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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뉴스의 '진실세(Truth Tax)': 1조 원의 합의금이 2026년에 던지는 경고

AI News Team
폭스 뉴스의 '진실세(Truth Tax)': 1조 원의 합의금이 2026년에 던지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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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2023년의 유령들: 스마트매틱 합의가 소환한 기억

2026년 1월, 스마트매틱(Smartmatic)과의 합의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이들은 즉각적으로 3년 전의 데자뷔를 느꼈을 것입니다. 당시 폭스 뉴스가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Dominion Voting Systems)에 지불했던 7억 8,750만 달러(한화 약 1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합의금은 단순한 배상금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법정에서의 증언을 피하고, 무엇보다 간판 앵커들의 '진심'이 법정 기록으로 남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 비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2026년의 합의는 그 전략이 일회성 미봉책이 아니라, 거대 미디어 기업의 정교한 리스크 관리 매뉴얼로 굳어졌음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2023년, 델라웨어주 법원이 공개했던 수천 페이지의 내부 문건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문건들은 단순한 소송 자료를 넘어,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의 언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부검 리포트였습니다. 당시 공개된 문자 메시지에서 폭스의 간판 스타 터커 칼슨(Tucker Carlson)은 트럼프 캠프의 부정 선거 주장에 대해 "열정적으로 싫어한다(passionately hate)"고 사석에서 토로했습니다. 션 해니티(Sean Hannity) 역시 "미친 소리(lunatic stuff)"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카메라 붉은 불이 켜지면, 그들은 시청자가 듣고 싶어 하는 '대안적 사실'을 쏟아냈습니다.

이 이중성은 단순한 위선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철저한 자본의 논리였습니다. 당시 폭스 경영진은 팩트 체크를 시도한 기자가 회사의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브랜드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실 보도가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곧 주가 하락으로 직결되는 구조 속에서, 팩트는 제거해야 할 리스크이자 비용이었습니다. 2026년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이러한 구조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오히려 두 번의 거액 합의를 통해 "진실은 돈으로 덮을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가 경영학적 정답처럼 용인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진실세(Truth Tax)'의 정착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실과 주장이 뒤섞이고, 알고리즘이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미디어 환경은 국경을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최수진 씨(가명)는 최근 회원들 사이에서 뉴스에 대한 냉소가 깊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예전에는 뉴스가 '사실'이라고 믿고 토론했지만, 이제는 '저 언론사는 누구 편을 들어서 돈을 벌려고 저러나'부터 따지게 됩니다. 팩트가 비즈니스의 하위 개념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합니다." 최 씨의 말처럼, 언론이 팩트 확인이라는 본연의 책무 대신 소송 비용을 '매출 원가'로 계산하기 시작할 때, 사회적 신뢰라는 자본은 고갈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스마트매틱 합의가 소환한 2023년의 유령들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합의금이 오가는 동안, 정작 시청자들이 빼앗긴 '알 권리'에 대한 배상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진실이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비용으로 치환되는 시대에, 저널리즘은 과연 무엇으로 생존할 수 있는가? 이것은 2026년의 미국 미디어 시장이 한국의 언론 생태계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장입니다.

'악의(Malice)'의 설계도: 도미니언이 지목했던 20가지 결정적 장면

법정에서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를 입증하는 것은 미국 언론법 역사상 가장 높은 벽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단순히 오보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보도 주체가 그 내용이 거짓임을 '알았거나(knowledge of falsity)', 진실 여부에 대해 '무모할 정도로 무관심했다(reckless disregard)'는 것을 원고 측이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26년 현재의 시점에서 되돌아볼 때,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즈가 법원에 제출했던 소장과 증거 목록은 이 난공불락의 요새를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설계도'였습니다.

도미니언이 지목한 20개의 결정적 장면은 우발적인 실수가 아닌, 정교하게 기획된 비즈니스적 판단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가장 극적인 대조를 이룬 것은 2020년 11월, 트럼프 캠프의 변호사 시드니 파월이 "선거 조작의 엄청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던 시점입니다. 폭스 뉴스의 간판 앵커였던 터커 칼슨은 방송에서 파월의 주장을 진지하게 다루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극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 제출된 내부 문자 메시지에서 그는 동료에게 "시드니 파월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 여자 미쳤다(Sidney Powell is lying by the way. I caught her. It’s insane)"라고 적나라하게 본심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법리적으로 '악의'의 핵심 요건인 '거짓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스모킹 건(Smoking Gun)이었습니다.

또한 션 해니티와 로라 잉그레이엄 등 다른 프라임타임 앵커들 역시 방송에서는 "전자 개표기가 표를 뒤집었다"는 음모론을 증폭시켰지만, 사적인 대화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게스트들을 비웃거나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도미니언 측은 이들이 방송한 20개의 구체적인 세그먼트와 트윗을 타임라인으로 구성해, 폭스 뉴스 내부의 '팩트 체크 부서(Brainroom)'가 해당 주장이 허위임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과 앵커들이 이를 묵살하고 방송을 강행한 과정을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이러한 '알면서도(knowing)' 행해진 보도의 배후에는 시청률이라는 냉혹한 계산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당시 폭스 뉴스는 대선 결과 보도 이후 성난 보수층 시청자들이 경쟁사인 뉴스맥스(Newsmax)로 이탈하는 현상을 목격하며 경영상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루퍼트 머독 회장의 데포지션(증언 녹취)은 이러한 구조적 동기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그는 일부 앵커들이 선거 사기 주장을 옹호했다는 점을 시인하며 "나는 그것을 멈출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는 개별 앵커의 일탈이 아니라, 네트워크 차원에서 거짓을 용인하고 장려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20개의 장면들이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언론의 자유'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습니다. 2024년 이후 축적된 대법원 판례 연구에 따르면, 언론이 수익 보전을 위해 고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공론장을 오염시키는 '상업적 위조(Commercial Forgery)'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도미니언이 제시한 증거들은 폭스 뉴스가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본령보다 '시청자의 입맛에 맞는 거짓'을 파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을 내렸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7억 8,750만 달러(약 1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합의금은 이 '악의의 설계도'가 법정에서 공개되어 판결로 이어질 경우, 폭스 뉴스가 입게 될 브랜드 이미지 타격과 더 큰 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계산된 비용이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 오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실이 자본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선례가 남겨진 미디어 생태계에서, 제2, 제3의 도미니언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는 과연 작동하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는 이미 '진실세(Truth Tax)'를 지불하고 거짓을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법정 밖의 계산기: 왜 그들은 1조 원을 기꺼이 지불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실은 때로 가장 비싼 사치품이 됩니다. 2023년 4월, 델라웨어주 상급법원 앞에서 폭스 뉴스가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에 지불하기로 합의한 7억 8,750만 달러는 미디어 역사상 명예훼손 사건 합의금 중 최대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2026년의 시점에서 이 사건을 되돌아볼 때, 이 천문학적인 금액은 패배의 증거가 아니라 냉철한 '손익계산서'의 결과물이었음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당시 폭스 코퍼레이션의 회장이었던 루퍼트 머독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법정 증언대에 서서 2020년 대선 당시 방송된 허위 주장들이 시청률 유지를 위한 경영적 판단이었음을 전 세계 앞에서 자백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1조 원을 내고 그 과정을 '삭제'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미디어 펀드를 운용하는 김형석 씨(가명)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오너 리스크 관리 비용"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1조 원은 막대한 현금이지만, 브랜드 신뢰도가 붕괴되어 주가가 반토막 나는 상황에 비하면 '싸게 먹힌' 방어 비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합의 발표 직후 폭스의 주가는 불확실성 해소라는 명분 아래 소폭 상승 마감하는 기현상을 보였습니다.

이 '법정 밖의 계산'에는 더욱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었습니다. 재판이 진행될 경우 공개될 수천 건의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그리고 경영진의 증언은 폭스 뉴스의 핵심 자산인 '시청자와의 신뢰 관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핵폭탄이었습니다. 앵커들이 방송에서는 선거 조작설을 열정적으로 보도하면서, 뒤로는 "미친 소리"라며 비웃었다는 사실이 법정 증언으로 공식화되는 순간, 폭스 뉴스의 팬덤은 붕괴했을 것입니다. 결국 그들이 지불한 1조 원은 거짓말에 대한 벌금이 아니라,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기 위한 '라이선스 갱신 비용'이었던 셈입니다.

한국의 재벌 기업들이 총수의 배임이나 횡령 혐의 재판에서 막대한 사회 환원금을 약속하며 집행유예를 받아내는 장면이 오버랩되는 지점입니다. '유전무죄(有錢無罪)'가 법적 처벌을 면하는 차원이라면, 폭스 뉴스의 사례는 '유전무진실(有錢無眞實)', 즉 돈이 있으면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조차 생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미국 주요 미디어 명예훼손 합의금 비교 (단위: 백만 달러)

위 차트에서 볼 수 있듯, 폭스 뉴스의 합의금은 이전의 주요 사례들을 압도합니다. 2017년 ABC 뉴스가 육가공 업체 BPI와 합의한 금액(약 1억 7,700만 달러 추정)의 4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그러나 폭스 코퍼레이션의 연간 매출 규모(당시 약 149억 달러)를 고려하면, 이는 감당 가능한 수준의 '특별 손실'로 처리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처리' 방식이 2026년 현재 미디어 생태계에 남긴 위험한 선례입니다. 거대 미디어 기업들에게 허위 정보 유포는 더 이상 윤리적 금기가 아니라, 수익이 리스크 비용을 초과하는 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습니다. 진실이 자본에 의해 편집되고, 사법적 정의가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에 묻히는 세상. 1조 원으로 진실을 덮을 수 있다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가격은 얼마로 책정되어야 할까요?

확증 편향의 경제학: 진실보다 비싼 시청률

2023년 4월, 폭스 뉴스가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즈에 지급하기로 합의한 1조 원은 미디어 역사상 최고액이었습니다. 당시 여의도를 비롯한 전 세계의 논평가들은 이것이 '루퍼트 머독 제국'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성급히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2026년 1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워싱턴의 풍경은 그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드라이브 속에서 폭스 뉴스는 여전히 보수 진영의 확고한 '킹메이커'로서, 그리고 백악관의 가장 강력한 확성기로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 역설적인 생존과 번영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뉴스 미디어 시장에서 '진실'보다 '시청자의 기분'이 압도적으로 더 높은 교환 가치를 지닌다는 냉혹한 경제학에 있습니다.

폭스 뉴스의 경영진에게 1조 원에 달하는 합의금은 뼈아픈 징벌적 배상이 아닌, 핵심 고객층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했던 필수적인 '운영 비용'이자 '진실세(Truth Tax)'로 처리되었습니다. 우리는 시계를 2020년 11월로 되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폭스 뉴스의 선거 분석팀이 애리조나주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경쟁사보다 먼저 예측했을 때, 그들이 직면한 것은 칭찬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격렬한 분노와 즉각적인 채널 이탈이었습니다. 불과 몇 주 만에 시청률이 반토막 나는 것을 목격한 경영진에게, 진실 보도는 곧 파산을 의미했습니다.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제임스 카터 씨(가명)는 20년 넘게 폭스 뉴스를 시청해 온 열성 지지자입니다. 트럭 운송업에 종사하는 그는 "다른 방송들은 나 같은 사람을 무시하거나 가르치려 들지만, 폭스는 내 목소리를 대변해 준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2020년 선거의 객관적 사실 여부가 아니라, 자신의 박탈감을 위로해 줄 서사(Narrative)의 존재였습니다. 폭스 뉴스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들은 '팩트'를 보도하여 충성 고객을 잃는 것보다, 법정에서 '거짓'으로 판명될지라도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방송하고 합의금을 무는 것이 장기적인 수익 모델에서 훨씬 더 이득이라는 계산을 끝낸 것입니다.

이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단순한 심리 현상을 넘어, 21세기의 가장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했음을 시사합니다. 시청자는 자신들이 믿고 싶은 세상을 '구매'하고, 방송사는 그 수요에 맞춰 뉴스를 '제조'하며, 객관적 진실은 그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추장스러운 비용으로 전락했습니다. 2026년의 미국 미디어 시장은 '사실'이 자본 논리에 철저히 종속될 때, 민주주의의 핵심 인프라인 공론장이 어떻게 사유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실입니다.

이러한 '맞춤형 진실'의 공급은 더 이상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미국의 레거시 미디어조차 시청률과 주가 방어를 위해 저널리즘의 제1원칙을 타협했다는 사실은, 유튜브 저널리즘이 기성 언론을 위협하는 한국의 미디어 생태계에도 묵직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미국 언론사의 일탈이 아니라, 진실이 '가성비'의 영역으로 추락해버린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의 서늘한 단면이기 때문입니다.

폭스 뉴스 프라임타임 시청률 추이와 주요 사건 (2020-2025)

한국 언론을 위한 타산지석: '가짜 뉴스' 비용의 청구서

폭스 뉴스가 치른 7억 8,75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합의금은 2026년 현재, 미디어 업계에서 더 이상 '충격'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계가 이를 '진실세(Truth Tax)'라 부르며 냉소하는 동안, 태평양 건너 한국 언론계는 이 사태를 단순한 해외 토픽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수년째 공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의가 이 거대한 '청구서' 앞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언론 환경은 미국과는 결이 다릅니다. 명예훼손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수정헌법 1조를 바탕으로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되, 그에 따른 경제적 책임을 혹독하게 묻습니다. 그러나 폭스 뉴스의 사례는 '경제적 책임'조차 거대 자본 앞에서는 무력화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수익이 배상금을 상회한다면, 확증 편향을 부추기는 보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자본의 논리'가 입증된 셈입니다. 이는 한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자본력을 갖춘 일부 대형 언론사나 유튜브 채널에게는 그저 '운영비' 정도의 타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습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언론사에서 10년 차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정수현 기자(가명)의 고백은 이러한 우려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데스크에서는 '일단 쓰고 보자'는 분위기가 여전합니다. 소송이 들어오면 법무팀이 알아서 처리한다는 식이죠. 클릭 수가 곧 광고 단가가 되는 구조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하루를 더 쓰는 것보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일단 내보내는 것이 회사 이익에 부합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습니다." 정 기자의 말처럼, 언론사가 소송 비용을 '리스크 관리 비용'으로 예산에 미리 책정해 두는 순간, 저널리즘의 윤리는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비용 처리' 방식이 한국 특유의 정파적 양극화와 결합할 때 발생하는 시너지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최근 보고서가 지적했듯, 한국의 뉴스 소비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정치적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나 언론사에 대해 높은 충성도를 보이며, 이들은 '슈퍼챗'이나 후원금으로 언론사의 법적 비용을 대신 충당해주기도 합니다. 즉, '가짜 뉴스'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수단이 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비용마저 지지층이 감당하는 기이한 '팬덤 경제'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는 폭스 뉴스가 시청률 방어를 위해 거짓을 용인했던 메커니즘이 한국형으로 진화한 형태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가짜 뉴스'에 대한 비용 청구서가 단순히 금전적인 배상에 그친다면, 이는 자본이 있는 자에게 '거짓말할 권리'를 판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언론에 필요한 타산지석은 명확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금전적 제재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그것이 단순히 '돈'의 문제를 넘어 언론사의 신뢰도와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가 남기는 상처는 돈으로 치유될 수 없으며, 진실이 비용 효율성의 잣대로 재단되는 순간 우리 사회의 공론장은 회복 불가능한 '갑질'의 전쟁터로 변질될 것입니다. 2026년의 우리가 폭스 뉴스의 사례에서 읽어내야 할 진짜 경고는, 진실에도 가격표가 붙을 수 있다는 섬뜩한 가능성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