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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이츠 빙하의 최후통첩: 부산과 인천을 겨냥한 65cm의 파국

AI News Team
스웨이츠 빙하의 최후통첩: 부산과 인천을 겨냥한 65cm의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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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지는 얼음 위의 '유령들'

남극 서부,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의 붕괴 최전선에 세워진 임시 연구 기지, 이른바 '캠프 고스트(Camp Ghost)'의 아침은 알람 소리가 아닌 얼음이 찢어지는 굉음으로 시작됩니다. 영하 30도의 혹한보다 연구진을 더 옥죄는 공포는 발밑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입니다. 이곳은 위성 지도에는 안정적인 빙붕으로 표시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일 수 킬로미터씩 균열이 확장되고 있는, 말 그대로 '지도 밖의 영토'입니다.

2026년 현재, 이곳에 상주하는 다국적 연구팀은 스스로를 '유령'이라 부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의 연방 기후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공식적인 정부 지원이 끊긴 채 민간 펀딩과 국제 연대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명) 박준형 박사는 "우리는 존재하지만,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내는 데이터는 곧 그들이 서 있는 땅을 덮칠 미래입니다"라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위성 데이터의 한계 때문입니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은 빙하의 표면적 변화는 감지할 수 있지만, 빙하 밑바닥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붕괴는 놓치기 쉽습니다. '캠프 고스트'의 연구원들이 직접 얼음을 뚫고 내린 센서들은 빙하가 단순히 녹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오래된 건물의 기둥이 무너지듯 산산조각 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스웨이츠 빙하가 완전히 붕괴할 경우 전 세계 해수면은 약 65cm 상승하게 되며, 이는 주변 빙하의 연쇄 붕괴를 촉발해 최대 3m 이상의 상승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MICI: 65cm가 의미하는 도시의 종말

남극 서부의 최전선에서 과학자들이 목격하고 있는 공포의 실체는 학계에서 '해양 얼음 절벽 불안정성(MICI, Marine Ice Cliff Instability)'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물리학적으로 얼음 절벽이 수면 위로 100미터 이상 솟아오르면, 얼음 자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부실하게 지어진 고층 빌딩의 기둥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웨이츠 빙하가 MICI 메커니즘에 의해 붕괴할 경우 전 세계 해수면은 단기간에 약 65c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숫자 '65cm'는 일반 대중에게는 그저 발목 높이 정도의 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도시 공학적 관점에서 이는 해안 도시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치명타'입니다.

MICI 시나리오에 따른 해수면 상승 예측 (2100년 기준)

부산발전연구원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대입해 보면 그 충격은 명확해집니다. 해수면이 65cm 상승한 상태에서 태풍 '매미'급의 폭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경우,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방파제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바닷물은 도로를 덮치는 것을 넘어, 지하 주차장과 기계실을 순식간에 수장시키며 초고층 건물의 '생명 유지 장치'인 전력과 수도 공급을 끊어버릴 것입니다. 인천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의 특성상, 65cm의 상승은 인천공항과 송도 국제도시의 외곽 방벽 설계 기준을 위협하며 국가 물류 시스템의 마비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침묵하는 정치, 비명을 지르는 경제

문제는 이러한 과학적 데이터가 2026년의 정치·경제적 논리에 의해 지속적으로 '노이즈'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 정책 하에서 화석연료 규제는 사실상 철폐되었고,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과도한 공포 마케팅"으로 치부되기 일쑤입니다. 백악관은 올해 초 NOAA와 NASA의 기후 모니터링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눈'을 가려버렸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침묵'은 역설적으로 실물 경제에서 가장 먼저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금융권은 이미 조용히, 그러나 냉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요 시중 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해안가 저지대 담보 물건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심사를 강화했습니다. 이른바 '기후 리스크 디스카운트'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10년째 횟집을 운영하는 (가명) 박성훈 씨의 장부는 기후 위기가 어떻게 서민 경제를 타격하는지 보여줍니다. "예전에는 태풍 때만 모래주머니를 쌓았어요. 그런데 작년부터는 사리 물때마다 가게 앞 도로가 잠깁니다. 화재보험사는 침수 특약 가입을 거절하기 시작했고, 권리금은 3년 전의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과학자들이 빙하 위에서 보내오는 데이터가 무시되는 동안, 그 피해는 자산 가치 하락과 보험료 인상이라는 청구서가 되어 서민들의 삶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스웨이츠 빙하 연간 얼음 손실량 추이 (2020-2026)

마지막 경고: 비질(Vigil)의 끝에서

스웨이츠 빙하가 붕괴한다면, 그것은 과학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와 자본의 실패로 기록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의 연구는 이제 단순한 학문적 탐구가 아닌, 침묵 속에 잠겨가는 세계를 향한 '비질(Vigil, 철야 기도)'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묻고 있습니다. 워싱턴과 서울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 불편한 진실을 직면할 용기가 있는가, 아니면 당장의 경제 지표를 위해 미래 세대의 생존을 담보로 잡을 것인가.

우리는 지금 '설마'라는 안일함과 '혹시'라는 공포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65cm의 해수면 상승이 현실화될 때, 우리가 잃게 될 것은 단순히 해안선의 일부가 아닙니다. 그것은 수십 년간 쌓아 올린 국토의 안전이자,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생존의 터전입니다. 남극의 붕괴는 먼 미래의 재난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 부산 자갈치 시장 상인의 젖은 장화 속으로, 인천 송도 아파트의 하락한 공시지가 속으로 이미 스며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