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매입 시도: 마크롱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위험한 도박

2026년 1월, 다시 불거진 북극권의 긴장
2026년 1월 29일, 워싱턴과 파리 사이의 외교적 기류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남극 트와이츠 빙하의 불안정성이 확인되며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극권을 '보존의 성역'이 아닌 '미개발 자원의 최전선'으로 규정했습니다. 백악관은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국가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매입 의사를 다시금 공식화했습니다. 2019년 첫 임기 당시의 발언이 부동산 개발업자의 돌발적인 아이디어로 치부되었다면, 2026년의 접근은 '자원 안보'라는 정교한 논리로 무장한 실질적인 압박입니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대서양 건너 프랑스 엘리제궁에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트럼프의 야욕은 역설적으로 정치적 가뭄 속의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연금 및 노동 개혁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과 '조정 위기(Adjustment Crisis)'라 불리는 전 지구적 노동 시장의 격변 속에서, 마크롱의 지지율은 임기 내 최저 수준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1월 중순 열린 EU 긴급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유럽 대륙의 전략적 자율성에 대한 침해"이자 "주권 국가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라고 강력히 규정하며 반격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내부의 위기를 외부로: 계산된 '유럽의 수호자' 전략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화려함 뒤에는 2026년 초 프랑스 사회를 관통하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AI와 자동화가 화이트칼라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며 중산층의 생존 기반을 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통계청(INSEE) 자료에 따르면 사무직군의 고용 불안 지수는 지난 10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꺼내 든 '유럽 수호자' 카드는 내부의 복잡한 불만을 외부의 명확한 '적'에게로 돌리는 전형적인 '국기 결집 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를 노린 것입니다.
마크롱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필연적으로 유럽의 경제적 종속을 초래할 것이라는 공포를 자극했습니다. 르 몽드(Le Monde) 등 현지 유력 언론들은 마크롱의 발언을 인용하며, 그린란드의 자원이 유럽의 녹색 전환이 아닌 미국 테크 기업들의 이익만을 위해 쓰일 것이라는 비판적 논조를 이어갔습니다. 이는 과거 드골 대통령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프랑스의 독자 노선을 강조했던 '골리즘(Gaullism)'의 향수를 자극하며, 마크롱을 단순한 행정가가 아닌 강대국 지도자의 이미지로 덧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데이터는 이러한 전략이 정치적으로 유효했음을 보여줍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의 1월 넷째 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 중 '외교 및 안보' 분야는 58%까지 급등했습니다. 이는 내치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디커플링' 현상입니다.
2025-2026 마크롱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 추이 (출처: IFOP/Le Figaro)
샴페인 뒤의 청구서: 현실화되는 경제적 리스크
그러나 '명분'을 얻은 대가는 '실리'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2.0 행정부는 동맹의 가치보다 거래의 손익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안보와 통상을 연계하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의 발언을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프랑스산 와인과 럭셔리 제품군에 대한 고율의 보복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자원 안보 측면에서 유럽의 취약성은 심각합니다. 마크롱이 방어하려는 그린란드의 희토류는 유럽의 디지털 전환과 녹색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자원입니다. 하지만 현재 EU의 희토류 자체 조달률은 극히 미미하며,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입니다. 미국과의 협력 없이 유럽 독자적으로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2026 주요국 희토류 대중국 의존도 및 자체 조달률 비교 (출처: EU 집행위원회 원자재 보고서)
또한 미국이 북극권 안보 협의체에서 프랑스를 배제하거나 NATO 내에서의 역할을 축소하려 들 경우, 프랑스가 입을 전략적 손실은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1월 29일 발생한 '서울 쇼크'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미국과 척을 지는 것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 경제에 치명적인 부메랑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가치 동맹의 종언과 각자도생의 시대
2026년의 대서양 동맹은 더 이상 2차 대전 이후 구축된 '가치 공유'라는 낭만적인 수사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는 '부동산'이고,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무대'입니다. 이 충돌은 동맹의 존재 이유를 묻는 근본적인 가치관의 대립으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을 안보 파트너가 아닌 경제적 경쟁자로 취급하고, 유럽 역시 미국을 무조건적인 보호자로 여기지 않는 새로운 냉전(Cold War)이 아닌 '이익전(Interest War)'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마크롱의 도박은 일시적으로 내부의 정치적 산소호흡기가 되어주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트럼프라는 외부의 적을 통해 얻은 반사이익은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정의(Justice)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 뒤에 숨겨진 정치적 계산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국제 정치는 철저한 손익 계산서 위에서 움직이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이번 그린란드 사태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