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확성기: 트럼프 2.0과 백악관의 위험한 공명

디지털 확성기를 탄 혐오의 언어
2026년 1월 28일, 워싱턴 D.C.의 조용한 아침을 깬 것은 백악관 고위 정책 보좌관의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라온 짧은 영상 하나였습니다. 미네아폴리스의 인프라 붕괴 현장을 담은 드론 영상 위로, 특정 이민자 그룹을 명시하며 "그들이 우리의 도시를 관리한 결과가 이것이다"라는 자막이 붉게 박혀 있었습니다. 과거라면 '실수'나 '해킹'을 핑계로 몇 시간 뒤 슬그머니 삭제되었을 이 게시물은, 24시간이 지나도록 버젓이 타임라인 상단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더 이상 숨겨진 신호가 아닙니다. 트럼프 2.0 시대, 혐오의 언어는 특정 지지층만 알아듣는 '개 피리(Dog Whistle)'를 넘어, 전 세계로 송출되는 '디지털 확성기'가 되었습니다.
과거 정치인들은 "도시 지역의 범죄(Urban Crime)"나 "가족의 가치" 같은 단어 뒤에 숨어 인종적, 성적 편견을 은밀히 자극했습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그 위장막은 완전히 걷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이제 혐오를 암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인종이나 국가를 직접 거론하며 그들의 존재 자체를 안보 위협이나 경제적 약탈자로 규정합니다. 이는 우발적인 실언이 아닌, 철저히 계산된 정치 공학의 산물입니다.

데이터 분석 기관인 '폴리티컬 펄스(Political Pulse)'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는 이러한 전략의 효용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행정부 인사들의 소셜 미디어에서 '침략(Invasion)', '오염(Contamination)', '적(Enemy)'과 같은 적대적 어휘 사용 빈도가 급증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결집도는 오히려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혐오 발언이 논란이 되면 주류 언론이 이를 비판하고, 이 비판을 다시 "엘리트 기득권의 공격"으로 역이용해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이른바 '분노의 피드백 루프'가 완성된 것입니다.
백악관 및 행정부 공식 계정 내 '적대적 표현' 사용 빈도와 지지율 상관관계 (2025-2026)
우연이 아닌 전략: '아메리카 퍼스트'의 그림자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2026년, 워싱턴에서 발신되는 이른바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은 더 이상 돌발적인 실언으로 치부되지 않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2026년 1월 보고서 '정밀해진 분열: 트럼프 2기 수사학 분석'에 따르면,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 포스트와 공식 발언 중 논란이 된 표현들은 핵심 지지층의 기부금이 급증하거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정체된 시점에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혐오를 동반한 강경 발언이 정교하게 설계된 '정치적 자산'임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전략적 소음은 한국 사회와 경제에도 직접적인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아메리카 퍼스트'의 그림자는 단순히 관세 장벽에 머물지 않고, 동맹의 가치를 비용의 논리로 환산하며 한국 정부에 심각한 외교적 딜레마를 안깁니다. 특히 1월 28일, 일본 엔화가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며 아시아 통화 가치가 요동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무역 적자를 이유로 한국과 일본을 싸잡아 '환율 조작을 통한 경제적 약탈자'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압박을 넘어, 미국 내 여론을 아시아 국가들에 적대적인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수치보다 구체적입니다. 경기도의 한 반도체 부품 수출 기업에서 근무하는 김서연(42, 가명) 씨는 최근 미국 현지 파트너사로부터 당혹스러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워싱턴 정가에서 '비우호적 국가 및 동맹 내 무임승차국 리스트'가 암암리에 돌고 있으며, 이에 포함될 경우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습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한 선임 연구원은 "공식적인 문건의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강경파 보좌진 사이에서 특정 국가 기업들을 타겟팅하기 위한 비공식 리스트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씨는 "과거에는 '한미 동맹'이라는 이름표가 일종의 품질 보증서였다면, 이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에 따라 언제든 '제재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대통령 논란 발언 시점과 핵심 지지층 기부금 상관관계 (Source: Federal Election Commission, 2026)
교민 사회의 공포: 허가받은 증오
혐오의 정치학이 국가 간의 거시적 문제라면, 그 파편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은 미국 내 한인 교민 사회입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한인들이 밀집해 ‘제2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15년째 세탁소를 운영 중인 이준호(가명) 씨의 일상은 최근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그는 최근 가게 유리창에 적힌 "Parasite(기생충)"라는 낙서를 지우는 일이 하루 일과가 되었습니다. 이 씨는 "2020년 팬데믹 당시 겪었던 공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그때는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었다면, 지금은 '너희가 우리의 부를 훔쳐간다'는 구체적이고 경제적인 논리로 무장한 증오를 마주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씨의 경험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닙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특정 국가나 이민자 그룹을 ‘경제적 약탈자’로 규정하고 검증되지 않은 혐오 영상을 공유할 때마다 현장의 교민들은 즉각적인 위협을 느낍니다. 워싱턴 D.C.의 비영리 인권 감시 단체 ‘저스티스 2026’의 보고서에 따르면, 백악관이 이민자 범죄와 관련된 자극적인 게시물을 리트윗한 날로부터 72시간 이내에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언어폭력 및 기물 파손 신고 건수는 평균 40% 이상 급증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대통령 혐오 발언 공유 빈도와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 신고 건수 상관관계 (2025-2026)
전문가들은 이를 ‘증오의 허가 구조(Permission Structure of Hate)’가 완성된 단계라고 진단합니다. 과거의 인종 차별이 사회적 금기였다면, 현재는 최고 권력자가 이를 ‘애국적 행위’로 포장해줌으로써 대중에게 혐오를 표출할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컬럼비아 대학 사회학과의 연구진은 “팬데믹 시기의 혐오가 공포에 기반한 ‘방어적 기제’였다면, 2026년의 혐오는 국가 주도의 ‘징벌적 기제’로 작동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미국의 부를 유출한다’는 백악관의 왜곡된 내러티브가 동맹국 출신 이민자들조차 ‘잠재적 스파이’나 ‘미국 우선주의의 걸림돌’로 간주하게 만드는 위험한 프레임입니다.
침묵하는 공화당과 붕괴된 제동 장치
문제는 미국 정치 시스템 내부에서 이러한 폭주를 막을 '제동 장치(Braking Mechanism)'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워싱턴 D.C. 의사당 복도에는 2026년의 새로운 불문율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과거 트럼프 1기 시절, 대통령의 과격한 발언에 대해 '전략적 우려'를 표하던 공화당 내 비주류 온건파는 2024년 대선과 이후의 선거를 거치며 사실상 멸종했습니다. 현재 공화당 지도부는 행정부의 혐오 레토릭에 대해 침묵하거나,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확성기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문제 전문 싱크탱크 연구원인 박진우(가명) 씨는 "과거에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접촉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존재해 완충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의회 내에서 '트럼프의 의중'을 거스르는 목소리를 내는 순간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 지도부는 미니애폴리스 인프라 붕괴 사태나 인플레이션과 같은 실질적인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대중의 분노를 그쪽으로 돌리는 것이 정치적으로 저비용 고효율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계산 속에서, 동맹국과의 신뢰나 소수자의 인권은 부차적인 비용으로 치부됩니다.

가치 동맹의 균열: 서울이 마주한 딜레마
서울의 외교가에는 지금 기이한 침묵이 흐르고 있습니다. 불과 2년 전, 한국 정부가 '글로벌 중추 국가'를 표방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한미 동맹의 핵심 기둥으로 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유럽연합(EU)이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앞세워 혐오 표현 확산에 대해 미국 테크 기업들을 강력히 규제하며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맞서는 것과 달리, 한국은 안보 우산과 반도체 공급망이라는 실리를 지키기 위해 동맹국의 민주적 퇴행을 애써 외면하는 형국입니다.
워싱턴 D.C.에 주재하는 한국 대기업 대관 담당 정수현(가명) 상무는 "지금 백악관 주변에서 '포용성'이나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곧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간주된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본사로부터 굳이 나서서 '워크(Woke)' 자본주의로 찍힐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받았다"는 그의 말은, 도덕적 가치가 경제적 청구서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공포가 기업 현장에 깊게 배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침묵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K-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는 포용성을 무기로 성장했습니다. 정부가 주요 동맹국의 혐오 정치에 침묵하는 동안, 한국 문화가 지향해온 메시지의 진정성은 국제 사회의 의심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2.0 시대, 혐오 발언은 단순한 우발적 실수가 아니라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정치적 도구로 공인받았습니다. 이 도구는 미국 내의 갈등을 넘어,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침묵함으로써 공범이 될 것인가, 아니면 발언함으로써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할 것인가. 서울이 마주한 이 딜레마는, 우리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가치 동맹'이라는 간판이 2026년의 현실 앞에서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