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 강 건넌 여권: 한동훈 제명, '보수 재편'의 신호탄인가 자멸인가

'정치적 사형 선고'의 날, 여의도에 닥친 한파
2026년 1월 30일, 여의도의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를 밑돌았지만, 국민의힘 당사 3층 윤리위원회 회의실 앞의 공기는 그보다 더 차갑고 날카로웠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마라톤 회의가 8시간을 넘긴 오후 6시 30분,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자 쏟아져 나온 것은 단순한 징계 결과가 아닌, 보수 진영의 분열을 공식화하는 파열음이었습니다.
"당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내부 분란을 지속적으로 야기한 점을 들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제명'을 의결합니다."
윤리위원장의 짧은 발표는 순식간에 여의도 정가에 타전되었습니다. 제명은 당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로, 사실상 정치적 사형 선고와 다름없습니다. 2024년 총선 패배 이후 당내 비주류로 밀려났으면서도 꾸준히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며 '팬덤'을 유지해 온 한 전 위원장에게, 당 주류 세력인 친윤(친윤석열)계가 던진 마지막 승부수였습니다. 이는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에서 '불확실한 변수'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됩니다.

결과가 발표된 지 불과 30분 만인 오후 7시, 한동훈 전 위원장은 여의도 모처의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의 표정에는 당혹감보다는 올 것이 왔다는 비장함이 서려 있었습니다. 그는 준비된 원고 없이 마이크 앞에 서서 "오늘의 결정은 저 한동훈 개인에 대한 징계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대한 제명"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이어 "권력에 굴종하여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에게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넘어선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시사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제3의 길', 즉 신당 창당이나 독자 세력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당직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총선 패배 이후 쇄신은커녕 내부 총질만 일삼던 암덩어리를 도려낸 것"이라며 윤리위 결정을 환영했지만, 당사 앞에서 시위 중이던 30대 당원 (가명) 김민성 씨는 "합리적 보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막혔다. 이제 이 당에 미래는 없다"며 탈당계를 흔들어 보였습니다. 김 씨의 사례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물 축출을 넘어, 수도권과 중도층 지지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단면입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평가합니다. 친윤계는 한 전 위원장을 축출함으로써 당내 단일대오를 형성했다고 판단할지 모르나, 이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물밑에서만 논의되던 '비윤 연대'의 명분을 완성시켜 준 꼴이 되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2.0 시대의 도래로 한국 경제와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2026년의 시점에서, 집권 여당이 내부 권력 투쟁에 매몰된 모습은 민심 이반을 가속화할 위험이 큽니다.
이날 밤, 여의도의 차가운 바람은 단순히 계절의 탓만이 아니었습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진영은 이제 '친윤 주류'와 '한동훈 중심의 비주류'라는 두 개의 거대한 빙하가 충돌하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제명 결정이 보수 재건을 위한 고육지책이 될지, 아니면 공멸을 부르는 자충수가 될지는 이제 남은 5개월, 민심의 향배에 달려 있습니다.
게시판 게이트의 이면: 왜 하필 지금인가
정치에서 우연은 없습니다. '당원 게시판 게이트'가 터진 시점과 한동훈 대표에 대한 전격적인 제명 결정이 이루어진 시점을 달력 위에 겹쳐보면, 이 사태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2026년 1월 30일, 오늘은 6월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입니다. 통상적으로 지방선거 공천 심사위원회(공심위) 구성과 예비 후보자 등록이 본격화되는 '정치적 수확기'의 입구에서 집권 여당의 당대표가 축출되었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가 도덕성 검증이 아닌 '공천권 전쟁'의 서막임을 웅변합니다.
표면적으로 주류 세력은 한 전 대표 가족 명의로 작성된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당의 기강을 무너뜨렸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 사건을 '트리거(Trigger)'로 볼 뿐, '폭약' 그 자체로 보지 않습니다. 진짜 폭약은 한 전 대표가 줄곧 주장해 온 '시스템 공천'과 주류 세력이 원하는 '전략 공천'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에 묻혀 있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가명) 박철민 씨의 증언은 현장의 혼란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는 "지난 1년 가까이 한동훈 체제의 '시스템 공천' 기준에 맞춰 당 기여도와 여론조사 수치를 관리해왔다"며, "갑작스러운 지도부 붕괴로 인해 공천 기준이 '실적'에서 다시 '충성심'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예비 후보들이 대다수"라고 토로했습니다. 박 씨의 우려처럼, 공천권은 단순한 후보 선출 절차가 아니라 당내 권력 지형을 지방 의회 뿌리부터 재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주류 세력에게 한 전 대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지방 조직에 심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셈입니다.
특히 2026년은 윤석열 정부 집권 후반기의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결정적인 해입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파고와 북핵 위기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여권 핵심부는 '당정 일체'를 넘어선 '친정 체제' 구축을 생존 전략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의 이견을 조율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다소 거친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의지입니다. 한 전 대표의 제명은 곧 '잡음 없는 공천'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속전속결' 식 제명은 역설적으로 보수 진영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쪼개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내포합니다. 과거 '진박 감별사' 논란이 보수 정당의 궤멸적 패배를 불러왔던 2016년 총선의 악몽이 오버랩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시에도 승리를 확신했던 주류의 무리한 공천 개입은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화했습니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 대표가 최근 리포트에서 "유권자는 권력 투쟁의 승자가 아니라, 그 투쟁 과정에서 누가 더 민심을 두려워했는지를 기억한다"고 지적한 대목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왜 지금인가'에 대한 답은 명확합니다.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판이 깔리기 전에 게임의 룰을 세팅하려는 주류의 조급함과, 독자적인 세력화를 꿈꿨던 비주류의 저항이 임계점에서 충돌한 것입니다. 루비콘 강은 건너졌고, 이제 남은 것은 이 도박이 보수의 재편을 가져올 '창조적 파괴'가 될지, 아니면 공멸을 부를 '자해적 충돌'이 될지 지켜보는 일뿐입니다. 유권자들은 이미 그 답안지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도권 대 영남권: 균열하는 보수의 지형도
이번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제명 사태는 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을 넘어, 보수 지지층의 지형 자체를 근본적으로 갈라놓는 '지각 변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균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에서는 '배신자 심판론'이 힘을 얻으며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는 '정당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과 함께 지지율이 급락하는 '데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뚜렷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가명) 정우진 씨의 목소리에는 수도권 중도·보수층의 깊은 회의감이 묻어납니다. 정 씨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보수가 승리할 수 있었던 건, 합리적인 변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제명 결정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과거의 권위주의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 지역의 3040 세대 및 중도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를 '용산의 힘자랑'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강합니다. 고물가와 금리 압박 속에서 민생 현안보다 당내 권력 투쟁에 매몰된 집권 여당의 모습은 수도권의 '실용적 보수' 층에게 피로감을 넘어선 이탈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면,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의 정서는 사뭇 다릅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가명) 이명숙 씨는 이번 결정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옹호했습니다. 그녀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시기에 내부 총질을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뭉쳐야 산다"는 위기론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영남권의 결집은 현 주류 세력에게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지만, 역설적으로 수도권 민심과의 괴리를 심화시키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습니다. '집토끼'를 단속하려다 '산토끼'를 모두 놓아주는, 이른바 확장성의 한계에 봉착한 셈입니다.
한동훈 제명 사태 직후 권역별 여당 지지율 변동 추이 (2026년 1월 4주차)
데이터는 이러한 균열이 일시적 반발을 넘어 구조적 고착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합니다. 리얼미터와 갤럽 등 주요 기관의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제명안 통과 직후 수도권에서의 여당 지지율 하락폭은 오차범위를 넘어선 두 자릿수에 육박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6월 지방선거의 캐스팅보트인 중도층의 이탈 속도입니다. 수도권의 중도 보수층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급작스러운 축출 과정이 이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입니다.
이러한 지역적·이념적 괴리는 향후 정계 개편의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영남권에 고립된 여당 주류 세력과, 갈 곳을 잃은 수도권의 비주류 및 중도 보수 세력 사이의 틈새가 벌어지면서 '제3지대'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열리고 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 우려하는 '보수 분열' 시나리오는 이제 가설이 아닌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장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당심(영남)'과 '민심(수도권)'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영남의 박수를 받을수록 수도권의 표는 멀어지는 딜레마, 이것이 현재 여권이 마주한 잔인한 성적표입니다.
'한동훈 신당' 시나리오: 찻잔 속 태풍인가, 제2의 바른정당인가
여의도의 시계는 이미 6월 지방선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제명 결정이 내려진 직후, 정치권의 관심은 제명의 '정당성'이 아닌 그 이후의 '파괴력'으로 급격히 이동했습니다. 여권 주류는 당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단일 대오'를 구축했다는 안도감을 내비치고 있으나, 다수의 정치 평론가와 데이터 분석가들은 이번 결정이 보수 진영 전체를 흔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단순한 인물 축출을 넘어, 2026년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거대한 변수가 도래했음을 의미합니다.
가장 먼저 소환되는 역사적 평행이론은 2008년 총선 당시의 '친박연대'와 2017년 탄핵 정국 속에서 탄생한 '바른정당'입니다. 한 전 위원장의 현재 위치는 이 두 사례의 교집합 어딘가에 위치합니다. 여권 주류에 의해 쫓겨난 '피해자 서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2008년의 친박 세력과 유사합니다. 당시 "살아서 돌아오라"는 메시지 하나로 대구·경북(TK) 지역을 휩쓸었던 '바람'은 한국 정치사에서 동정론이 얼마나 강력한 기폭제인지 증명했습니다. 한 전 위원장 역시 탄탄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의도 문법'에 빚지지 않은 비주류 이미지가 강점입니다.
그러나 조직력과 지역 기반의 부재는 그를 2017년의 바른정당과 겹쳐 보이게 만듭니다. 당시 개혁 보수를 표방하며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은 명분은 있었으나, 조직이라는 실리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고사했습니다. 현재 한 전 위원장은 당내 현역 의원들의 집단적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천권을 쥔 주류 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역 의원들이 탈당이라는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셈법은 유권자들의 피로감과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띱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10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중도 보수 성향의 (가명) 정민수 씨는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면서 원자재 가격이 뛰고 대출 금리는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이는데, 집권 여당은 내부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정 씨는 "한동훈이 좋아서가 아니라, 지금의 여당이 싫어서라도 대안이 나온다면 표를 줄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한 전 위원장의 독자 세력화가 기존 보수 지지층의 분열뿐만 아니라, 무당층과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수도권 승부는 3~5% 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박빙 지역이 많습니다. 만약 '한동훈 신당'이 출현하여 수도권에서 보수 표를 5%만 잠식하더라도, 국민의힘은 6월 지방선거에서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 2010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 확인된 '보수 분열 필패'의 공식입니다. 한 전 위원장이 굳이 독자 정당을 창당하지 않더라도, 무소속 연대를 통해 특정 지역구에 후보를 내거나, 혹은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고 침묵하는 것만으로도 여권에는 치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제명 사태는 여권 주류의 '위험한 도박'으로 귀결됩니다. 그들은 당장의 불편함을 제거하기 위해 미래의 잠재적 킹메이커, 혹은 킹킬러를 당 밖으로 내보낸 셈입니다. 2026년 1월, 매서운 한파 속에서 얼어붙고 있는 것은 비단 날씨만이 아닙니다. 유연성을 잃은 정치는 부러지기 마련이며, 그 파편은 다가올 6월 선거판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찢어놓을 태세입니다. 한동훈이라는 변수는 이제 상수(常數)가 되어 여권의 심장을 겨누고 있습니다.
용산의 승부수, 레임덕 가속화의 부메랑 될까
친윤계(친 윤석열계) 주도로 전격 단행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제명은 용산 대통령실이 던진 최후의 승부수였으나, 그 파장은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의 궤적을 그리며 돌아오고 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집권 4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을 급격히 약화시키는 '레임덕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는 단순히 '불편한 2인자'를 축출하여 권력 누수를 막겠다는 1차원적인 계산을 넘어, 보수 지지층의 분열과 중도층의 이탈을 동시에 초래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권 내부의 기류는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2024년 총선 패배 이후 당의 쇄신을 요구하며 한 전 위원장을 지지했던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은 이번 제명 조치를 "민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가명) 김영훈 씨는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당의 미래를 잘라내는 격"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 씨는 "트럼프 2.0 시대의 도래로 환율과 금리가 요동치며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데, 집권 여당은 내부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탈당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콘크리트 지지층 내에서도 균열이 시작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당 지도부가 '집토끼'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험 신호로 해석됩니다.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의 구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제명 사태를 "용산발 정당 민주주의 파괴" 프레임으로 규정하며 대여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정치 컨설팅 업체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여권 분열로 인해 수도권 격전지에서의 승패가 불투명해졌으며, 특히 한 전 위원장의 지지세가 강했던 2030 세대와 중도층의 표심이 제3지대나 야당으로 이동할 조짐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선거 패배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지방선거 패배는 곧장 용산의 국정 장악력 상실, 즉 식물 정부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2026년의 대외 환경 또한 용산의 도박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워 한국산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관세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행정부와 입법부를 연결하는 여당의 기능이 마비된다면 정부의 대미 협상력 또한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의도의 한 정세 분석가는 "대외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집권 세력이 스스로 내부 총질을 시작한 것은,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데 선장이 조타수를 바다로 밀어버린 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동훈 제명이라는 강수는 당내 단일대오를 형성하기는커녕, '반윤 연대'의 명분만 강화시켜주며 정권의 고립을 자초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보수의 2026년, 파괴적 혁신 혹은 공멸의 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제명 결정은 단순한 당내 권력 투쟁의 마침표가 아니라, 보수 진영 전체를 시계 제로의 혼돈으로 몰어넣은 '자충수'가 될 공산이 큽니다. 여권 주류 세력은 이번 조치를 통해 당정 일체감을 회복하고 2027년 대선 가도를 위한 안정적인 기반을 닦았다고 자평할지 모르나, 이는 2026년 6월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파도를 앞두고 배의 평형수를 빼버린 위험천만한 도박입니다. '질서 있는 퇴진' 대신 선택된 '강제 축출'은 그를 지지하던 중도층과 수도권 2030 세대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더 이상 이 정당 내에 '이견'을 허용할 공간은 없다는 선언입니다.
이러한 폐쇄성은 트럼프 2.0 시대의 파고 앞에서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세 장벽이라는 외부 충격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판교에서 IT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가명) 박준영 씨는 최근의 정치 상황에 대해 깊은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미국발 관세 폭탄으로 당장 다음 분기 매출이 30% 급감할 위기인데, 뉴스를 틀면 민생 대책은 없고 집안싸움만 나옵니다. 보수 정당이 말하는 '자유'가 당원들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굳이 여당을 찍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박 씨의 사례는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었던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정치적 효능감 상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정치권의 시선은 이제 한 전 위원장의 '독자 행보' 가능성에 쏠려 있습니다. 과거 2016년 총선 당시의 '진박 감별' 파동이 보수 분열과 탄핵, 그리고 정권 교체로 이어졌던 학습 효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는 이미 경고등을 켜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들의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수도권 격전지에서 보수 후보가 3자 구도(여당, 야당, 개혁 보수 신당)로 나뉠 경우, 서울과 경기도의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중 70% 이상에서 야당의 압승이 예측됩니다. 이는 단순히 몇 석을 잃는 문제가 아니라, 차기 대선으로 가는 교두보인 지방 조직 전체가 붕괴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026 지방선거 수도권 가상 대결 시뮬레이션 (단위: %)
위 시뮬레이션 결과가 보여주듯, 이른바 '제3의 보수 정당'이 출현할 경우 여권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류 세력은 조직력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믿지만, 2026년의 유권자 지형은 과거와 다릅니다. 이념보다는 '공정'과 '상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윙보터들이 선거의 승패를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전 위원장의 제명은 이들에게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집단'이라는 낙인을 찍어준 셈이며, 이는 6월 지방선거에서 '정권 심판론'보다 더 무서운 '보수 심판론'으로 점화될 뇌관입니다.
결국 2026년 보수의 운명은 남은 5개월 동안 이 분열을 어떻게 봉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루비콘 강은 이미 건너졌고, 다리는 불탔습니다. 이제 남은 시나리오는 두 가지입니다. 여권 주류가 기적적으로 민심을 되돌릴 획기적인 쇄신안을 내놓으며 '빅 텐트'를 복원하거나, 아니면 각자도생의 길을 걸으며 공멸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민생을 외면한 채 권력 투쟁에만 몰두한다면,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냉혹한 '해고 통지서'를 보낼 준비를 마쳤을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는 기득권 수호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스스로를 깎아내는 혁신에 있음을 기억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