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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의 경고: 게이트웨이 터널 중단과 K-건설의 과제

AI News Team
트럼프 2.0 시대의 경고: 게이트웨이 터널 중단과 K-건설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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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의 동맥이 막힌다: 멈춰 선 게이트웨이

뉴욕 맨해튼의 심장부, 펜실베이니아 역으로 향하는 116년 된 노스 리버 터널(North River Tunnel)의 벽면에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남긴 염분의 흔적이 깊게 패어 있습니다. 매일 20만 명의 통근객을 실어 나르는 이 터널은 미국 동북부 경제의 생명선이지만, 2026년 1월 현재 이 생명선에는 심각한 '경색'의 전조가 감돌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국가적 우선순위'로 꼽히며 급물살을 탔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Gateway Project)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연방 지출 삭감 칼날 위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정부 효율성 및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은 인프라 예산의 전면 재검토를 명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연방철도청(FRA)과 연방대중교통청(FTA)이 약속했던 총사업비 16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중 연방 정부 분담금의 상당 부분이 '불요불급한 지출'로 분류되어 동결되었습니다. 뉴욕·뉴저지 항만청(PANYNJ)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허드슨 터널 굴착 작업은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가용 자산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공사 지연이 아닙니다. 미국 전체 GDP의 20%를 차지하는 북동부 회랑(Northeast Corridor)의 물류와 노동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실존적 위협입니다.

뉴욕-뉴저지 통근 대란, 미국 GDP를 위협하다

허드슨 강 아래, 115년 된 붉은 벽돌과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터널은 단순한 교통로가 아닙니다. 매일 450대의 열차와 20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이 낡은 혈관이 막힌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역 계획 협회(Regional Plan Association, RPA)의 분석에 따르면, 허드슨 터널 중 하나만 폐쇄되어도 시간당 열차 운행 횟수는 24대에서 6대로, 무려 75%가 급감합니다.

뉴저지 팰리세이즈 파크에서 맨해튼 미드타운으로 출근하는 금융 분석가 김민석(가명) 씨는 매일 아침 열차 전광판을 확인하며 가슴을 졸입니다. 그는 "지난주 터널 내 신호 체계 오류로 2시간이나 연착됐다"며 "바이든 행정부 시절만 해도 착공이 눈앞에 온 것 같았지만,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모든 프로세스가 멈췄다"고 토로합니다. 김 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터널이 완전히 기능을 멈출 경우, 미국 경제가 입게 될 일일 손실액은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북동부 회랑(NEC) 경제 규모와 타 국가 GDP 비교 (2025년 기준)

문제의 본질은 노후화된 인프라 그 자체가 아니라, 트럼프 2.0 시대가 보여주는 '정책의 가변성'입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최근 보고서는 이러한 인프라 지연이 "미국 국가 시스템의 신뢰도에 대한 숏(Short) 포지션을 유발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대미 수출과 투자를 확대해 온 한국 기업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의 신뢰 추락: 계약서보다 트윗이 무서운 시대

게이트웨이 터널 사태는 트럼프 2.0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인프라 분야에서 '연방 책임의 최소화'로 발현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가 승인한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IJA) 예산 중 미집행분에 대한 동결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보다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가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행정국가 해체'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뉴저지 현지 건설 현장에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국내 대형 건설사의 박동훈(가명) 부장의 증언은 현장의 공포를 대변합니다. "과거에는 연방 교통부(DOT)의 공문이 의사결정의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먼저 확인합니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뉴스가 나오면 곧바로 자금 집행이 보류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박 부장은 이미 발주된 자재 대금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데, 연방 정부가 지급 보증을 철회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 업체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뉴저지 현지에서 인프라 관련 자재 공급망을 담당하는 무역 상사 법인장 이준호(가명) 씨는 "원청업체로부터 '무기한 대기' 통보를 받았다"며, "그들은 위약금 대신 '정부 정책 변경에 따른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BKL)의 최근 통상 리포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 명령이 미국 내 계약 분쟁에서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받으려는 법적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 기업들의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습니다.

게이트웨이 프로그램 예상 비용 증가 및 연방 지원금 축소 현황 (출처: 2026 미 교통부 예산안 분석)

위 차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축소와 공사 지연에 따른 비용 상승을 보여줍니다. 총 공사비(Projected Cost)는 185억 달러로 급증하는 반면, 연방 정부의 분담금(Federal Funding)은 기존 80억 달러에서 45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 차액인 약 140억 달러의 부담은 주 정부와 참여 기업에게 전가될 것입니다.

K-건설, '트럼프 리스크'의 사정권에 들다

이러한 상황은 북미 인프라 시장 진출을 노리던 한국 건설·엔지니어링 기업들에게 '신뢰의 위기'라는 무거운 과제를 던집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 EPC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 연방 정부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조지아주 인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총괄하는 최민석(가명) 부장은 "워싱턴에서 '친환경 에너지 예산 재검토' 소식이 들려온 직후 기성금 지급 보류 가능성을 통보받았다"고 전합니다. 이는 IRA와 IIJA 수혜를 기대했던 한국 기업들에게 실존적 위협입니다.

미국 건설협회(AGC)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 자금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의 약 15%가 재검토 명목으로 일시 중단된 상태이며, 이는 특히 외국계 참여 비율이 높은 컨소시엄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단순 시공 능력을 넘어, 발주처의 자금 조달 구조가 연방 정부의 정책 변화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인지, 매몰 비용(Sunk Cost) 회수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워싱턴의 변덕을 넘어서: 한국 인프라 외교의 과제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워싱턴만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주(State) 정부와 민간 자본(Private Capital)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과 같은 거대 주 정부는 연방 정부의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독자적인 예산 집행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텍사스 주 교통부(TxDOT)가 발주한 고속도로 확장 사업은 연방 자금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 투자를 결합해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한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뉴욕 현지에서 프로젝트 입찰을 준비 중인 이정훈(가명) 상무는 "이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연방 정부의 약속'이 아니라, 당장 집행 가능한 '현금 흐름'뿐"이라고 강조합니다. 민관협력사업(PPP)의 적극적인 활용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민간 투자를 장려하는 만큼,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KIC)와 같은 국부 펀드와 '팀 코리아'를 이뤄 진출한다면 자금 조달 능력을 무기로 단순 도급을 넘어 개발형 사업(Developer)으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미국 인프라 시장 자금 조달 트렌드 변화 (2022-2026)

결국 해법은 포트폴리오의 다각화와 '정무적 리스크 관리'입니다. 과거처럼 연방 정부 주도 메가 프로젝트에 올인하는 대신, 주 정부 단위의 프로젝트와 PPP 사업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합니다. 계약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워싱턴의 기류를 읽어야 하는 2026년의 미국 시장에서, 철저한 리스크 헤징만이 생존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