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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스캔들의 부활: 2026년 '좀비 뉴스'가 숨긴 진실

AI News Team
엡스타인 스캔들의 부활: 2026년 '좀비 뉴스'가 숨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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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이메일, 2026년의 타임라인을 점령하다

2026년 1월 31일 오전 7시,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던 회사원 박지훈(가명) 씨의 스마트폰 알림창이 붉게 물들었다. 소셜 미디어와 뉴스 채널들이 일제히 '앤드류 왕자', '제프리 엡스타인'이라는 키워드를 토해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순간 2026년 오늘, 새로운 기소나 체포 영장이 발부된 줄 알았다. 그러나 그가 클릭한 링크 속 문건의 작성 일자는 2010년이었고, 해당 문건이 법원의 봉인 해제 결정으로 세상에 공개된 시점은 이미 2년 전인 2024년 1월이었다.

우리는 지금 '좀비 뉴스(Zombie News)'의 습격을 받고 있다. 엡스타인 스캔들은 명백한 실체이며, 연루된 권력자들의 부도덕성은 시대를 막론하고 규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2026년 1월의 마지막 날, 16년 전의 이메일과 2년 전의 공개 문건이 마치 '오늘의 특종'인 것처럼 포장되어 타임라인을 점령한 현상은, 현재 우리 미디어 생태계가 앓고 있는 심각한 병리적 증상을 드러낸다.

디지털 뉴스 소비 패턴은 이제 '최신성(Recency)'보다 '자극성(Sensationalism)'에 의해 재편되었다. 2026년 현재 생성형 AI와 결합한 알고리즘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가장 자극적인 문구만을 발췌해 맥락 없이 재가공하고 있다. 마치 갓 잡아 올린 활어처럼 팔딱거리는 이 '오래된 뉴스'들은 대중의 분노 버튼을 정확히 타격하며 클릭 수를 유도한다.

이러한 '분노의 재활용'이 위험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이 현재 진행형인 위기를 덮어버리는 거대한 소음 차단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인프라 붕괴로 인한 참사가 발생해 시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으며, AI 도입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2.0 행정부의 규제 완화 드라이브가 초래한 경제적 불확실성은 한국 수출 기업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타임라인에서 이러한 '진짜 뉴스'들은 엡스타인 리스트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공작'과 '러시아 여성': 소비되는 분노, 가려진 구조

뉴욕 연방법원이 추가로 공개한 2026년판 '엡스타인 리스트'의 부속 문건들, 그중에서도 엡스타인과 앤드류 왕자 사이에 오간 이메일은 그들이 공유했던 세계가 얼마나 철저히 비윤리적인 토대 위에 세워졌는지를 건조하게 증명한다. 문건에 따르면 엡스타인이 "러시아 여성"을 소개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을 때, 앤드류 왕자는 거절이나 불쾌감 대신 호기심 어린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 짧은 디지털 기록은 2026년의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버닝썬 게이트'부터 이어진 권력형 스캔들에 익숙한 우리에게, 국경을 넘어 반복되는 '카르텔의 문법'은 즉각적인 공분을 자아낸다. 최상위 권력층이 법과 도덕을 서민들만 지켜야 하는 거추장스러운 규칙으로 취급했다는 사실은, 고물가와 양극화로 신음하는 2026년의 대중 정서를 건드려 폭발적인 휘발성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냉철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명백한 추악함이 왜 '지금' 다시 소비되고 있는가? 앤드류 왕자의 도덕적 파산은 이미 수차례 확인된 '죽은 뉴스'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극적인 텍스트가 알고리즘을 타고 좀비처럼 되살아나 대중의 분노를 독점하는 동안, 정작 우리가 감시해야 할 트럼프 2.0 행정부의 급진적인 정책 변화나 글로벌 경제 위기의 징후들은 뉴스피드 하단으로 밀려나고 있다.

클릭을 먹고 자라는 알고리즘의 경제학

2026년 1월, 우리의 스마트폰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위기'가 아니다. 미니애폴리스의 교량 붕괴 위협이나 AI로 인한 화이트칼라 실직 공포와 같은 당면한 현실 대신, 수년 전 이미 법적·사회적 판단이 내려진 이름들이 타임라인을 점령하고 있다.

이는 '알고리즘의 경제학'이 작동한 결과다. 플랫폼 기업들에게 '분노'는 가장 확실한 수익 모델이다. 금융권 종사자 박도현(가명) 씨의 사례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금리 인상과 관세 폭탄 분석 기사를 찾으려다, "충격적인 추가 증언"이라는 썸네일에 이끌려 40분간 앤드류 왕자 관련 영상을 시청했다. 그가 소비한 것은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 과거의 사건을 재가공하여 자극적인 양념을 친 '좀비 콘텐츠'였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를 '분노의 재활용(Recycling of Rage)'이라 부른다. 2026년의 고도화된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복잡하고 우울한 미래보다는, 명확한 악인(Villain)이 존재하고 도덕적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과거의 스캔들에 더 오래 머무른다는 데이터를 학습했다. 새로운 뉴스를 취재하고 검증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이미 검증된 과거의 스캔들을 다시 포장하여 내보내는 비용은 '0'에 수렴한다. 플랫폼 입장에서 앤드류 왕자의 스캔들은 리스크 없는 고수익 안전자산인 셈이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 미니애폴리스의 비명과 시선 분산

우리가 과거의 추악함에 분노를 쏟아붓는 이 시각,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트럼프 2.0 정부의 급진적인 규제 철폐가 불러온 인프라 붕괴의 참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월의 기록적인 한파와 노후화된 교량 관리 부실이 맞물리며 발생한 이번 재난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효율성을 앞세워 안전 점검 예산을 삭감하고 민간 자율에 맡긴 '도박형 행정'의 필연적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시선은 9,000km 떨어진 과거의 성추문에 고정되어 있다.

한국의 지성인들은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직감하고 있다. 정보의 총량은 늘어났으나, 정작 생존에 필요한 '영양가 있는 정보'는 좀비 뉴스라는 정크푸드에 밀려나고 있다. 실제로 2026년 1월 한 달간의 뉴스 소비 트래픽을 분석해 보면 이러한 현상은 수치로 증명된다.

2026년 1월 글로벌 뉴스 키워드별 대중 관심도 비교 (출처: 자체 분석 및 구글 트렌드)

이러한 관심의 불균형은 미디어 생태계의 고질적인 '관음증적 상업주의'와 정치권의 '시선 분산 전략'이 결합한 산물이다. 과거의 악인을 규탄하는 것은 쉽고 짜릿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복합적인 구조적 위기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 것은 고통스럽고 지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죽은 권력의 뒤를 쫓는 동안, 살아있는 권력은 규제 없는 자유를 만끽하며 우리의 안전판을 하나둘 제거하고 있다.

과거의 죄를 기억하되, 현재의 위기를 직시하라

앤드류 왕자의 과거 행적에 대한 분노는 정당하다. 역사의 오점은 낱낱이 밝혀져야 하고 책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2026년 1월의 마지막 날, 우리가 20년 전의 스캔들에 과도하게 몰입할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냉정하게 계산해봐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가십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재의 위기로부터 눈을 돌리게 만드는 '집단적 마취'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시민의식은 과거의 추악함을 규탄하는 윤리적 감수성과, 현재의 위기를 직시하는 냉철한 현실 감각의 균형점에서 비롯된다. 앤드류 왕자의 스캔들이라는 '좀비 뉴스'가 주는 값싼 도파민을 거부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우리의 식탁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진짜 뉴스'를 씹어 삼켜야 할 때다. 그것이 혼란스러운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지적 생존 본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