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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주홍글씨 1년: 배현진 사태와 정치적 사적 제재의 그늘

AI News Team
디지털 주홍글씨 1년: 배현진 사태와 정치적 사적 제재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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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의 플래시백: '참교육'이라는 명분의 그늘

2025년 1월, 서울의 겨울은 유독 매서웠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를 달군 열기는 그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정치인을 향한 흔한, 그러나 도를 넘은 악성 댓글이었습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쏟아진 인신공격성 비난은 분명 근절되어야 할 디지털 폭력이었으나, 이에 대응하는 배 의원의 방식은 우리 사회에 '정당방위의 한계'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 보면, 배 의원은 자신을 비난한 누리꾼의 포털 사이트 아이디와 프로필 사진을 캡처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공개적으로 게시했습니다. 문제는 그 프로필 사진 속에 해당 누리꾼의 어린 자녀로 추정되는 아이의 얼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는 점입니다. "악플러를 잡겠다"는 명분, 소위 '참교육'이라는 환호 뒤에는 "미성년자인 가족까지 디지털 광장에 세우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는 윤리적 비명이 뒤섞였습니다.

당시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이자 이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던 (가명) 박지현 씨는 "정치인이 악플러와 싸우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무런 잘못 없는 아이의 얼굴이 수만 명에게 노출되는 것을 보며 섬뜩함을 느꼈다"고 회고합니다.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었습니다. 실제 댓글창에는 아이의 외모를 품평하거나 부모의 잘못을 아이에게 전가하는 2차 가해성 발언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더욱 논란을 키운 것은 그 직후의 대응이었습니다. "아이 사진은 내려달라", "연좌제나 다름없다"는 시민들의 우려와 삭제 요청이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배 의원 측이 보인 반응은 침묵 혹은 '미소'로 해석될 수 있는 여유로운 태도였습니다. 이는 법적 절차를 밟아 가해자를 처벌하는 시스템적 해결 대신, 정치인이 가진 거대한 스피커를 이용해 즉각적인 사적 제재(Private Sanction)를 가한 선례로 남았습니다.

2026년 현재의 시각에서 되돌아볼 때, 그해 겨울의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피해자 중심주의'가 '가해자 응징'이라는 명분 아래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결정적 변곡점이었습니다. 지지자들에게는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주었을지 모르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디지털 파편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좌제적 망신 주기'가 정당한 정치적 방어권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남기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좌표 찍기': 정당방위인가, 권력 남용인가

2025년 1월, 배현진 의원이 자신을 비난한 누리꾼의 프로필 사진을 캡처해 공개했을 때, 대중의 시선은 엇갈렸습니다. 누군가는 정치인의 정당한 반격이라며 환호했고, 누군가는 공권력을 가진 이의 잔혹한 사적 제재라며 전율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26년 오늘, 우리는 그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임계점'이었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일반인을 특정하고, 지지층에게 공격의 '좌표'를 제공하는 행위가 과연 '디지털 정당방위'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의 공론장을 날카롭게 파고들었습니다.

정치인도 자연인으로서 인격권을 가집니다. 무차별적인 욕설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거나 불쾌감을 표출할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2026년 현재 정치권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악성 댓글 방지법 개정안'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방어'와 '응징'의 경계는 그들이 가진 '스피커'의 크기에서 갈립니다. 팔로워 수만 명을 거느린 유력 정치인이 일반 시민의 신상, 특히 그 프로필에 포함된 미성년 자녀의 얼굴까지 모자이크 없이 '박제'하는 행위는 비대칭 전력의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단순한 반박을 넘어, 팬덤이라는 조직된 힘을 빌려 개인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디지털 투석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좌표 찍기'의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은 '디지털 연좌제'의 부활입니다. 배 의원 사건 당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지점은 바로 '아이의 얼굴'이었습니다. 부모의 정치적 견해나 표현 방식이 아무리 저급했다 하더라도, 그 책임이 얼굴이 공개된 자녀에게 전가되는 것은 현대 사법 체계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2026년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워킹맘 (가명) 이지은 씨의 사례는 이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줍니다. 평소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이 씨는 1년 전 그 사건을 목격한 직후, 자신의 SNS에 있던 자녀 사진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정치인이 일반인의 가족까지 공격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제가 쓴 댓글 하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혹은 인터넷에서 조리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생긴 거죠. 그 뒤로는 건전한 비판조차 꺼리게 되더라고요. 그냥 입을 닫는 게 가족을 지키는 길이니까요." 이지은 씨의 고백은 정치인의 과잉 대응이 어떻게 평범한 시민의 입을 막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로운 비판'을 위축시키는지를 증명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팬덤 정치의 무기화'라고 진단합니다. 정치인에게 강성 지지층은 든든한 우군이지만, 그들이 정치인의 손짓 하나에 움직이는 '디지털 자경단'이 될 때 정치는 대화가 아닌 섬멸전으로 변질됩니다. 지지자들에게 반대파 시민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정치인이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반대 여론을 탄압하는 효율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 여의도에서는 이러한 '좌표 찍기'가 일종의 효능감 있는 정치 기술로 자리 잡는 경향마저 보였습니다.

얼굴 없는 아이들의 비명: 디지털 연좌제의 위험성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지금, 디지털 공간에서의 사적 제재는 더욱 정교하고 대담해졌습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정치적 양극화와 디지털 폭력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인이 직접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지지자들에게 이른바 '좌표'를 찍는 행위가 2025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트럼프 2.0 시대의 거침없는 직접 소통 방식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보복 정치가 국내 디지털 생태계에 이식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보호받아야 할 아동의 인권이 정치적 공방의 소모품으로 전락했다는 점입니다. (가명) 최윤서 씨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로서 당시 사건을 떠올리며 "부모의 잘못이 무엇이든 아이의 얼굴이 정치인의 SNS에 박제되어 영구적으로 디지털 바다를 떠돌게 된 것은 명백한 폭력"이라고 성토했습니다. 한번 온라인에 유포된 이미지는 완전한 삭제가 불가능한 '디지털 주홍글씨'가 되어, 아이가 성장하는 내내 심리적 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법조계의 시각도 엄중합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아동복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입니다. 당시 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건수를 살펴보면, 공인의 공적 업무와 무관한 가족 및 미성년 자녀에 대한 정보 공개가 인권 침해의 새로운 유형으로 급부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디지털 인권 침해 상담 및 진정 건수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와 정치인의 방어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타인의 인격을 파괴하거나 연좌제식 보복으로 이어질 때 공동체의 신뢰는 무너집니다. 특히 2026년의 기술 환경은 AI를 통한 이미지 합성 및 재가공이 손쉽게 이루어지는 만큼, 한 번 노출된 아동의 사진은 예상치 못한 2차 가해의 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비약적으로 높아졌습니다.

2026년의 역설: 규제는 논의되었으나 혐오는 정교해졌다

2026년 1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시계바늘은 부지런히 돌아가지만, '디지털 윤리'의 시계는 1년 전 그날에 멈춰 있습니다. 배현진 의원의 '누리꾼 자녀 사진 공개' 사건이 남긴 파장은 당시 뜨거운 감자였으나,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가 받아든 성적표는 '제도적 개선'이 아닌 '혐오의 기술적 진화'였습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인의 방어권인가, 과도한 좌표 찍기인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오갔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정치인의 SNS 활용 가이드라인과 일반 시민에 대한 '디지털 연좌제' 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논의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잠들어 있는 관련 법안들은 먼지만 쌓인 채 폐기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난 1년 사이, 정치적 반대자를 향한 '신상 털기'는 여의도를 넘어 지지층 사이의 '표준 교전 수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지털 시민성의 붕괴'라고 진단합니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가 2025년 말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상대방의 사생활을 공격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1년 새 12%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특히 "상대가 먼저 공격했다면 가족 공개도 정당방위"라는 논리는, 배 의원 사건 당시 형성된 '선례'가 우리 사회의 도덕적 임계점을 얼마나 낮춰버렸는지를 방증합니다.

정치권의 책임은 무겁습니다. 2024년 총선 이후 극단으로 치닫는 양극화 속에서, 각 정당은 강성 지지층의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좌표 찍기 문화를 묵인하거나 방조해왔습니다. 1년 전 그 사건은 우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2026년 한국 사회가 마주한 '혐오의 일상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던 셈입니다. 정치인의 '입'과 '손가락'이 가진 무게가 일반 시민의 그것과 같을 수 없음을 망각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평범한 이웃들에게 전가됩니다.

성숙한 공론장을 위하여: 감정의 정치를 넘어

지난 1년간 우리 사회가 목도한 것은 단순한 정치인의 설화(舌禍)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디지털 자력구제'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공적 권력의 사유화 가능성에 대한 서늘한 경고였습니다. 2025년 1월, 배현진 의원이 자신을 조롱한 누리꾼의 자녀 사진을 SNS에 공개하며 촉발된 논란은 법적 시비와는 별개로 대한민국 정치 문법에 씻기지 않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정치인이 자신을 향한 공격에 대해 일반 시민과 똑같은 방식, 혹은 더 가혹한 '좌표 찍기'로 응수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법조계와 정치 평론가들은 이제 '디지털 방어권'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익명의 그늘에 숨은 악성 댓글과 조롱은 분명 근절되어야 할 범죄 행위입니다. 그러나 그 대응 방식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 악순환을 끊어낼 책임은 결국 마이크를 쥔 공적 화자에게 있습니다. 공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이 사법 시스템이라는 정당한 절차를 건너뛰고, 팬덤을 동원한 인민재판식 대응을 선택할 때, 사회의 신뢰 자본은 급격히 훼손됩니다.

유럽연합(EU)이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통해 온라인상의 불법 콘텐츠와 혐오 표현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적 인물의 디지털 윤리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단순히 '누가 먼저 돌을 던졌는가'를 따지는 유치한 진실 공방을 넘어, 갈등을 제도 안에서 해소하려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됩니다. 2026년의 대한민국 정치가 지향해야 할 곳은 분노를 배설하는 '콜로세움'이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치유하는 '아고라'여야 합니다. 배 의원 사건이 남긴 흉터가 단순히 상처로만 남지 않고, 우리 사회가 감정의 정치를 넘어 이성적 공론장으로 나아가는 예방주사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