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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의 '텅 빈 수확': 월가 호황 속 무너지는 실물 경제

AI News Team
트럼프 2.0의 '텅 빈 수확': 월가 호황 속 무너지는 실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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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9일, 아이오와주 디모인(Des Moines)의 공기는 두 가지 상반된 이유로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시내 컨벤션 센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2년 차를 자축하는 지지자들의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단상에 오른 대통령은 전광판에 붉게 빛나는 다우존스 지수를 가리키며 "규제 철폐가 가져온 미국의 황금기"를 역설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환호성이 스피커를 타고 흐르던 그 시각, 행사장 밖의 현실은 전혀 다른 온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미니애폴리스 한파(Minneapolis Freeze)'가 몰고 온 기록적인 폭설은 미 중서부의 물류 동맥을 끊어놓았고, 화려한 주가 지수와는 정반대로 실물 경제의 바닥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극명한 대비를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이는 디모인 외곽에서 3대째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는 마이클 존슨(가명) 씨입니다. 그는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대통령의 연설을 뒤로한 채, 부엌 식탁 위에 쌓인 고지서들을 묵묵히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존슨 씨의 농장은 지난 100년 동안 대공황과 금융 위기를 모두 버텨냈지만, '트럼프 2.0' 시대의 역설적인 경제 호황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규제 철폐라는 이름의 스테로이드

"뉴욕의 주식 브로커들에게는 황금기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생존을 위협받는 빙하기입니다." 존슨 씨의 목소리는 건조했습니다. 그의 장부에는 월가가 환호하는 '규제 완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거대 농업 기업들의 합병 규제가 풀리면서 종자와 비료 가격은 지난 2년 사이 40%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인해 주요 수출로가 막힌 옥수수 가격은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준(Fed)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농기계 할부금과 대출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그가 겪고 있는 것은 단순한 불경기가 아니라, 자산 시장과 실물 경제가 완벽하게 분리되는 '디커플링(Decoupling)'의 공포입니다.

2026년 1월,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전광판은 연일 붉은색 상승 화살표로 뒤덮여 있습니다. 다우존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S&P 500이 전례 없는 랠리를 이어가는 이면에는 '규제 철폐(Deregulation)'라는 강력한 스테로이드가 주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2.0 행정부가 내건 "미국을 다시 자유롭게(Make America Free Again)"라는 슬로건은 월가에서 자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신호로 해석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빗장이 풀린 곳은 에너지와 금융 섹터입니다. 백악관은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재확인하는 것을 넘어, 연방 토지 내 시추 허가 절차를 '패스트트랙'이라는 명목하에 대폭 간소화했습니다. 2025년 말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보고서가 예견했듯, 환경 규제 준수 비용이 기업의 대차대조표에서 증발하자 이는 즉각적인 영업이익 급증으로 치환되었습니다. 엑손모빌과 셰브론 등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연초 대비 15% 이상 폭등한 것은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비용 절감이 가져다준 확실한 현금 흐름에 대한 화답이었습니다.

배신당한 옥수수밭과 '복합 위기'

그러나 월가가 샴페인을 터뜨리는 동안, 미니애폴리스를 중심으로 한 중서부 지역이 기록적인 한파와 인프라 붕괴라는 '복합 위기(Compound Crisis)'에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를 넘어 비극적입니다. 규제가 사라진 틈을 타 기업들이 안전 비용을 삭감하고 단기 수익에 치중하는 사이, 사회적 안전망은 헐거워졌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습니다.

아이오와주 디모인 외곽,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은 트럼프 2.0 시대의 모순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입니다. 월스트리트가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기대감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축포를 쏘아 올리는 동안, 정작 그 번영의 약속을 믿고 표를 던졌던 '팜 벨트(Farm Belt)'의 심장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내세운 보호무역 장벽은 역설적으로 미국 농가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히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월가와 농가의 엇갈린 운명 (2023-2026)

위 차트는 이러한 괴리를 숫자로 증명합니다. S&P 500 지수(재조정 기준)가 지난 3년간 48% 상승하며 자산 시장의 파티를 즐기는 동안, 실질 농가 소득 지수는 35%나 급락했습니다. 금융 자산이 없는 농민들에게 주가 상승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오히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토지 임대료 인상은 소작농들의 목을 더 세게 조여오고 있습니다.

특히 1월 말 미 중서부를 강타한 '미니애폴리스 한파(Minneapolis Freeze)'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인재(人災)의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아이오와에서 수확한 곡물을 주요 항구로 실어 나르는 물류 허브인 미니애폴리스의 철도망이 결빙으로 마비되면서, 존슨 씨와 같은 농부들은 이중고에 갇혔습니다. 철도 민영화와 안전 규제 완화로 인해 노후화된 선로와 열차들이 극한 기후에 속수무책으로 멈춰 섰기 때문입니다. 물류가 막히자 운송 비용은 평소의 세 배로 치솟았고, 제때 출하하지 못한 옥수수는 창고에서 썩어가고 있습니다. 규제를 걷어내면 효율이 오를 것이라던 워싱턴의 믿음이, 현장에서는 '시스템의 붕괴'로 나타난 셈입니다.

한국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

미국 중서부의 '복합 위기'는 태평양을 건너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가 규제 완화라는 마약에 취해 축포를 터뜨리는 동안,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미국 '러스트 벨트'와 '팜 벨트'의 실물 경제는 미니애폴리스 발(發) 한파와 물류 마비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닌, 지난 1년간 트럼프 2.0 행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방기하고 자산 시장 부양에만 몰두한 결과가 낳은 '인재'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아이오와주를 비롯한 중서부 곡창지대의 소비 심리 위축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가전제품 수요에 즉각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울산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박지훈(가명, 48) 씨의 사례는 이러한 위기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박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경기가 살아나 주문이 늘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지난해 말부터 중서부 지역 딜러들의 주문량이 급감했고, 최근 미니애폴리스 물류 대란까지 겹치며 선적한 물건이 현지에 도착조차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박 씨의 공장은 현재 가동률을 70% 수준으로 낮춘 상태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 대기업들이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공을 들여온 미국 내 대규모 투자입니다. 조지아, 텍사스, 그리고 중서부 일대에 건설 중인 배터리 및 전기차 공장들은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명분 아래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2.0 시대의 정책 불확실성과 현지 인프라의 노후화가 겹치며, 이들 공장의 정상 가동 시점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미니애폴리스의 전력망 붕괴와 철도 마비 사태는 미국 인프라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이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꿈꾸던 한국 기업들에게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모래 위에 쌓은 성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이 '임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랐다고 경고합니다. 실물 경제라는 단단한 지반 없이 금융 자본의 힘만으로 지탱되는 성장은 외부 충격에 극도로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니애폴리스발 물류 대란이 보여주듯, 기후 위기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언제든 모래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파도가 될 수 있습니다.

화려한 주가 지수 뒤에 가려진 농촌의 절규를 외면한다면, 2026년 하반기 미국 경제는 '연착륙(Soft Landing)'이 아닌,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파국적인 '경착륙(Hard Landing)'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한국 경제 역시 이러한 미국의 '텅 빈 수확'이 보내는 경고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실물 경제의 뒷받침 없는 자산 시장의 독주는 결국 누구를 위한 번영인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