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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청구서와 중국의 자본: 영국이 선택한 위험한 줄타기

AI News Team
트럼프의 청구서와 중국의 자본: 영국이 선택한 위험한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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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딜레마: 브렉시트의 그림자와 트럼프의 계산서

2026년 1월, 런던 금융가 '더 시티(The City)'는 브렉시트라는 거대한 실험이 남긴 숙취와 트럼프 2.0 행정부가 보내온 청구서 사이에서 방향을 잃은 모습입니다.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이라는 기치 아래 유럽연합(EU) 단일 시장을 떠난 지 6년이 흘렀지만, 영국의 경제 성적표는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영국 예산책임처(OBR)의 최근 보고서는 브렉시트로 인한 장기적 생산성 손실이 4%에 달하며, 이는 팬데믹의 여파보다 더 깊고 구조적인 상처를 남겼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제조업계가 처한 딜레마는 (가명) 톰 윌리엄스 씨(54, 미들랜즈 자동차 부품 제조사 대표)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윌리엄스 씨는 "유럽행 수출은 통관 절차와 규제 비용으로 이익률이 15% 급감했고, 미국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10% 보편 관세 위협으로 사실상 닫힐 위기"라고 토로했습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생명줄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기업들이 제안해온 합작 투자(JV)와 저렴한 부품 공급망입니다.

영국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 즉 '재관여(Re-engagement)'를 모색하는 것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닌 생존을 위한 경제적 필연에 가깝습니다. 리시 수낙 내각을 거쳐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에 이르기까지, 영국은 안보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 유치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북부 잉글랜드의 낙후된 산업 단지를 되살리기 위한 '레벨링 업(Leveling Up)' 정책의 재원은 서구 자본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중국은 이를 파고들어 전기차(EV) 배터리 공장 설립과 통신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회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 2.0 행정부가 동맹국들에게 요구하는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입니다.

이 지점에서 영국의 선택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중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됩니다. 2026년의 안보 지형은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만약 영국이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일정 부분 용인한다면, 이는 '안보와 경제의 분리'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반면 영국이 경제적 출혈을 감수하고 미국의 대중국 봉쇄 라인에 완전히 동참한다면, 서방 세계에서 '중간 지대'가 소멸했음을 의미합니다. 현재 영국의 무역 데이터는 이러한 갈등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대미 수출 의존도는 정체된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브렉시트 이후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영국의 주요 교역국별 수입 비중 변화 (2020-2025)

'스타머'의 도박: 경제 실리와 안보 동맹의 이중주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공기는 차갑지만, 수면 아래 흐르는 기류는 어느 때보다 복잡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워싱턴에서 '완전한 디커플링'과 보편적 관세의 깃발을 흔드는 동안, 영국의 키어 스타머 내각은 기묘한 침묵 속에서 정교한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AUKUS(오커스)로 대표되는 안보 동맹을 철통같이 강조하지만, 경제적 실핏줄에서는 중국 자본의 수혈을 조용히 용인하는 이중 전략이 감지됩니다.

2026년 1월 현재, 영국 재무부 장관 레이첼 리브스가 주도하는 이른바 '시큐로노믹스(Securonomics)'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런던 금융가(City of London)의 베테랑 전략가인 (가명) 제임스 해밀턴 씨는 이를 "보이지 않는 문(Invisible Door)"이라고 표현합니다. "미국이 보는 앞에서는 문을 닫아걸지만, 뒷문으로는 중국의 인프라 투자와 녹색 에너지 자본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25년 말 승인된 중국계 배터리 기업의 미들랜드 공장 증설 허가가 그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실제로 영국 기업통상부(DBT)와 과학혁신기술부(DSIT)의 최근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통계적 역설'이 발견됩니다. 반도체와 AI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민감 기술(Sensitive Tech)' 분야에서 중국 자본의 인수는 72%라는 높은 거부율을 기록하며 전면 차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EV) 공급망과 일반 소비재, 부동산 분야에서는 대규모 자본 유입이 허용되며 전체 중국 대직접투자(FDI) 총액은 전년 대비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배터리 공장을 '비민감 녹색 인프라'로 분류하여 규제를 우회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시각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의 대중국 투자 유입 vs 안보 심사 거부율 (2022-2026)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의 이러한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본능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은 국방비 지출을 GDP의 2.5% 이상으로 유지하고 미국산 무기 구매를 확대함으로써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불식시켰습니다. 안보라는 '입장료'를 확실히 지불함으로써, 경제 영역에서의 자율성을 구매하려는 계산입니다.

하지만 영국 북부 션더랜드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가명) 톰 윌킨슨 씨의 우려는 거시 전략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대변합니다. "중국산 부품이 없으면 공장이 멈춥니다. 하지만 미국이 관세 장벽을 더 높이면, 우리가 만든 차를 어디에 팔아야 합니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자본이 투입된 영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원산지 세탁' 혐의를 씌워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스타머의 도박은 실패로 돌아갈 위험이 큽니다.

워싱턴의 시선: '배신'과 '자율'의 경계선

워싱턴 D.C. 백악관의 기류는 냉혹합니다. '특별한 관계(Special Relationship)'라는 수식어로 오랫동안 보호받았던 영국조차 트럼프 2.0 시대의 거래적 동맹관 앞에서는 예외가 아닙니다. 워싱턴의 외교 안보 라인,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부에서는 영국의 독자적인 대중국 접근법을 '격자형 안보(Lattice-like Security)' 구조에 균열을 내는 행위로 간주합니다.

미국 상무부(DOC) 관계자들은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런던이 베이징의 자본을 '경제적 기회'라고 부를 때, 우리는 그것을 '안보 누수'라고 부른다"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공화당 내 매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영국의 행보를 두고 '배신(Betrayal)'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옵니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유력 인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정보 공유가 중국의 뒷문으로 흘러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보 공유 등급 재조정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이러한 워싱턴의 시선은 실질적인 경제적 압박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영국의 디지털 서비스세(DST) 및 대중국 투자 관련 조항들을 정밀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2026년 초 다시 점화된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적 기본 관세' 카드가 영국의 금융 및 서비스 섹터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6년 1월 보고서에서 "미국은 동맹국이 중국의 과잉 생산을 흡수하는 우회로가 되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의 결정이 향후 미·영 무역 협상에서 불리한 지렛대로 작용할 것임을 경고했습니다.

화웨이의 악몽 2.0: 기술 패권과 공급망의 뇌관

런던 시티 금융가에서 다시금 '화웨이의 망령'이 떠돌고 있습니다. 5G 통신 장비가 안보의 최전선이었던 2020년대 초반과 달리, 2026년의 전장은 도로 위를 달리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와 그 심장인 배터리로 옮겨갔습니다. 영국이 '넷제로' 달성을 위해 중국산 저가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는 동안, 미국은 이를 "스파이웨어의 침투 경로"로 간주합니다.

런던 주재 한국계 배터리 소재 기업의 전략기획실 (가명) 김서연 책임은 이러한 괴리를 현장에서 체감합니다. "영국 정부는 BYD나 CATL의 투자를 막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미국 파트너들은 '중국산 부품이 1%라도 섞인 영국산 차는 미국 관세 장벽을 넘을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기업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김 책임의 증언은 영국이 마주한 '화웨이 2.0' 딜레마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과거 5G 장비 배제 결정이 미국의 정보 공유 중단 위협 끝에 이루어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영국은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영국 통계청(ONS)과 자동차산업협회(SMMT)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의 2025년 기준 배터리 의존도는 68%에 육박합니다. 이는 영국이 중국을 배제하고는 독자적인 전기차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트럼프 2.0 시대 백악관은 이를 '안보 취약성'으로 해석합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도로 위를 달리는 수백만 대의 중국산 센서가 수집하는 데이터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영국이 서방 안보 네트워크의 '백도어'를 열어두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영국의 대중국 그린 테크 의존도 심화 (2023-2025)

한국을 위한 거울: '영국 모델'은 서울에서도 유효한가

런던 금융가에서 들려오는 파열음은 8,800km 떨어진 서울 여의도에 불길한 기시감을 던집니다. 브렉시트 이후 독자 노선을 모색하던 영국이 겪는 딜레마는 한국 현실의 예고편과도 같습니다. 영국이 시도한 '선별적 관여(Selective Engagement)' 모델—안보는 미국과 공조하되, 비전략 분야 무역은 중국과 유지하겠다는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앞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울 마곡지구 반도체 장비 기업의 (가명) 최수진 팀장은 최근 미국 거래처로부터 "장비에 들어가는 나사 하나까지 원산지를 증명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과거에는 핵심 칩셋만 문제였다면, 이제는 중국산 원자재가 섞인 케이스조차 '안보 리스크'로 간주된다"며, 영국의 공급망 배제 공포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디커플링의 범위가 첨단 기술을 넘어 제조업 전반의 '순혈주의'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한국은 영국보다 훨씬 취약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습니다. 영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멀고 파이브 아이즈라는 방패막이 있지만, 한국은 중국과 인접해 있고 수출 의존도도 훨씬 높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의 40% 이상이 중국과 연결되어 있어 '영국 모델'의 실패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결국 '영국 모델'은 서울에서 유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면교사'로서 유효합니다. 영국이 보여준 교훈은 명확합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2026년에 '전략적 모호성'이나 '부분적 분리'를 위한 공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안보와 경제의 분리'라는 오래된 주문 대신, '경제 자체가 안보'라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모호한 줄타기가 끝난 자리에 남은 것은 추락의 위험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