는 규제의 '강도'뿐만 아니라 '방향'입니다. 영세한 기업들이 스스로 낡은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과 기술 지도를 병행하는 '지원 중심의 규제'가 절실합니다. 효율성과 안전 사이의 줄타기에서 필요한 것은 처벌이라는 채찍뿐만 아니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는 지원입니다.

다시 쓰는 안전 방정식, 지속 가능성을 향해

그리스 비스킷 공장의 비극이 남긴 잿더미 속에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단순한 '설비 교체'라는 물리적 해법만이 아닙니다. 2026년 현재, 한국 제조업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압박 속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의 사례는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안전을 비용으로 치부할 때, 그 청구서는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비극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줍니다.

이제 한국의 노후 산업단지는 '땜질식 처방'을 넘어, 기술과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안전 방정식을 써야 할 때입니다. 전면적인 공장 재건축이 어렵다면, 기존 인프라에 첨단 기술을 덧입히는 '스마트 레트로핏(Retrofit)'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노후 설비에 IoT 센서를 부착하여 미세한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이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안전이 단순히 사고를 막는 것을 넘어, 생산 효율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수단임을 입증합니다.

제도적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형사 처벌을 넘어, 기업이 선제적으로 안전 설비에 투자했을 때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안전 투자가 기업의 재무제표에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요구됩니다. 또한, 경영진이 안전을 핵심 가치로 선언하고, 현장 근로자의 작업 중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성숙한 안전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