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브린의 역설: 자선으로 포장된 2026 실리콘밸리 조세 전쟁

2026년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의 현주소
2026년 1월, 캘리포니아 주 의사당이 위치한 새크라멘토의 공기는 차갑지만, 그 이면의 조세 전쟁은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연방 차원의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캘리포니아 주는 오히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초부유층'을 겨냥한 칼을 다시 빼 들었습니다. 그러나 2년 전, "실리콘밸리의 부를 재분배하겠다"며 기세등등하게 발의되었던 캘리포니아의 '부유세(Wealth Tax)' 법안은 현재 누더기가 된 채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한 테크 거물들의 정교하고도 은밀한 '입법 공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캘리포니아 세무 당국(FTB)이 집행 중인 개정 세법은 당초 목표였던 '미실현 자본이득 과세'라는 핵심 조항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입니다.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은 막대한 정치 자금을 쏟아부으며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혁신의 탈출(Exodus)을 부를 것"이라는 논리를 전파했습니다. 겉으로는 공화당의 감세 정책에 반대하는 척하면서도, 뒤로는 주 의회의 민주당 온건파 의원들을 후원하며 법안의 예리한 칼날을 무디게 만든 것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상생(Win-win)'의 구호를 가장한 자본의 방어 기제였습니다.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만난 교민 사회의 분위기는 이러한 박탈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팔로알토에서 15년째 회계법인을 운영 중인 김영훈(가명) 씨는 이번 세법 개정을 "그들만의 리그가 완성된 순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김 씨는 "연봉 30만 달러 정도를 받는 시니어 엔지니어나 중소 자영업자들은 인상된 주 소득세율을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며, "반면, 주식 자산이 대부분인 억만장자들은 기부금 공제와 신탁(Trust) 구조를 활용해 실질 세 부담을 0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예산 정책 센터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0.1%의 실효 세율은 법안 개정 이후 오히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모순적인 결과는 세르게이 브린의 과거 행보와 궤를 같이합니다. 브린은 2024년, 기후 변화 대응과 기초 과학 연구를 명분으로 거액을 기부함과 동시에, 해당 분야의 세액 공제 폭을 대폭 늘리는 로비 활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 그의 '선한 영향력'은 대중의 환호를 받았지만, 2026년 현재 그 결과물은 조세 회피의 합법적 통로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는 억만장자의 자선 활동이 사회적 기여를 넘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법 환경을 조성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임을 시사합니다.
2026년 캘리포니아 소득 계층별 실효세율 변화 (단위: %)
주거 안정이라는 명분, 그 이면의 셈법
2026년 캘리포니아의 하늘은 여전히 맑지만, 실리콘밸리의 셈법은 그 어느 때보다 흐립니다. 세르게이 브린이 지난 2025년 하반기, 캘리포니아 주 의회의 부유세 법안 상정이 임박했던 시점에 단행한 대규모 주거 안정 기금 출연은 단순한 자선 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고도로 계산된 '방어적 지출'이자, 조세 정의라는 공적 영역을 민간의 시혜적 자본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주택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2025년 브린의 행보는 유독 과감하고 시의적절했습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트럼프 2.0 행정부의 연방 감세 정책에 맞서 주 차원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미실현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브린을 포함한 빅테크 창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천문학적인 규모였습니다. 바로 이 결정적인 순간, 브린의 가족 재단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저소득층 주택 공급을 위해 수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의 셈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브린의 기부금은 분명 거액이지만, 그가 부유세 도입으로 인해 매년 납부해야 했을 잠재적 세액과 비교하면 '저렴한 비용'에 불과하다는 것이 조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즉, 공공의 세금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거 문제를, 억만장자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베푸는 '기부'로 해결하려 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는 국가의 분배 기능을 억만장자의 선의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거주지 이전: 실리콘밸리 엑소더스의 진실
'자유주의적 테크 유토피아'를 꿈꾸던 캘리포니아의 태양이 저물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현재, 실리콘밸리는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닌 '탈출해야 할 규제의 감옥'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한 테크 거물들의 거주지 이동은 단순한 이사가 아닙니다. 이것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부유세 도입 논의가 구체화되던 시점과 정확히 맞물려 진행된, 치밀하게 계산된 '자본의 파업'이자 '조세 망명'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시점과 그들이 쏟아부은 정치 자금의 흐름입니다. 2020년대 초반부터 2025년까지, 브린과 같은 초고액 자산가들은 '자선'과 '기부'라는 명목으로 막대한 자금을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투입해 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과학 기술 발전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선한 영향력'으로 포장되었으나, 그 이면에는 소득세 상한선을 방어하고 미실현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를 저지하려는 로비스트들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15년째 세무 컨설팅을 하고 있는 김민성(가명) 회계사는 이러한 현상을 "예고된 재난"이라고 묘사합니다. 그는 "2024년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부유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을 때, 이미 상위 0.1%의 클라이언트들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주 밖으로 옮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며, "이들에게 캘리포니아 거주권은 세금 고지서의 무게와 저울질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 같은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트럼프 2.0 행정부의 출범은 이러한 엑소더스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연방 차원의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가 예고되면서, 굳이 고율의 주(State) 세금을 부담하며 캘리포니아에 머물 명분이 사라진 것입니다. 브린을 포함한 빅테크 창업자들이 텍사스나 플로리다, 혹은 네바다와 같은 '무세(No-Tax) 천국'으로 눈을 돌리거나 법적 거주지를 모호하게 만드는 전략은 이제 생존 본능이 아닌 '자산 방어술'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부유세 논의와 고액 자산가 순유출 추이 (2020-2025)
입법 로비의 진화: 기부가 된 로비
2026년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의사당 주변 풍경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한때 로비스트들이 의원들과 은밀한 오찬을 즐기던 고급 레스토랑의 자리는, 이제 '미래 사회 연구'나 '지속 가능한 기술'을 표방하는 비영리 재단들의 정책 세미나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건전한 공론장처럼 보이지만, 세금 전문가들과 입법 감시 단체들은 이면의 '입법 로비의 진화'를 지적합니다. 이제 빅테크의 거물들은 정치인에게 직접 수표를 건네는 구시대적 방식을 버리고, 정책을 설계하는 싱크탱크와 시민단체에 천문학적인 기부금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입법의 물길을 원천적으로 틀어쥐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기부의 정치화' 혹은 '정책 세탁(Policy Laundering)'이라 불립니다. 세르게이 브린을 위시한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보면, 202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직접적인 정치 후원금(PAC)보다 자신의 재단을 통한 '목적성 기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이 자금은 기초 과학 연구나 기후 위기 대응과 같은 공익적 목적을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금의 수혜를 입은 연구소들이 내놓는 보고서가 묘하게도 '자본 이득세 인상 반대'나 '규제 완화'를 혁신의 필수 조건으로 포장하는 논리를 생산해낸다면, 이를 순수한 자선으로만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기업 지배구조와 조세 정책을 연구하는 김서연(가명)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흐름을 '세련된 정경유착'이라고 정의합니다. "과거 한국의 재벌들이 뇌물이나 음성적인 정치 자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2026년 실리콘밸리의 방식은 훨씬 고차원적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을 만들어낼 '지적 토양' 자체를 매입합니다. 기부를 통해 사회적 존경을 얻고, 동시에 그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이 기업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구조죠. 대중은 그들을 '기부왕'으로 칭송하지만, 그 이면에서 조세 정의는 조용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국에 던지는 질문: 공정 과세의 딜레마
캘리포니아의 혼란은 태평양 건너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인들에게 단순한 해외 토픽이 아닙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르게이 브린의 '정치적 자선'과 조세 회피 사이의 줄타기는 2026년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아픈 딜레마인 '상속세 개편'과 '법인세 인하' 논쟁의 거울상입니다. 자본은 국경을 넘나드는데 과세권은 국경 안에 갇혀 있는 현실, 이것이 바로 현재 대한민국 기획재정부와 여의도가 마주한 '공정 과세의 불가능성'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부유세 도입 움직임에 맞서 네바다나 텍사스, 혹은 싱가포르로 자산을 옮기겠다고 위협하는 모습은 한국의 판교 테크 밸리에서도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인 정우진(가명) 대표는 최근 법인 설립 7년 만에 싱가포르 법인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공격적인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로 전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한국에 남아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것이 '애국'이 아니라 '경영 실패'로 간주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습니다. 그의 고민은 단순한 엄살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가 2025년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기업의 30% 이상이 상속세 부담과 규제 환경을 이유로 본사 이전을 검토한 바 있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브린의 역설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글로벌 자본 유치라는 명목하에 초거대 자본의 '세금 쇼핑'을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자본 이탈의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조세 정의라는 원칙을 고수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시간은 한국의 편이 아닙니다. 캘리포니아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징벌적 과세'라는 감정적 접근과 '무조건적 감세'라는 낙수 효과의 환상에서 벗어나, 자본의 이동성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기여를 강제할 수 있는 정교한 '제3의 길'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