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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의 사법 장벽: 제5순회항소법원 TPS 판결이 던지는 경고

AI News Team
트럼프 2.0 시대의 사법 장벽: 제5순회항소법원 TPS 판결이 던지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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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법원이 꿰뚫어 본 안보의 허구

법은 정치의 시녀가 되기를 거부했습니다. 미국 보수 법조계의 심장부로 불리는 제5순회항소법원(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Fifth Circuit)이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임시보호신분(TPS) 취소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것은 단순한 법적 판결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행정부의 조치를 행정절차법(APA) 위반, 즉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arbitrary and capricious)' 권력 행사로 규정했습니다. 이는 "국가 안보"라는 마법의 단어만 외치면 모든 절차적 하자가 덮어질 수 있다고 믿었던 트럼프 2.0 행정부의 독주에 대한 사법부의 명확한 경고장입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안보상의 이유'가 과연 실체적인 근거를 갖추었는지 여부였습니다. 국토안보부(DHS)는 베네수엘라 TPS 수혜자들의 체류가 "미국 남부 국경의 안보 위협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하며, 2026년 1월부로 이를 전면 무효화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냉혹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Opinion of the Court)을 통해 "행정부는 국경 안보와 이미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TPS 수혜자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안보라는 포괄적인 언어로 구체적인 데이터의 부재를 가릴 수는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특히 판결문의 24페이지에 등장하는 "구실(pretext)"이라는 단어는 이번 판결의 백미입니다. 법원은 행정부의 논리가 실제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급조된 핑계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워싱턴 D.C.에서 20년 가까이 이민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현석(가명) 씨는 이번 판결을 "사법적 독립의 최후 방어선이 작동한 사례"라고 평가합니다. 김 변호사는 "과거 1기 행정부 시절에는 법원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대통령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Deference)이 있었지만, 2기 들어서는 그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행정부가 그린란드 합병 선언이나 미니애폴리스 ICE 사태에서 보여준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정책 결정 방식이 법관들에게 '신뢰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즉흥적으로 발표한 정책들이 공식적인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집행되는 과정(Regulation by Tweet)을 문제 삼으며, 이것이 법치주의의 근간인 '예측 가능성'을 해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러한 사법부의 기류는 비단 제5순회항소법원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같은 날 미니애폴리스 연방법원의 패트릭 슐츠(Patrick Schiltz) 판사가 기록적인 한파 속에서 인도적 조치를 거부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지도부에 대해 법정 모독죄를 적용한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슐츠 판사는 "행정 명령이 인간의 존엄과 생존권을 침해할 때, 법원은 침묵할 수 없다"는 취지의 강력한 경고를 남겼습니다. 남부의 텍사스와 북부의 미네소타, 서로 다른 지역과 성향을 가진 두 법원이 동시에 행정부의 '폭주'를 견제하고 나선 것은 트럼프 2.0 시대의 권력 지형도에서 사법부가 유일한 '브레이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법원이 꿰뚫어 본 것은 '안보의 허구'였습니다.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 사실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동원된 행정 절차가 법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수 법관들조차 인정한 셈입니다. 이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각종 규제 철폐와 행정 명령들이 줄줄이 사법적 난관에 봉착할 수 있음을 예고합니다.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권력에 맞서, '증거와 절차'를 요구하는 법의 반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미 연방 법원의 행정명령 제동 건수 추이 (2017-2026)

미니애폴리스에서 텍사스까지: 전국으로 확산되는 '사법 저항'

미네소타의 살인적인 한파가 몰아친 미니애폴리스 연방법원과, 멕시코만 난류가 흐르는 뉴올리언스 제5순회항소법원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2026년 1월 말 두 법정에서 울려 퍼진 판결의 공명음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그것은 행정부의 '폭주'에 대한 사법부의 '제동'이었습니다.

미니애폴리스에서의 사건은 재난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습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한파 속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추방 대상자들을 난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임시 수용소로 이송하려다 법원의 긴급 중지 명령을 무시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패트릭 슐츠(Patrick Schiltz) 연방 판사는 ICE 지도부를 법정 모독 혐의로 즉각 소환하며, "행정부의 권한이 인간의 기본적 생존권과 사법부의 명시적 명령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현장에서 이주민들의 법적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서연(가명) 변호사는 당시의 상황을 "법의 지배가 붕괴된 무정부 상태의 축소판"이라고 묘사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과거 행정부에서도 행정 착오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법원의 집행 정지 명령서가 현장 요원들에게 '참고 사항' 정도로 취급된 적은 없었다"며, "트럼프 2.0 행정부의 '국경 보안 최우선' 기조가 일선 공무원들에게 초법적 권한을 부여한 것과 다름없는 신호를 주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어 '공화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제5순회항소법원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본부를 둔 제5순회항소법원은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들에 대한 '임시보호신분(TPS)'을 즉각 종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 명령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정세가 안정되었다는, 국제기구의 보고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자체 정보 판단을 근거로 TPS 종료를 밀어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행정절차법(APA)을 인용하며, 행정부의 결정이 "자의적이고 변덕스럽다(arbitrary and capricious)"고 명시했습니다. 안보 논리를 앞세우면 사법부가 한 수 접어주던 관례가 깨진 것입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외교·안보 권한은 존중받아야 하나, 그것이 명백한 사실관계 왜곡과 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정당화하는 만능키가 될 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 두 판결은 개별 사건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시사합니다. 트럼프 1기 시절, 사법부가 행정 명령의 절차적 흠결을 지적하며 시간을 끄는 소극적 견제 역할을 했다면, 2026년의 사법부는 행정부의 '사실 인식' 그 자체를 검증하려 들고 있습니다. 미니애폴리스의 법정 모독 판결이 행정 집행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면, 제5순회항소법원의 판결은 행정 행위의 '논리적 기반'을 타격했습니다.

40만 명의 삶과 '노동 논리': 정치적 구호 뒤에 숨겨진 진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마리아 로드리게스(가명) 씨는 매일 아침 뉴스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2년 전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혼란을 피해 미국에 정착한 그녀는 임시보호신분(TPS) 덕분에 합법적으로 일하며 고향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습니다. 로드리게스 씨는 "우리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으러 온 것이 아니라, 그들이 기피하는 새벽 시간대의 돌봄 노동을 채우러 온 것"이라며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는 이번 제5순회항소법원의 판결이 단순한 법리 논쟁을 넘어, 미국 사회의 가장 밑바닥을 지탱하는 47만 2천 명의 생존이 걸린 문제임을 대변합니다.

트럼프 2.0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TPS 제도가 '불법 이민의 뒷문'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강변해 왔습니다. 국토안보부(DHS)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TPS 갱신 거부를 시사했지만, 이번 사법부의 제동은 이러한 행정부의 논리가 경제적 실체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정치적 구호인 '미국인 일자리 보호' 뒤에는 냉혹한 노동 시장의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실제로 경제 데이터는 행정부의 주장과 정반대의 현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미국 이민정책연구소(MPI)와 노동통계국(BLS)의 최근 자료를 종합해 보면, 베네수엘라 TPS 수혜자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약 94%에 달하며, 이는 미국 본토 태생 시민권자의 참여율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이들은 건설업, 접객업, 그리고 로드리게스 씨가 종사하는 돌봄 서비스업 등 만성적인 구인난(Labor Shortage)에 시달리는 소위 '3D 업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미국 내 TPS 수혜자 vs 본토 태생 노동 참여율 비교 (2025)

이 수치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논리를 앞세워 이들을 추방하려는 시도는, 역설적으로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조차 "숙련된 이민 노동력의 급격한 이탈은 임금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이는 결국 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일반 미국 가정의 가계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즉, TPS 취소는 단순히 이민자들을 쫓아내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 중산층의 지갑을 얇게 만드는 경제적 파장을 예고합니다.

행정부의 역습과 한국에 던지는 경고장

백악관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무엇보다 거칠었습니다. 제5순회항소법원이 베네수엘라 난민의 임시보호지위(TPS) 박탈 시도에 제동을 건 지 불과 수 시간 만에, 트럼프 행정부는 브리핑룸을 사실상의 '선전포고' 장소로 활용했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판결을 "국가 안보라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대한 사법부의 월권"으로 규정하며, 판사들을 향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Unelected Power)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의지를 꺾으려 한다"는 위험수위의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는 단순한 법리적 불복을 넘어, 사법부의 권위 자체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무력화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워싱턴 D.C.에서 활동 중인 이정훈(가명) 국제변호사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행정부가 패소하면 법적 논리로 상급심에서 다투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트럼프 2.0 시대에는 법원 자체를 '딥 스테이트(Deep State)'의 일부로 몰아붙여 지지층을 결집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만약 행정부가 법원 판결을 집행하는 연방 보안관(US Marshals)의 권한을 행정명령으로 제한하거나, 판결 이행을 물리적으로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19세기 앤드류 잭슨 대통령 시대 이후 보지 못한 헌정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사법적 불안정성은 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있어 '계산 불가능한 리스크'로 직결됩니다. 최민석(가명) 통상 전문 변호사는 "미국 법원이 행정부의 결정이 '자의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은, 역으로 말해 현재 미국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만약 이러한 자의적 논리가 이민 정책을 넘어 반도체 보조금 지급 철회나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와 같은 통상 이슈에 적용된다면, 한국 기업들이 맺은 계약서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칩스법(CHIPS Act)의 혜택을 믿고 미국 내 설비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러한 약속을 뒤집으려 할 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안전장치는 미국의 '사법 시스템'뿐입니다. 이번 판결은 그 안전장치가 아직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그 장치가 얼마나 위태로운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는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이번 판결은 한국 정부와 기업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미국의 '시스템'을 신뢰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때그때 달라지는 '권력자의 선의'에 기대고 있는 것입니까? 사법부가 행정부의 폭주를 막아서는 이 위태로운 균형이 무너질 경우, 동맹국이라는 지위만으로 우리의 이익을 보호받을 수 있을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미국의 법치가 흔들리면, 그 파편은 태평양을 건너 한국의 실물 경제라는 가장 약한 고리에 먼저 박힐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