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발바르의 역설: 살찐 북극곰은 기후 위기의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굶주린 곰의 이미지를 배반하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북극곰이 녹아가는 작은 얼음 조각 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은 지난 10여 년간 기후 위기를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였습니다. 그러나 2026년 1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날아온 연구 결과는 우리가 알던 이 비극적인 서사를 정면으로 뒤엎습니다. 북극의 해빙(Sea Ice)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북극곰들은 그 어느 때보다 '뚱뚱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북극곰의 영리하고도 처절한 식성 변화에서 기인합니다. 과거 해빙 위에서 물범을 사냥하던 이들은 이제 육지로 눈을 돌려 순록을 사냥하거나 철새의 알을 훑고 다닙니다. 스발바르 현지에서 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박지훈 연구원은 최근 한 달 사이 육지에서 순록을 사냥하는 북극곰을 세 차례나 목격했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드문 일이었지만, 이제 북극곰이 육상 포식자로 완벽히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며 "외견상으로는 굶주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풍만함마저 느껴진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풍요의 역설: 고열량 물범 대신 고단백 순록을 쫓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풍요의 역설'이라 부르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습니다. 노르웨이 극지연구소(NPI)가 발표한 '2026 북극 생태계 적응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곰의 체지방률은 전년 대비 오히려 상승했으나 이는 해빙이라는 전통적 터전의 붕괴를 의미하는 역설적인 지표입니다.
스발바르 제도의 툰드라 지대에서 목격되는 장면은 낯설고도 충격적입니다. 수영에 최적화된 육중한 몸으로 날렵한 순록을 추격하는 이 비효율적인 사냥은, 북극의 제왕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바다표범 사냥이 '기다림의 미학'이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지방을 섭취하는 고효율 전략이라면, 육상에서의 순록 사냥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저효율 고비용' 노동입니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순록과 새알은 바다표범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수 없습니다. 북극곰의 생존 엔진을 돌리는 핵심 연료는 바다표범의 두꺼운 지방층, 즉 고밀도 칼로리입니다. 반면 순록은 근육질의 단백질 덩어리이며, 육지에서의 추격전은 북극곰에게 익숙하지 않은 체온 상승과 급격한 체력 소모를 강요합니다. 이는 마치 고급 휘발유로 달리던 스포츠카에 저품질 연료를 넣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은 이치로, 장기적으로는 개체의 생리적 대사에 심각한 부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스발바르 해빙 면적 대비 북극곰 체지방 지수 추이 (출처: NPI, 2026)
스발바르라는 예외적 무대와 2026년의 정치학
더욱 중요한 점은 스발바르가 보여주는 '적응'이 전 지구적 현상이 아닌, 특수한 지리적 환경에 기인한 예외적 사례라는 것입니다. 스발바르는 고립된 섬 지형으로 인해 순록들이 도망칠 곳이 한정적이며, 최근 온난화로 여름철 초목이 무성해지면서 순록 개체 수가 급증했습니다. 즉, 스발바르의 북극곰들이 누리는 호사는 '일시적 뷔페'에 가깝습니다.
반면, 캐나다 허드슨만(Hudson Bay)과 같은 다른 북극권 지역의 현실은 처참합니다. 이곳의 곰들은 해빙이 녹아 육지로 밀려나는 순간부터 기약 없는 굶주림과 싸워야 합니다. 미 국립빙설데이터센터(NSIDC)의 2026년 데이터에 따르면, 허드슨만 서부 지역의 '결빙 없는 기간'은 1980년대 대비 4주 이상 길어졌습니다. 스발바르의 곰들이 순록을 쫓아 달릴 때, 허드슨만의 곰들은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저장해둔 지방을 태우는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특히 2번째 임기를 맞이한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패권' 정책은 이러한 생태계의 불균형을 가속화할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미국의 파리 기후 협약 재탈퇴와 알래스카 및 그린란드 자원 개발 규제 완화는 북극권 생태계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워싱턴이 화석 연료 생산을 독려하는 동안,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전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발바르의 '살찐 곰' 사례가 자칫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정치적 알리바이로 오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적응이 아닌 처절한 몸부림
우리는 지금 스발바르라는 예외적 사례를 일반화하여 "자연은 알아서 길을 찾는다"는 식의 안일한 낙관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2026년 현재 북극곰이 육식 동물에서 잡식 동물로 변해가는 과정은 진화의 승리가 아니라, 서식지를 잃은 난민의 처절한 식단 변경일 뿐입니다.
(가명) 최수진 환경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ESG 경영 보고서 한 켠에 스발바르의 사례를 인용하며 기후 위기의 충격을 과소평가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정교한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지적합니다. 북극곰의 변화는 인류에게 주어진 유예 기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마지막 경고일지 모릅니다. 육지에서의 사냥 성공률이 높아질수록 역설적으로 북극곰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기적이 없는 곳에서 기적을 바라는 것, 그리고 뚱뚱한 북극곰을 보며 안도하는 것. 그것이 2026년 우리가 마주한 북극의 진짜 얼굴이자, 우리가 경계해야 할 가장 위험한 착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