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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권력의 폭주: '살해 협박' 녹취록과 무너지는 견제 시스템

AI News Team
지방 권력의 폭주: '살해 협박' 녹취록과 무너지는 견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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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기에 담긴 살의: 보안관과 위원의 두 얼굴

"잡음 섞인 녹음 파일 속에서 들려온 것은 공공 안전을 위한 예산 논의가 아니었다. 그것은 명백한 살의(殺意)였으며, 자신들의 권력을 감시하는 눈을 물리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지난 1월 15일,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한 조용한 카운티에서 공개된 3시간 분량의 녹취록은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이 직면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붕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지역 신문사의 끈질긴 추적 끝에 세상에 드러난 이 대화의 주인공은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현직 보안관과 지역 행정을 감독해야 할 카운티 위원이었다. 회의가 끝난 줄 알고 방심한 그들이 나눈 대화는 공직자의 사담이라기보다는 범죄 조직의 모의에 가까웠다.

녹취록의 내용은 2023년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맥커튼 카운티(McCurtain County) 스캔들'의 재림(Second Coming)이라 불릴 만큼 유사했다. 보안관은 자신들의 비위를 취재하던 지역 기자를 언급하며 "옛날 같았으면 벌써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해서 강가에 묻어버렸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동조한 카운티 위원은 구체적인 청부 폭력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흑인 주민들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으며, 법의 테두리가 자신들을 구속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나약해졌다"고 분개했다.

이 사건이 2026년 현재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러한 발언이 단순한 지역 토호의 일탈을 넘어, 연방 정부의 기조와 묘하게 공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이후 지속적으로 주류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해왔고, 사법 집행의 최전선에 있는 지역 보안관들에게 "강력한 공권력 행사"를 주문해왔다. 2023년 사건 당시에는 FBI가 즉각 개입했던 것과 달리, 이번 사태에 대해 2026년의 법무부는 "지역 자치 문제"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달라진 미국의 현실을 방증한다.

주지사의 최후통첩: 무너진 신뢰와 버티는 권력

케빈 스티트(Kevin Stitt) 오클라호마 주지사가 기자회견장에서 내뱉은 "즉각적인 사퇴(resign immediately)"라는 요구는 주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행정력의 정점이자, 동시에 그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주지사의 어조는 단호했지만, 그가 겨냥한 보안관(Sheriff)과 카운티 위원들은 침묵하거나 오히려 "조작된 딥페이크 증거"라며 맹렬히 저항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제재 수단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오클라호마 주법상 주지사는 선출된 카운티 보안관이나 위원을 즉결 해임할 권한이 없다. 이들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복잡한 탄핵 절차를 거치거나 대배심(grand jury)의 기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적 허점은 비위 공직자들에게 완벽한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있다. 오클라호마 시티의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과거 맥커튼 카운티 사태보다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딥스테이트 척결' 기조가 지방 정부로 확산되면서, 감시와 견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외부 세력의 부당한 개입'으로 매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 털사(Tulsa)에서 20년째 식료품 유통업을 하고 있는 교민 박지훈(가명) 씨는 "예전에는 공직자가 저런 추문에 휩싸이면 부끄러워서라도 옷을 벗었는데, 지금은 끝까지 버티면 이긴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사과하면 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방 소도시의 셰리프들에게까지 전염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미니애폴리스의 겨울: 부패가 불러온 물리적 재난

오클라호마의 녹취록이 '언어적 폭력'의 증거라면, 미니애폴리스의 혹한 속에 벌어진 인프라 붕괴와 총격 사태는 '물리적 폭력'으로 전이된 부패의 결과물이다. 영하 30도의 살인적인 한파 속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는 노후화된 배관과 우발적인 사고처럼 보였으나, 그 이면에는 예고된 인재(人災)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역 탐사보도 팀이 파헤친 진실에 따르면, 2025년 통과된 '지역 경제 활성화법'에 따라 연방 정부의 감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지방 자치 단체의 예산 집행에 대한 견제 장치가 사실상 해체되었다. 특정 이민자 거주 구역에 대한 배수관 교체 예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삭감되고, 대신 시 외곽의 신규 개발 지구로 전용된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사회적 계약이 붕괴된 현장의 비명이었다.

풀뿌리 언론의 반격: 감시견은 살아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키는 것은 거대 언론이 아닌 지역의 작은 주간지들이다. '뉴스 사막(News Desert)'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와중에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녹음기를 설치하고 차가운 거리를 누비는 지역 기자들이 존재한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메딜 스쿨(Medill School)의 데이터는 지역 언론의 부재가 지방 정부의 부패와 직결됨을 시사한다. 지역 언론이 사라진 곳이 늘어날수록, 지방 정부의 부패 리스크 지수는 비례하여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국 내 '뉴스 사막' 확산과 지방 정부 부패 리스크 지수 (2020-2026)

참고: 부패 리스크 지수(Corruption Risk Index)는 100에 가까울수록 부패 위험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신뢰의 붕괴가 남긴 과제

미니애폴리스의 얼어붙은 거리와 오클라호마의 뜨거운 녹취록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며, 그 피해는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덮친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2.0 시대, 각자도생의 정글로 변해가는 세계 속에서 공공성(Publicness)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지키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참사는 감시받지 않는 권력과 혐오에 잠식된 행정이 빚어낼 수 있는 가장 서늘한 미래의 예고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