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의 역설: 월가의 '숫자'와 아이오와의 '비명'

화려한 랠리의 그늘, 그리고 '미니애폴리스의 경고'
2026년 1월, 아이오와주 디모인(Des Moines)의 컨벤션 센터는 '트럼프 2.0' 시대의 번영을 찬양하는 붉은 물결로 가득 찼습니다. "우리가 다시 해냈다(We Did It Again)"라는 현수막 아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스닥의 사상 최고치 경신과 실리콘밸리의 AI 투자 붐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며,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거대한 스크린에는 뉴욕 증시의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가 승리의 트로피처럼 번쩍였고, 월스트리트는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라는 순풍을 타고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환호성에서 불과 30마일 떨어진 곳, 눈 덮인 옥수수밭 한가운데 있는 제임스 밀러(James Miller, 가명) 씨의 농가에는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밀러 씨는 2016년부터 트럼프를 지지해 온 '팜 벨트(Farm Belt)'의 핵심 유권자입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바로 북쪽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미니애폴리스 인프라 붕괴 사고(Minneapolis Disaster)'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화려한 주가 지수와 첨단 AI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찬사가 쏟아지는 동안, 정작 미국을 지탱하는 물리적 인프라와 서민 경제는 조용히 무너져내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이 좋다는 뉴스는 매일 보지만, 내 창고는 2년째 비어가고 있습니다." 밀러 씨는 난로에 장작을 넣으며 씁쓸하게 말했습니다. 그의 장부에는 인플레이션의 상처가 선명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은 농기계 부품과 비료 가격을 밀어 올렸고, 주요 수출국들의 보복 관세는 판로를 막아버렸습니다. 월스트리트의 '화려한 랠리'가 샴페인을 터뜨리는 동안, 미국의 식량 창고인 중서부 농가는 '텅 빈 헛간'을 지키며 파산의 공포와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낙수효과는 없었다: 엇갈린 두 개의 미국
현재 미국 경제는 명백한 'K자형' 양극화를 넘어 구조적 단절(Decoupling)로 치닫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과감한 법인세 인하와 규제 철폐는 거대 테크 기업과 금융 자본에 전례 없는 유동성을 공급했으나, 정작 '아메리카 퍼스트'의 최전선에 서 있던 서민 경제와 농촌 지역에는 인플레이션과 비용 상승이라는 청구서만을 남겼습니다.
산업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보호무역의 역설'로 진단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고관세 장벽이 오히려 국내 생산 비용을 급등시키는 부메랑이 된 것입니다. 밀러 씨의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그는 "규제 완화로 기업하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건 폭등한 수리비와 비료값뿐"이라고 토로합니다. 실제로 2026년 초부터 강화된 관세 정책으로 인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농자재와 기계 부품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반면, 무역 상대국들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즉각적인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길은 막혀버렸습니다.
이러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은 농가뿐만 아니라 제조업 현장에서도 목격됩니다. 펜실베이니아의 중소 금속 가공 업체에서 일하는 데이비드 첸(David Chen, 가명) 씨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감당하지 못해 동료들이 해고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기업들이 누리는 세제 혜택과 주가 부양의 온기가 하청 업체나 노동자들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2024-2026: 월스트리트와 농가의 엇갈린 운명 (지수화: 2024년 1월 = 100)
흔들리는 '콘크리트': 정치적 리스크의 부상
경제적 박탈감은 곧 정치적 균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오와,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러스트 벨트'와 '팜 벨트'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준 킹메이커였지만, 이제는 그들의 고통이 워싱턴을 향한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미니애폴리스 사태로 드러난 인프라 노후화 문제는 "정부가 주식 시장만 쳐다보느라 정작 국민의 발밑이 무너지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데이터도 심상치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비대졸 백인 남성' 그룹에서의 지지율은 취임 초기에 비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갤럽(Gallup) 등 주요 기관의 2026년 1월 조사 결과들은 경제적 실익이 없는 '이념적 지지'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사합니다. 자신이 지지한 대통령의 정책이 자신의 삶을 옥죄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견고했던 '콘크리트' 지지층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더 강력한 대외 강경책을 꺼내 들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통상적으로 내부의 경제적 모순이 심화될 때, 포퓰리즘 정부는 '외부의 적'을 설정하여 결속을 다지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가오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한국 경제에 던지는 경고: 불안정한 파트너와의 동행
미국 내부의 이러한 진통은 태평양 건너 한국 경제에도 엄중한 경고를 보냅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파트너는 합리적인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전통적인 동맹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그리고 내부의 분노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언제든지 통상 압박의 수위를 높일 수 있는 '불안정한 파트너'입니다.
특히 한국의 수출 대기업들은 미국 내 공장 설립에 따른 혜택을 기대하고 있지만, 공급망 전반에 걸친 비용 상승 리스크와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적인 관세 조치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자동차나 반도체, 배터리에 대해 비관세 장벽을 높이거나, 환율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내 '잊혀진 사람들'의 박탈감이 커질수록, 한국 경제를 향한 청구서의 금액도 함께 올라갈 수 있습니다. 숫자로 증명되는 미국의 호황 뒤에 가려진 이 구조적 위기를 직시하고,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최악의 우발 상황'을 대비한 플랜 B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