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애폴리스의 경고: '식초 테러'와 붕괴하는 민주주의의 안전장치

미니애폴리스의 충격: 일상이 된 정치적 위협
혹한의 추위가 덮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일한 오마(Ilhan Omar) 하원의원 피습 사건은 2026년 미국 사회가 마주한 '정치적 야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지난 주말, 지역 커뮤니티 행사장에서 50대 남성이 오마 의원을 향해 식초와 정체불명의 화학 물질이 섞인 액체를 투척한 사건은 단순한 반대 의사의 표출을 넘어선 명백한 신체적 위협이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 당국과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을 즉각적인 '증오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55세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되었으며, 검찰은 그를 단순 소란이나 경범죄가 아닌, 공직자에 대한 특수 폭행(Assault) 혐의로 기소했다. 과거 정치인에게 밀크셰이크나 달걀을 던지던 행위가 일종의 '정치적 퍼포먼스'나 풍자의 영역으로 관용되던 시절은 지났음을 사법 당국이 명확히 한 것이다. 식초에 섞인 미상의 물질이 피부나 안구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었다는 점은 이번 사건이 살상 의도가 배제된 단순 항의가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건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충격파는 단순한 '해외 토픽'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 자부하던 미국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대낮의 공개 행사에서 물리적 공격을 당하는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남편 피습 사건 이후 강화된 의회 경찰의 경호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유권자와의 접촉이 필수적인 하원의원들은 여전히 '소프트 타겟'으로 남아 있다.
특히 이번 공격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된 이념적 양극화와 맞물려 있다. 이민자 출신이자 진보 진영의 아이콘인 오마 의원을 향한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아래 증폭된 배타적 민족주의가 어떻게 물리적 폭력으로 전이되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미니애폴리스는 이미 인프라 노후화로 인한 '동파 대란'과 행정 공백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해 있었으며, 이러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특정 정치인을 향한 분노의 배출구로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혐오의 도구가 된 식초: '장난'이 아닌 '폭력'
흔히 식초는 주방에서 볼 수 있는 조미료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의 얼굴을 향해 투척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음식이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사용된 식초는 아세트산(acetic acid)을 함유한 화학 물질로서, 안구에 직접 닿을 경우 각막 화상이나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명백한 '흉기'로 돌변했다. 이는 2010년대 후반 서구 정치권에서 유행했던 '밀크쉐이크 투척'이나 전통적인 '계란 투척'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폭력이다.
이러한 '일상재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Everyday Objects)'는 경호 프로토콜의 사각지대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총기나 칼과 같은 전통적인 무기는 금속 탐지기나 사전 검문을 통해 걸러낼 수 있지만, 텀블러에 담긴 식초나 화학 약품은 시각적으로 물이나 음료와 구별하기 어렵다. 미니애폴리스 현지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첸(가명) 씨는 "가게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물건이 혐오 범죄의 도구가 된다면,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지역 사회에 퍼진 불신과 공포를 대변했다.
2026년 겨울, 박탈감의 정치화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이 겪고 있는 삶의 질 저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26년 트럼프 2.0 행정부의 연방 예산 삭감과 지방 정부의 인프라 관리 실패가 겹치며, 미니애폴리스는 기록적인 한파 속에서 상수도관 파열과 난방 공급 중단이라는 재난급 인프라 위기를 겪고 있다. 미네소타 주정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겨울 난방비 체납 가구는 전년 대비 15% 증가했으며, 이는 중산층마저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두고 '박탈감의 정치화'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된 이념적 양극화는 이러한 박탈감에 불을 지폈다. 워싱턴의 정치적 수사(Rhetoric)가 과격해질수록, 지역 사회의 갈등 해결 능력은 마비되고 있다. 오마 의원을 향한 공격은 그녀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시스템이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믿는 일부 대중이 공권력의 상징인 선출직 공무원을 향해 표출한 극단적인 분노이자, 사회적 상생(相生)의 계약이 파기되었음을 선언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직자 안전의 붕괴: 무너지는 의사당의 울타리
일한 오마 의원을 향한 '식초 공격'은 2026년 미국 의사당이 더 이상 대화와 타협의 성전이 아닌, 증오와 배제가 충돌하는 최전선이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미 의회경찰(USCP)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의원을 대상으로 한 위협 건수는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잠시 주춤했으나, 202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이러한 위협의 일상화는 의회 내부에 심각한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낳고 있다. 워싱턴 D.C.의 한 중진 의원실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입법 보좌관 데이비드 톰슨(가명) 씨는 "과거에는 정책에 대한 항의 전화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내 가족의 학교를 알아내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협박이 일상이 되었다"며, "오마 의원 사건을 보며 '다음은 내 차례일 수도 있다'는 공포가 의원회관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유능한 인재들이 공공 부문을 기피하게 만드는 '정치적 인재 유출(Political Brain Drain)'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극화의 종착역: 한국 정치에 던지는 경고
미니애폴리스에서 날아온 비보는 민주주의의 심장부라 자부하던 미국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 벼랑 끝에 서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이 서늘한 풍경은 여의도 정치권에 묵직한 기시감을 던진다. 한국 정치 역시 상대를 국정 파트너가 아닌 '박멸해야 할 악'으로 규정하는 적대적 공생 관계가 고착화되어 있다. 지난 수년간 주요 정당 대표들이 백주대낮에 테러를 당하는 비극을 목격했음에도, 정치적 양극화는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을 타고 더욱 정교한 '증오 산업'으로 진화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증오의 언어'를 멈추고 '공존의 언어'를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여 얻는 반사이익은 달콤하지만, 그 대가는 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로 돌아온다. 미니애폴리스의 겨울바람보다 더 매서운 것은, 우리 안에서 자라나고 있는 혐오의 씨앗일지 모른다. 물리적 안전장치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전, 우리 사회는 스스로에게 엄중히 물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서로를 죽이지 않고 공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