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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뒤의 청구서: 트럼프 2.0, 무역 협정 파기 위협의 진실

AI News Team
악수 뒤의 청구서: 트럼프 2.0, 무역 협정 파기 위협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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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정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워싱턴 D.C.의 펜실베이니아 거리에서 한미 통상 장관이 악수를 나누며 '굳건한 경제 안보 동맹'을 재확인한 지 불과 3주가 지나지 않았다. 당시 양국 실무진은 공동 성명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샴페인을 터뜨리며 "2026년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백악관 발(發)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 재점화 논란은 이 모든 외교적 수사를 순식간에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이번 위협은 1기 행정부 시절의 무역확장법 232조와 같은 특정 품목에 대한 '핀셋 규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트럼프 2.0 행정부는 동맹국에게 안보 비용 청구서를 내미는 것을 넘어, 동맹국의 대미 무역 흑자 자체를 '미국 국부의 유출'로 규정하는 새로운 경제 안보 문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협상용 허세(Bluffing)가 아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상호주의(Reciprocity)'라는 명분 하에 설계된 정교한 시스템의 일환임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 한국이 약속받았던 반도체 및 배터리 보조금(CHIPS법, IRA) 혜택이 2027 회계연도 예산안 준비 과정 및 기존 예산에 대한 '취소(Rescission)' 검토 단계에서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 시점에 터져 나온 관세 위협은 한국 기업들에게 '이중 과금'의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그룹이 텍사스와 조지아에 쏟아부은 수십조 원의 투자가 '면죄부'가 될 것이라 믿었던 재계의 기대는 처참하게 깨졌다.

세종 관가와 여의도 증권가는 충격에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대미 통상 대응팀 관계자는 지난 주말 내내 이어진 긴급 대책 회의의 분위기를 전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과거에는 '우리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논리가 통했지만, 지금의 백악관은 그 투자가 미국의 자본이 아닌 한국의 자본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오히려 공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논리나 호혜적 관계가 아닌, 철저히 수치화된 '미국 이익'만이 유일한 언어가 된 2026년의 외교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반도체와 배터리, 다시 사정권에 들다

2026년 1월의 워싱턴은 더 이상 한국 기업들이 알던 그곳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이 안보 동맹을 이유로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에 보조금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투자를 유도했다면,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명확하고도 서늘하다. "미국 내에서, 미국 자본으로, 미국인을 고용해 만들지 않은 모든 것에 비용을 청구하겠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배터리 제조사 전략기획실 임원은 "지난 3년간 미국 켄터키와 조지아에 쏟아부은 수조 원의 설비 투자가, 이제는 우리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 상무부의 최근 공시 자료와 업계 분석에 따르면,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 셀(Cell)과 모듈에 대해 15%의 추가 관세가 검토되고 있다. 이는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배터리 제조업체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데이터는 이러한 위기감을 더욱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발표한 '2026 통상 환경 변화와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산 배터리 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19.2% 급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건설 중인 패키징 공장이 완공되기도 전에, USTR은 '비미국산 원천 기술 사용료'라는 명목의 새로운 과세 항목을 신설하려 하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제조 공정의 핵심 장비와 소재를 미국산으로 100% 대체하지 않는 한, 보조금 반환은 물론 징벌적 세금까지 부과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6년 트럼프 관세 정책에 따른 주요 산업별 예상 영업이익 감소율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 안보 비용의 청구서화

워싱턴 D.C.의 K스트리트 로비가에서는 최근 백악관발 '보편 관세 20%' 발언을 두고 단순한 무역 장벽이 아닌, 일종의 '청구서'로 해석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지 1년, 2026년의 미국은 더 이상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서 사고하지 않는다. 이번 관세 위협은 겉으로는 무역 적자 해소를 내걸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겨냥한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보고서가 지적했듯,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동맹관(Transactional Alliance)'은 2026년에 이르러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마무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 행정부는 '안보 환경 변화'를 이유로 추가적인 분담금 증액이나 별도의 '동맹 기여세'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국방연구원 관계자는 "워싱턴의 기류가 '안보 무임승차론'을 무역 수지와 직결시키고 있다"며, "한국이 방위비와 관련된 미국의 추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그 청구서는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라는 형태로 기업들에게 날아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2026년 현재 120억 달러(추정)에 달하는 미국의 요구액은 관세라는 실질적인 위협과 결합하여 훨씬 더 무거운 무게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결국 이번 관세 위협의 본질은 '돈'이다. 하지만 그 돈의 성격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일부를 분담하는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미국의 글로벌 패권 유지 비용을 청구받는 성격으로 변질되었다.

샌드위치 코리아, '각자도생'의 시대로

이러한 변화의 파도는 현장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다. 경기도 화성에서 반도체 패키징 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대표의 사례는 한국 기업이 처한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말 미국 텍사스주 인근 공장 증설을 결정했으나, 해가 바뀌자마자 약속했던 세제 혜택은 재검토 대상이 되었고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까지 통보받았다.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미국을 선택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기대어 온 '미국과의 안보, 중국과의 경제'라는 이분법적 균형이 완전히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은 더 이상 한국의 기술적 하위 파트너가 아니다. 2026년 현재, 중국은 범용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 표준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분석에 따르면, 한중 간 기술 격차는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좁혀진 반면, 한국 기업이 체감하는 대미 무역 장벽 지수는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한국이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보호주의 사이에서 '각자도생'의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만 하는 구조적 이유를 설명한다.

이제 한국 정부와 기업은 '동맹'이라는 단어의 낭만적인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은 자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라면 동맹국의 희생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 전략 또한 '미국 설득'이라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 그리고 중동을 아우르는 공급망 다변화와 독자적인 기술 표준 확보라는 공격적인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이번 관세 위협은 단순한 무역 분쟁의 신호탄이 아니라, 2026년 이후 국제 질서가 '힘의 논리'에 의한 각자도생의 시대로 완전히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조종(弔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