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쿠르드의 고립: 트럼프 2.0 시대, 동맹은 어떻게 붕괴하는가

차가운 겨울바람이 유프라테스강을 넘어 코바니(Kobani)의 폐허 사이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2014년 이슬람국가(IS)의 맹공을 막아내며 '쿠르드 저항의 상징'이 되었던 이 도시는, 2026년 1월 다시 한번 벼랑 끝에 섰습니다. 다마스쿠스 정부군과 이를 지원하는 외부 세력의 포위망은 지난 1월 중순부터 눈에 띄게 좁혀졌고, 이들이 시리아 민주군(SDF)에 전달한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무조건적인 항복, 그리고 완전한 무장 해제."
그러나 현장의 공기는 '항복'보다는 '옥쇄(玉碎)'에 가깝습니다. 현지에서 긴급 의료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박민우(가명) 구호팀장은 "주민들과 전사들 눈에서 두려움보다는 체념 섞인 결기를 읽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지난 2주간 전력이 끊기고 식량 공급이 차단됐지만, SDF 지휘부는 지하 터널망을 점검하고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고 현장 상황을 묘사했습니다.

파기된 1월 18일의 약속과 워싱턴의 침묵
SDF 사령부는 1월 20일 발표된 성명을 통해 정부군의 최후통첩을 공식 거부했습니다. 성명은 "우리의 피로 지켜낸 땅을 독재의 발아래 다시 둘 수 없다"는 비장한 수사로 채워졌지만, 그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트럼프 2.0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백악관은 중동의 복잡한 셈법에서 손을 떼고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자원 확보와 본토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18일,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Hasakah)에서 체결된 잠정 휴전 합의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화염 속에 휩싸인 것은 이러한 미국의 기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당시 국제 사회는 이 합의를 두고 "시리아 내전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조심스러운 희망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불과 72시간 뒤, 다마스쿠스의 포병대는 합의문의 조항을 무시하듯 쿠르드족 거주 지역인 카미실리(Qamishli) 외곽에 122mm 포탄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태세 전환의 배후에는 워싱턴의 침묵이라는 '보이지 않는 승인'이 존재했습니다. 특히 미 본토 미니애폴리스를 강타한 전례 없는 한파와 인프라 붕괴 사태는 워싱턴의 시선을 내부로 고정시켰고, 이는 곧 시리아 북동부 전선에 대한 '사실상의 방기'로 이어졌습니다. 아사드 정권과 그 후원 세력은 "미국의 개입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미니애폴리스의 한파, 다마스쿠스의 비극
미니애폴리스의 체감 온도가 영하 35도까지 떨어진 1월 30일, 미 중서부의 심장은 멈췄습니다. 노후화된 전력망이 연쇄적으로 붕괴하며 도시 전체가 암흑 속에 잠긴 '미니애폴리스 셧다운' 사태는, 트럼프 2.0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더 이상 구호가 아닌 생존 본능으로 변질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백악관 상황실의 스크린은 시리아 북동부의 전황 지도 대신, 미네소타주의 정전 현황판으로 채워졌습니다.
김철민(가명)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지금의 미국은 '세계의 경찰'은커녕 자국 내 '제설 작업'에 바쁜 상황"이라며, "미니애폴리스의 한파가 시리아의 전장을 얼어붙게 만든 나비효과의 진원지"라고 분석했습니다.
2026년 1월 미 유권자 정책 우선순위 변화
위 데이터가 보여주듯,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사에서 '해외 동맹'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가상 시뮬레이션 데이터에 기반한 이 수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가 단순히 대통령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무너지는 중산층과 인프라 위기에 지친 미국 사회의 여론을 등에 업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2월 7일, 다가오는 운명의 데드라인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 주의 전선은 지금 폭풍 전야의 고요함에 휩싸여 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2월 7일 자정, 튀르키예와 시리아 민주군(SDF) 사이에 맺어진 임시 휴전 협정이 공식적으로 종료됩니다. 이 날짜는 단순한 군사적 데드라인을 넘어, 트럼프 2.0 시대의 동맹관이 시험대에 오르는 운명의 분기점입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튀르키예 군은 이미 국경 지대인 텔 아비야드와 라스 알 아인 축선에 기갑 부대 증강을 완료했습니다. 앙카라는 이번 휴전 종료 직후, 국경으로부터 30km 깊이의 '안전지대(Safe Zone)'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번 공세가 위협적인 이유는 미국의 부재가 확실시되기 때문입니다.
박철민(가명) 중동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월 7일은 미국의 '선택적 고립주의'가 동맹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는 "SDF는 사실상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 그리고 튀르키예라는 세 강국 사이에서 각자도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바라본 시리아: 남의 일이 아니다
카미실리의 참호 속에서 떨고 있는 쿠르드 민병대의 절망은 물리적으로 8,000km 떨어진 서울의 여의도에서도 서늘한 한기로 감지됩니다. 트럼프 2.0 행정부가 미니애폴리스 발 '국가 인프라 비상사태'를 이유로 중동 지역에서의 개입 축소와 고립주의 회귀를 정당화하는 지금, 시리아의 비극은 더 이상 '남의 전쟁'이 아닙니다.
서울의 한 국책 연구기관에서 외교안보 전략을 분석하는 박민석(가명) 위원은 "과거 우리는 미국을 '혈맹'이라 불렀지만, 지금 백악관의 계산기는 피의 가치마저 달러로 환산하고 있다"며, "SDF가 ISIS 격퇴전에서 흘린 피는 2026년 미국의 인프라 재건 비용 앞에서 '부실 채권' 취급을 받고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기조 변화는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에서 미국 측이 보여준 전례 없는 압박은 시리아 사태와 궤를 같이합니다. 동맹국이 스스로의 안보 비용을 전액, 혹은 그 이상 부담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명분 하에 발을 뺄 수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리아 쿠르드의 고립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미국 없는 세계' 혹은 '미국이 있어도 없는 것과 다름없는 세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월 7일, 시리아에서의 휴전 만료는 단순히 중동의 위기가 아니라, 2026년 각자도생의 국제 질서 속에서 동맹국들이 마주해야 할 차가운 현실을 알리는 경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