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훈련의 그늘과 '준비태세'의 대가: 오터번 장교 순직 사건의 파장

오터번의 침묵과 25세 장교의 희생
영국 육군이 평시 훈련 중 발생한 비극적인 인명 사고로 깊은 침묵에 잠겼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2026년 1월 25일, 영국 북부 노섬벌랜드(Northumberland)의 거친 구릉지대에 위치한 오터번 훈련장(Otterburn Training Area)에서 야간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하던 중 필립 길버트 멀다우니(Philip Gilbert Muldowney) 대위가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향년 25세. 촉망받던 젊은 지휘관의 너무나 이른 죽음은 단순한 훈련 사고를 넘어, 격변하는 2026년의 국제 정세 속에서 군이 감내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희생'의 무게를 영국 사회에 무겁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존 힐리(John Healey) 영국 국방장관은 사고 직후 성명을 통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던 유능한 장교를 잃은 것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오터번 훈련장은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실탄 사격 훈련장으로, 험난한 지형과 예측 불가능한 기상 조건 탓에 '실전과 가장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현지 소식통과 초기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멀다우니 대위는 스코츠 가드(Scots Guards)가 주도하는 야간 실탄 훈련에 참여 중이었으며, 훈련 도중 등 뒤에서 피격(shot in the back)당하는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야간 작전의 혼란과 실탄 훈련의 본질적인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2.0 시대, '준비태세'의 압박
이번 사고는 2026년 들어 더욱 노골화된 트럼프 미 행정부 2기의 고립주의 기조와 이에 따른 나토(NATO) 회원국들의 방위 태세 강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미국의 안보 우산이 예전만큼 확고하지 않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영국군을 비롯한 유럽 각국 군대는 자체적인 신속대응 능력 확보를 위해 훈련의 강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여왔습니다. '준비태세(Readiness)'가 지상 과제가 된 시점에서, 일선 부대에 가해지는 훈련 피로도와 압박감은 구조적인 위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야간 훈련의 혼돈과 실탄의 무게
멀다우니 대위가 참여했던 훈련은 시야가 극도로 제한된 야간 상황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공포탄(Blank rounds)'이 주는 시청각적 효과에 그치는 모의 훈련과 달리, 실탄 훈련(Live Fire)은 물리적 파괴력과 실제 살상력을 동반합니다. 특히 야간 투시경에 의존해 피아를 식별하고 사격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은 훈련병과 지휘관 모두에게 극한의 긴장감을 강요합니다. 아주 미세한 소통의 오류나 위치 파악의 실패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냉혹한 환경인 것입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실전과 같은 공포를 경험해보지 못한 병사는 실제 전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논리로 실탄 훈련의 불가피성을 강조하지만, 그 이면에는 항상 '비전투 손실'이라는 치명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드론과 AI가 전장을 누비는 2026년이라 할지라도, 결국 방아쇠를 당기고 그 반동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진상 규명과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현재 영국 육군 당국은 노섬브리아 경찰(Northumbria Police) 및 영국 국방안전청(DSA)과 협력하여 합동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우발적 사고 여부를 넘어, 야간 훈련 통제 절차가 적절히 이행되었는지, 스코츠 가드와의 합동 훈련 과정에서 지휘 체계의 혼선은 없었는지를 포괄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영국 육군 대변인은 "사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민간 경찰의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히며, 군 내부의 은폐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징병제 국가로서 상시적인 훈련 위험에 노출된 한국 사회에도 이번 영국군 장교의 순직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오래된 격언 뒤에는, 훈련장의 흙먼지 속에서 스러져간 젊은 리더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습니다. 25세 청년 장교의 죽음은 우리가 누리는 안보라는 가치가 훈련장 위에서 흘리는 군인들의 땀과, 때로는 피를 담보로 유지되고 있음을 묵직하게 시사합니다. 이제 우리는 차분히, 그러나 엄중한 눈으로 영국 당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첨단화된 현대전 훈련 시스템 내에서도 '인간의 안전'이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금 숙고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