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애폴리스의 총성: 국경수비대의 도심 투입과 붕괴된 '치안의 경계'

비극의 재구성: 구호품은 어떻게 위협이 되었나
미니애폴리스의 칼바람이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던 지난 1월 27일 밤, 도시의 정적을 깬 것은 세 발의 총성이었다. 전력망 붕괴로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긴 사우스 미니애폴리스의 한 교차로에서, 자발적 구호 활동가 알렉스 프레티(Alex Preti, 28)가 쓰러졌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것은 당국이 초기 브리핑에서 주장한 '미확인 총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립된 이웃에게 전달하려던 인슐린 펜과 보온병이 담긴 낡은 더플백이었다.
이 비극은 단순한 오인 사격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구조적인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국토안보부(DHS) 대변인은 "현장 요원들이 무장한 약탈자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위협을 느껴 교전 수칙(Rules of Engagement)에 따라 대응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 바디캠 영상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목격자 마이클 존슨(가명) 씨의 증언은 당국의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알렉스는 손을 들고 '의료품(Medical Supplies)!'이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험비(Humvee) 뒤에 있던 군인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아니,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투입된 병력이 일반 경찰이 아닌, 국경 통제와 대테러 작전에 특화된 '전술 부대'였다는 점이다. 트럼프 2.0 행정부는 '민생 치안 확보'를 명분으로 미니애폴리스에 주방위군뿐만 아니라 국경수비대(Border Patrol) 일부 병력을 전격 투입했다. 이들은 민간인을 보호와 봉사의 대상이 아닌, 잠재적 적대 세력으로 식별하도록 훈련받은 조직이다. 재난 현장에서 구호품을 든 시민과 총기를 든 약탈자를 구분하는 '치안의 언어'가 아닌, 적을 제압하는 '전쟁의 언어'가 작동한 셈이다.
미니애폴리스 투입 연방 병력 구성 (2026.01 추정)
미네소타 스타 트리뷴(Star Tribune)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작전에 투입된 국경수비대원의 약 60%는 도심지 폭동 진압 훈련을 이수한 적이 없었다. 이들에게 쥐어진 것은 시위 진압용 고무탄이 아닌 실탄이 장전된 소총이었다. 사라 톰슨(가명) 씨와 같은 지역 주민들은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통제하니 마치 점령당한 도시 같다"며 불안감을 호소해왔다. 알렉스 프레티의 죽음은 이러한 '군사화된 치안'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기는커녕, 구호의 손길마저 위협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비극적 시스템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레일게이트'가 불러온 통제 불능의 도시
모든 재난은 가장 약한 고리에서 시작되어 가장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시스템 전체를 집어삼킨다. 2026년 1월, 미니애폴리스를 강타한 영하 30도의 기록적인 한파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그것은 노후화된 미국의 인프라와 벼랑 끝에 몰린 지방 치안 시스템이 빚어낸 거대한 파열음의 서곡이었다. 현지 언론과 주민들이 '레일게이트(Railgate)'라 부르기 시작한 이 사건은, 열차 탈선이라는 물리적 사고를 넘어 도시 기능의 총체적 마비 사태를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사고 발생 직후인 26일 새벽, 미니애폴리스 도심을 가로지르던 화물 열차가 탈선하며 유독성 화학 물질이 유출되었을 때, 시민들이 마주한 것은 신속한 구조대가 아닌 '응답 없는 911'이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영수(가명, 48) 씨는 당시의 상황을 "마치 전쟁터 한복판에 버려진 기분이었다"고 회상한다. "가게 유리창이 깨지고 약탈이 시작됐다는 문자가 쏟아지는데, 경찰은커녕 소방차 사이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믿었던 공권력은 그날 밤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김 씨의 증언은 과장이 아니다. 미네소타 주 공공안전부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당일 미니애폴리스 경찰(MPD)의 신고 대응률은 평소의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단순히 기록적인 폭설로 인한 도로 통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려온 MPD는, 트럼프 2.0 행정부의 연방 보조금 삭감 정책과 맞물려 사실상 '식물 치안' 상태에 빠져 있었다. 경찰 노조가 안전 장비 부족을 이유로 위험 지역 진입을 거부하는 사이, 탈선 사고 현장 반경 5km는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무정부 지대'로 변모했다.
이러한 치안 공백을 메운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가 아닌,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의 살풍경이었다. 난방이 끊긴 주택가에서는 생필품을 구하려는 주민들과 이를 노린 범죄 조직 간의 충돌이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지역 방송국 KARE 11은 "경찰이 포기한 거리를 자경단이 점령했다"고 보도하며, 개인 화기로 무장한 시민들이 검문소를 세운 장면을 송출했다. 이는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미국의 대도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흡사 제3세계의 내전 현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이 지점에서 통상적인 재난 매뉴얼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제3의 세력'이 등장할 명분이 만들어졌다. 지역 경찰은 무력했고, 주방위군은 늦었으며, 시민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누군가는 질서를 회복해야 했고, 그 '누군가'가 반드시 민주적 통제를 받는 경찰일 필요는 없다는 위험한 합의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국경수비대(CBP) 산하 전술부대인 BORTAC이 국경에서 2,000km 떨어진 도심 한복판에 투입되게 된 배경이다.
국경 없는 국경수비대: 관할권의 실종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헤너핀 애비뉴(Hennepin Avenue)는 멕시코 국경에서 2,000km, 캐나다 국경에서도 400km 이상 떨어져 있다. 그러나 영하 30도의 혹한이 도시를 마비시킨 지난 주말, 시민들이 목격한 것은 제설차의 노란 경광등만이 아니었다. 군용 전술 장비로 무장하고 'CBP' 패치를 부착한 요원들이 장갑차 험비(Humvee)를 타고 눈 덮인 도심을 순찰하는 광경은, 이곳이 재난 현장인지 전시 상황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통상적으로 국경수비대의 작전 반경은 국경에서 100마일(약 160km) 이내로 제한된다. 이른바 '헌법 예외 구역(Constitution-free zone)'이라 불리는 이 범위 밖에서, 그것도 해안가가 아닌 내륙 깊숙한 미니애폴리스 도심에서 CBP가 작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번 투입의 법적 근거로 '국토안보부(DHS)의 자산 통합 운용 행정명령'을 들었다.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국제공항(MSP)이 '입국항(Port of Entry)'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들어, 공항의 기능 유지와 주변 치안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관할권을 자의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문제는 '지원'과 '통제'의 경계가 흐려질 때 발생한다. 재난 상황에서 연방 요원의 주 임무는 고립된 시민을 구조하고 물자를 보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민석 미네소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명)는 "현재 투입된 CBP 산하 전술부대인 보탁(BORTAC)은 구조 훈련보다 '제압'과 '타격'에 특화된 준군사조직"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듯, 국경 통제 훈련을 받은 이들에게 재난 속에서 뛰어다니는 시민은 구조 대상이 아닌 잠재적 불법 체류자나 약탈자로 인식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관할권의 모호성'은 단순한 행정적 착오가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 시스템 내에서 공권력의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지역 경찰(MPD)은 시장과 시의회의 통제를 받지만, 연방 소속인 CBP는 지역 정부의 지휘 체계 밖에 존재한다. 사라 젠킨스(Sarah Jenkins) 미니애폴리스 시의원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도시의 거리에서 누가 총을 쏘고 누구를 체포하는지 시 정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깜깜이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재난을 핑계로 계엄령에 준하는 연방 통제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행정 휴직' 3인: 절차적 정의인가, 책임의 유예인가
국토안보부(DHS)가 미니애폴리스 도심 총격 사건에 연루된 국경수비대(CBP) 요원 3명에게 내린 '유급 행정 휴직(Administrative Leave with Pay)' 처분은 표면적으로는 지극히 기계적인 절차였다. 연방 법 집행관이 무력을 사용해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내부 감찰이나 형사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직무를 배제하는 것은 매뉴얼에 따른 표준 프로토콜이다. 그러나 이 '표준'이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에게는 '특권'으로, 더 나아가 '면죄부의 예고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뇌관이다.
트럼프 2.0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연방 공권력의 위상은 이러한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통상적으로 지역 경찰(MPD)이 연루된 사건은 지역 검찰이나 독립적인 시민 감독 기구의 감시를 받지만, 연방 요원인 이들은 지역 사법 시스템의 통제권 밖에 존재한다. 데이비드 첸 미네소타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가명)는 "행정 휴직은 수사의 시작을 의미하지만, 시민들은 이를 '제 식구 감싸기'의 시작으로 본다"며 "특히 연방 요원이 지역 재난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그들의 무력 사용을 심판할 주체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사법적 회색지대'가 이 불신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미니애폴리스 현지에서 만난 교민 안전대책위 관계자 박지훈(가명) 씨는 "경찰이라면 대화를 시도했을 상황에서 그들은 군인처럼 반응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행정 휴직 기간 동안 그들은 월급을 받으며 법률 자문을 구하겠지만, 총을 맞은 자원봉사자의 가족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정부 관계자의 면책 특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 법원의 '한정적 면책(Qualified Immunity)' 관행과 맞물려, 피해 구제를 더욱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시스템의 붕괴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경고
미니애폴리스의 비극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서 인슐린을 전달하려던 자원봉사자가 '위협 요인'으로 간주되어 총격을 당한 이 사건은, 국가가 재난이라는 특수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절차적 정의를 생략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강력한 국경 통제 기조가 미니애폴리스라는 도심 한복판까지 '국경'의 논리를 확장시켰고, 그 결과 시민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이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적대적 치안'으로 변질된 것이다.
한국 사회 역시 이러한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이미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겪으며,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의 부재와 현장 대응 매뉴얼의 작동 불능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목격했다. 미국의 이번 사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스템의 공백을 '과잉 무력'으로 메우려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끔찍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행정안전부 산하 재난안전연구원의 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정민우 박사(가명)는 이번 사건을 두고 "행정 편의주의가 낳은 괴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재난 시 군경 투입은 신속성을 위해 필수적일 수 있지만, 그들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민간인과의 접촉 수칙은 무엇인지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면 현장은 곧 전쟁터가 된다"고 지적한다. 미니애폴리스의 눈 덮인 거리에서 흘러내린 피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국가의 위기 관리 시스템은 시민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시스템 자체의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가. 모호한 관할권과 통제되지 않은 공권력의 결합은 재난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인재(人災)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