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내전: 한동훈 제명, 6월 지방선거 '공천권 전쟁'의 방아쇠

한겨울 밤의 숙청, 그리고 선전포고
2026년 1월의 마지막 금요일, 여의도의 밤은 유난히 혹독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한강의 칼바람보다 더 매서운 한파가 국민의힘 당사를 덮쳤습니다. 자정을 넘긴 시각,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예상을 깨고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이라는 극약 처방을 확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징계가 아니었습니다. 6월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보수 진영의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이자 직전 당 대표를 정치적 낭떠러지로 밀어버린 '한겨울 밤의 숙청'이었습니다.
윤리위가 내세운 명분은 이른바 '당원 게시판 여론 조작 의혹'이었습니다. 지난 1년여간 당내를 뜨겁게 달궜던 이 논란은 결국 '해당 행위'라는 낙인과 함께 정치적 사형 선고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의도 정가 그 누구도 이 결정을 순수한 윤리적 심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윤계 의원은 "곪았던 것이 터진 것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그 이면에는 다가오는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치열한 수 싸움이 깔려 있습니다. 트럼프 2.0 시대의 도래와 함께 안보 및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주류 세력의 위기감이 '제명'이라는 초강수로 표출된 것입니다.
한동훈 전 대표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격렬했습니다. 징계 결정 직후 자신의 SNS와 자택 앞 긴급 회견을 통해 그는 "이것은 명백한 정치 보복이자,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저열한 공작"이라며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그는 "잠시 당을 떠나게 되지만, 반드시 국민과 함께 돌아와 이 비상식적인 폭거를 바로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는 2016년 유승민 전 의원이 겪었던 '공천 학살'의 데자뷔를 연상시키면서도, 훨씬 더 공격적이고 조직적인 '저항'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한 전 대표 측은 이미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며, 지지층을 결집해 독자적인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수의 내전' 양상은 당원들에게 깊은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며 보수 정당을 지지해온 김철수(가명) 씨는 "경제가 어려워 죽겠는데, 정치인들은 자기들끼리 밥그릇 싸움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김 씨의 말처럼, 민생(民生)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벌어지는 이 권력 투쟁은 보수 지지층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들의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이번 사태 이후 보수층 내에서도 '징계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며 심리적 분당(分黨)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결국 한동훈의 제명은 사태의 끝이 아니라,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거대한 전쟁의 서막입니다. 주류 측은 이번 기회에 '불안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고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 하겠지만, 한동훈 전 대표가 '피해자 서사'를 무기로 장외에서 여론전을 펼칠 경우 수도권과 중도층의 표심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총구는 이미 불를 뿜었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는 끊어졌습니다. 과연 이 내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보수 정당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까요? 2026년의 봄은 그 어느 때보다 잔인한 계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시판 게이트'라는 명분, 공천권이라는 실리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을 내린 직후, 여의도 정가는 '게시판 게이트'의 진상 규명보다는 그 시점이 갖는 정치적 함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명분은 당원 게시판 내 여론 조작 의혹, 이른바 '게시판 게이트'에 대한 도덕적 책임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시계바늘을 6월로 돌려보면, 이번 결정이 단순한 징계를 넘어선 고도의 정치 공학적 계산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2026년 6월 3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시판 게이트'는 분명 휘발성이 강한 이슈였습니다. 당원들의 순수한 의사 표현 공간이 특정 세력의 조직적인 여론 조작 놀이터로 변질되었다는 의혹은,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었던 보수 정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친윤(친윤석열)계가 주도하는 당 지도부가 이 문제를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전광석화처럼 제명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공천권(公薦權)'이라는 거대한 실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 못지않게 당의 풀뿌리 조직을 장악하는 핵심 기제입니다.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수천 명의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 도장을 누가 쥐느냐가 향후 보수 진영의 권력 지형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의도연구원의 한 내부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번 제명은 사실상 '한동훈 지우기'의 완결판이자,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친윤계의 선제 타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만약 한 전 대표가 당적을 유지한 채 지방선거 국면을 맞이했다면, 그의 팬덤과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공천 지분에 대한 요구가 거세졌을 것입니다. 이는 임기 후반기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는 친윤계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시나리오였을 것입니다. 결국, '게시판 의혹'은 그를 링 밖으로 밀어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명분 있는 '트리거(Trigger)'로 활용된 셈입니다.
친윤의 도박: '한동훈 지우기'는 성공할까
친윤(親尹) 주류 세력이 감행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제명은 단순한 징계가 아닙니다. 이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기 위한 치밀한 ‘외과 수술’이자, 보수 진영의 미래를 담보로 건 위태로운 도박입니다. 표면적인 명분은 당원 게시판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한 책임론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차기 권력 지형을 둘러싼 생존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용산과 여의도 주류가 '불편한 동거' 대신 '확실한 독재'를 택했다"고 분석합니다.
친윤계의 계산은 명확합니다. 임기 후반부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당정 일체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내부의 '이질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했던 "배신의 정치" 프레임이 2026년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고스란히 덧씌워진 셈입니다. 이들은 대구·경북(TK)과 6070 전통 지지층만 결집시켜도 지방선거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실제로 최근 리얼미터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전통적 보수 텃밭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제명을 '기강 잡기'로 긍정 평가하는 기류가 감지됩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수도권 격전지에서 선거를 준비 중인 최영진(가명, 52, 국민의힘 경기도당 당협 간부) 씨는 "지도부가 계산기를 잘못 두드리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최 씨는 "지난 총선에서 우리가 그나마 수도권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가진 '중도 확장성'과 '수도권 소구력' 때문이었다"며, "이제 간판을 내리고 우리끼리 뭉치자고 하면, 서울·경기 지역 3040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아예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제명 조치는 보수 정당의 고질적 병폐인 '뺄셈의 정치'를 다시금 소환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포스트 한동훈'의 부재입니다. 한 전 위원장을 축출한 자리를 채울 새로운 리더십이나 담론이 보이지 않습니다. 트럼프 2.0 시대의 도래로 안보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2026년, 집권 여당은 민생(民生) 위기 해결보다 내부 권력 투쟁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최근 발표한 논평에서 "집권 여당이 공천권이라는 기득권 수호에 매몰되어 민생 입법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친윤계는 이번 도박이 '질서 있는 재편'으로 이어지길 기대하지만, 역사는 다른 결말을 경고합니다. 2016년 총선 당시 '진박 감별사' 논란이 보수 분열과 참패로 이어졌듯, 2026년의 '한동훈 지우기' 역시 보수의 외연을 스스로 축소시키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한동훈이라는 구심점을 잃은 비윤(非尹)계와 중도층이 제3지대로 이탈하거나 무당층으로 돌아설 경우, 다가올 6월 지방선거는 보수 진영에게 '약속된 패배'의 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번 제명 사태는 당원 게시판 논란의 종결이 아니라, 보수 진영 전체를 집어삼킬 거대한 내전(Civil War)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2026 보수 지지층 내 '한동훈 제명' 찬반 여론 (단위: %)
흔들리는 텃밭: 대구·경북의 민심은 어디로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의 공기는 2026년 1월의 한파만큼이나 냉랭했습니다. 과거 보수 정당의 위기 때마다 결집의 구심점이 되었던 이곳이지만,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의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무조건적인 "우리가 남이가" 식의 단합보다는, "이건 너무했다"는 탄식과 "당을 어지럽힌 대가"라는 호통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문시장에서 30년 넘게 건어물 가게를 운영해 온 박영석(가명)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대통령하고 척을 지면 되나. 내부 총질도 정도껏 해야지, 당이 깨지면 다 죽는다는 걸 왜 몰라." 그에게 한 전 대표의 행보는 '개혁'이 아니라 '배신'으로 비쳤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TK(대구·경북) 6070 세대의 정서를 대변합니다. 이들에게 보수 정당은 단순한 정치 결사체가 아니라, 삶의 궤적을 함께해 온 운명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당의 위계와 질서를 흔드는 행위는 용납하기 힘든 일탈로 간주됩니다.
반면, 대구 수성구의 IT 기업에 재직 중인 최민지(가명) 대리의 시각은 정반대입니다. 그녀는 이번 사태를 "보수의 자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변화하려는 시늉이라도 했던 사람을 내치면, 도대체 누가 이 당에 희망을 걸겠습니까?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제 진짜 꼰대 당이 됐다'는 말이 돌아요." 최 씨의 말처럼, TK 지역 내 2030 세대의 이탈 조짐은 심상치 않습니다. 지역 언론인 매일신문이 최근 보도한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TK 지역 20대와 30대의 무당층 비율이 한 전 대표 징계 논의가 시작된 지난달 대비 유의미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던 TK의 세대 간 균열이 임계점에 달했음을 시사합니다.
TK 지역 연령별 정당 지지도 변화 추이 (2025.10 - 2026.01)
이러한 민심의 균열은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에는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통했지만, 이번에는 '공천 파동'이 본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돕니다. 특히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이 공천 과정에서 '학살' 수준의 물갈이로 이어질 경우,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제3지대 시나리오: '탄핵의 추억'과 2026년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각운(Rhyme)은 맞춘다"는 마크 트웨인의 격언처럼, 2026년 1월 여의도의 공기는 10년 전인 2016년 겨울의 살풍경과 기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당시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과 함께 유승민 전 의원이 내쳐지며 시작된 보수 분열의 트라우마가, 이번에는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이라는 형태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의 전략가들이 분석하는 2026년의 '제3지대 시나리오'는 과거 바른정당 사태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파괴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2016년의 분열이 탄핵이라는 거대한 헌정사적 위기 앞에서의 '가치 논쟁' 성격이 짙었다면, 2026년의 분열은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적나라한 '생존 투쟁'이기 때문입니다.
보수 진영의 핵심 텃밭인 강남 3구와 분당, 판교의 민심은 이미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국민의힘 계열 정당을 지지해왔다는 성남시 분당구의 자영업자 이진우(가명) 씨는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핑계일 뿐, 결국은 자기 사람 심기 위한 밥그릇 싸움 아니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씨와 같은 수도권 중도·보수 유권자들에게 한 전 대표의 제명은 '도덕적 하자'에 대한 징계가 아니라, 영남 기득권 세력에 의한 '수도권 축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는 곧 창당이나 무소속 연대로 이어질 '한동훈 신당'이 영남이 아닌 수도권을 기반으로 할 것임을 시사하며, 보수 정당의 지역적 고립을 가속화할 수 있는 트리거가 됩니다.
2026 지방선거 수도권 가상 대결 시뮬레이션 (단위: %)
위 데이터가 보여주듯, 보수 표가 갈라질 경우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어부지리' 압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한동훈 전 대표가 구축해 온 '73년생 한동훈'이라는 팬덤과 중도 확장성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보다는 2040 세대와 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 소구력이 강합니다. 만약 그가 독자 세력화에 나선다면, 국민의힘은 '영남 자민련'으로 위축되고, 한동훈 신당은 '수도권 보수당'으로 자리 잡으며 보수 진영 자체가 지역적으로 양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게 됩니다.
6월의 심판대,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이라는 초강수는 보수 정당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자해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과거의 ‘당원 게시판’ 논란을 매듭짓기 위한 조치가 아닙니다. 2026년 6월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두고 벌어지는 보수 진영 내 헤게모니 쟁탈전의 서막이자, 생존을 건 전면전의 시작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명분 없는 숙청과 질서 있는 재편이라는 두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본질은 결국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로 귀결됩니다.
공천권 전쟁의 이면에는 트럼프 2.0 행정부의 출범 이후 가속화된 수출 위기와 내수 부진이라는 혹독한 대외 환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보수 유권자들은 당장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고 있지만, 여권 내부의 분열은 오히려 민생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집니다. 경기도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박지훈(가명) 씨는 현장의 분위기를 "중앙당이 내분에 휩싸이면서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내세울 명분이 사라졌다"며 "누가 공천권을 쥐느냐보다 당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번 내전의 승패는 6월 지방선거의 개표 결과가 나오는 순간 판가름 날 것입니다. 만약 보수 진영이 수도권과 주요 격전지에서 참패한다면, 한동훈 제명을 주도한 주류 세력은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반면, 강행군을 통해 승리를 쟁취한다면 이는 윤석열 정부 하반기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신형 엔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로서 분명한 점은 보수 진영이 공멸의 위기와 재편의 기로라는 가장 위험한 외줄 타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