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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 위의 성급한 심판: 미니애폴리스 사태와 동맹의 위기

AI News Team
설원 위의 성급한 심판: 미니애폴리스 사태와 동맹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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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속에 묻힌 진실, 트위터로 쏘아 올린 심판

미니애폴리스의 체감 온도가 영하 30도까지 곤두박질친 1월 27일 오후 1시 30분, 미네소타주는 말 그대로 거대한 설원 속에 고립되었다. 시속 80km의 강풍을 동반한 블리자드는 도시의 모든 CCTV 기능을 마비시켰고, 미니애폴리스 연방 건물 앞의 총격 사건 현장에 출동하려던 경찰차들조차 도로 위에 묶여버린 상황이었다.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이 전무했던 그 '정보의 진공 상태'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사건의 '범인'과 '동기'는 지구 반대편까지 빛의 속도로 전파되었다.

사건 발생 불과 45분 후인 오후 2시 15분, 현장 지휘관의 첫 번째 무전 보고가 상부에 도달하기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계정을 통해 "급진 좌파 세력의 조직적인 테러 행위가 의심된다"는 메시지를 타전했다. 미네소타 주정부가 상황 파악을 위해 방위군 투입을 검토하던 그 시점에, 연방 정부의 최고 통수권자는 이미 '정치적 판결'을 내린 셈이다. 이는 단순한 성급함이 아니다.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내러티브의 선점(Preemptive Narrative)' 전략이 극단적으로 발현된 사례다.

현장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FBI 미니애폴리스 지부가 현장 감식을 통해 용의자가 미네소타 토박이인 40대 백인 남성임을 확인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시간이었다. 그 4시간 동안, 대통령의 메시지를 인용한 전 세계 언론들은 '좌파 테러'라는 키워드를 확대 재생산했고, 온라인상에서는 이념 갈등이 들끓었다. "거짓은 진실이 신발 끈을 묶기도 전에 지구를 반 바퀴 돈다"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에게 종종 귀속되는 경구가 2026년의 알고리즘을 타고 실시간으로 구현된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안보 전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가 지적했듯, "정보 기관의 보고서가 대통령의 발언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정보 기관이 팩트를 끼워 맞춰야 하는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시스템의 패배: 정보 보고 체계의 무력화

미니애폴리스 다운타운의 헤네핀 카운티 정부 센터(Hennepin County Government Center) 앞, 총성이 멈춘 지 얼마 되지 않아 워싱턴의 시계는 현장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 48시간의 공백은 단순한 행정적 혼선이 아니었다. 그것은 팩트가 정치적 서사에 의해 질식당하는 과정이었다. 통상적으로 연방수사국(FBI) 현장 요원이 상황을 파악하고, 워싱턴의 국가대테러센터(NCTC)가 첩보를 교차 검증하여 대통령에게 긴급 메모로 전달되는 데만 최소 3~4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이 '물리적 시간'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워싱턴의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2025년 단행된 대규모 '스케줄 F(Schedule F)' 재분류 조치의 예견된 부작용이라고 입을 모은다. 빅터 차(Victor Cha) CSIS 수석부소장은 최근 기고문에서 "직업 공무원들의 신분을 정무직으로 전환하여 해고를 용이하게 만든 이 조치 이후, 정보 기관의 핵심 기능인 '레드팀(Red Team)' 역할은 사실상 붕괴되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의 직관을 거스르는 정보는 '딥 스테이트(Deep State)의 방해 공작'으로 치부되는 분위기 속에서, 베테랑 분석가들이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악몽: 만약 휴전선이었다면?

미니애폴리스에서 울려 퍼진 총성은 단순히 미국 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소재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특정 집단을 배후로 지목하고 '국가 비상사태'급 서사를 전파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급함은, 태평양 건너 동맹국들에게 섬뜩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미니애폴리스의 도심이 아니라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서 정체불명의 화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워싱턴은 과연 정보 공동체의 냉철한 분석을 기다릴 여유가 있는가?

과거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한미동맹이 '가치'와 '절차'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관계였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는 대통령의 직관과 정치적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거래형 안보'로 변질되었다.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센터장은 "미니애폴리스 사태에서 보여준 정보의 정치화는 북핵 위기 시 미국이 한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인 서사를 발표하거나, 반대로 자국 내 정치적 타격을 우려해 명백한 위협을 축소 은폐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6G 네트워크의 전면 도입과 인공지능(AI) 기반 심리전이 일상화된 2026년의 전장 환경에서, 정보의 왜곡은 돌이킬 수 없는 오판을 부른다. 한국의 주요 기업 전략가들은 이러한 미국의 '예측 불가능성'을 경영의 최대 리스크로 꼽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미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이제 워싱턴의 공식 발표보다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과 국내 정치 스케줄을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미 전문가 대상: 미 행정부 정보 신뢰도 조사 (출처: 2026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혼돈의 전략인가, 통제의 상실인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니애폴리스 사건에 대한 조기 발언을 단순한 '정보 오류'나 '실수'로 치부하기엔 그 이면에 깔린 정치적 계산이 너무도 정교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명 리처드 닉슨 식 '광인 이론(Madman Theory)'의 2026년판 변주다. 워싱턴의 강경파들은 이러한 속도감을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강력한 결단력의 상징으로 추켜세운다.

그러나 김진우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전략가는 이를 두고 "금융 시장이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불확실성은 고도로 설계된 전략적 혼돈이 아니라 핵심 정보 시스템이 마비된 통제력의 상실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기반한 백악관의 즉흥적 발언은 동맹국인 한국에게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상시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2024년 대선 국면에서 보였던 러스트 벨트 중심의 고립주의 정책이 이제는 안보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한국은 미국의 입 하나에 국가의 안위와 경제 지표가 요동치는 아슬아슬한 국면에 직면했다.

백악관 공식 발표 vs 정보 확인 완료 소요 시간 비교 (분 단위, 출처: 2026 국제안보워치)

신뢰라는 화폐의 위기

국제 관계에서 신뢰(Trust)는 달러보다 더 강력한 기축 통화다. 하지만 미니애폴리스 사태 처리 과정에서 백악관이 보여준 '선(先) 결론, 후(後) 검증'의 태도는 이 기축 통화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더 이상 워싱턴의 '브리핑 룸'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2026년의 안보 환경에서 정보의 출처를 다변화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유럽연합(EU)이 독자적인 정보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일본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와의 공조를 넘어 독자적인 정보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되, 그 동맹이 건전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교차 검증(Cross-validation)'이 가능한 독자적인 정보 주권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신뢰라는 화폐가 폭락하는 시대, 가장 안전한 투자는 스스로의 눈과 귀를 믿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