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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1조 적자 쇼크: '주주환원' 기대감 무너뜨린 펀더멘털의 겨울

AI News Team
LG화학 1조 적자 쇼크: '주주환원' 기대감 무너뜨린 펀더멘털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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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성적표: '매수'에서 '중립'으로

여의도 증권가에서 '매수(Buy)' 리포트는 관례이자 미덕으로 통합니다. 기업과의 관계, 영업적인 고려 탓에 애널리스트가 '매도(Sell)'는커녕 '중립(Hold)' 의견을 내는 것조차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현실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2026년 1월, 삼성증권이 LG화학에 대해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39만 원으로 낮춘 것은 단순한 수치 조정을 넘어선 '경고장'으로 해석됩니다. 시장은 이를 펀더멘털의 겨울이 생각보다 길고 혹독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삼성증권 리포트가 던진 충격파의 진앙지는 단연 '1조 원대 순손실' 전망입니다. 당초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가능성과 그에 따른 주주환원 정책에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구조적 부진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고가 겹치며 기초체력이 바닥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 분기의 실적 쇼크(Earning Shock)가 아니라, 과거 LG화학을 지탱하던 '캐시카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구조적 공포를 자극했습니다.

(가명) 정민우(45) 씨는 5년 넘게 LG화학 주식을 보유해온 장기 투자자입니다. 그는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의 변신을 믿었고, 나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팔아 배당이라도 줄 것이라 버텼다"며 "하지만 1조 원 적자라는 숫자를 보니, 배당은커녕 회사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고 털어놨습니다. 정 씨의 사례는 현재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괴리감을 대변합니다. '지주사 디스카운트 해소'나 '주주환원' 같은 장밋빛 시나리오는 흑자라는 펀더멘털이 전제되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적자 전망을 일종의 '빅배스(Big Bath)'로 해석하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누적된 부실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털어버리고 새 출발을 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일 수 있지만, 그 규모가 1조 원에 육박한다는 점은 투자 심리에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특히 나프타분해설비(NCC)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실적 악화는 해당 사업부의 매각 가치 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LG화학 연간 당기순이익 추이 및 2025년 전망 (단위: 억 원)

위 차트가 보여주듯, 이익의 궤적은 가파른 우하향을 그리다 못해 수면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2023년, 2024년까지만 해도 유지되던 흑자 기조가 2025년(예상치) 들어 대규모 적자로 전환된 것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변동으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증권이 목표주가를 39만 원이라는, 전성기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제시한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시장에 "지금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저점 매수에 나설 때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에 치중해야 할 때"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1조 원 적자의 무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

시장에게 '조(兆)' 단위의 적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경영진이 보내는 구조 신호이자, 기업의 펀더멘털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비명과도 같습니다. 삼성증권이 최근 리포트를 통해 LG화학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것은, 바로 이 비명을 시장이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엄중한 선언입니다. 2025년 연간 순손실이 1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가 알던 '화학 종가' LG화학의 체력이 얼마나 고갈되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혹자는 나프타 분해 설비(NCC) 매각 무산에 따른 손상차손이나 자산 재평가 등 회계적 이슈를 거론하며 '일회성 비용'의 착시라고 항변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의 시각은 차갑다 못해 냉혹합니다. 문제는 일회성 비용을 걷어낸 후의 '민낯'입니다. 중국발 공급 과잉은 이제 상수(常數)가 되었고, 트럼프 2.0 시대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은 수출 중심의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숨통을 조여오고 있습니다.

(가명) 박민우 연구원은 "과거에는 사이클이 돌면 이익이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이클 자체가 실종된 상태"라며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투자를 위한 차입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1조 원의 적자는 단순한 회계적 마이너스가 아니라, 과거의 영광(석유화학)이 미래의 부담으로 전락한 현실을 상징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황금알'인가, '산소호흡기'인가

투자자들이 가장 배신감을 느끼는 대목은 바로 주주환원 정책입니다. 그동안 시장은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약 80%)을 '비장의 무기'로 여겼습니다. 지분을 일부 매각해 막대한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자사주 소각이나 특별 배당 형태로 주주들에게 환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지탱해 온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그러나 1조 원대 순손실 전망은 이 시나리오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습니다. 본업에서 구멍 난 현금흐름을 메우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주주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황금알'이 아니라, 모회사의 생존을 연장하는 '산소호흡기'로 쓰일 공산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삼성증권의 분석대로라면, LG화학은 당분간 재무 건전성 회복에 올인해야 하며, 이는 곧 주주환원 여력의 축소를 의미합니다.

LG화학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 추이 및 전망 (단위: 십억 원)

위 차트는 시장의 기대가 어떻게 절망으로 바뀌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2023년까지만 해도 2조 원대를 기록했던 순이익은 2024년 급감했고, 2026년 현재 확인된 2025년 실적 추정치는 충격적인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이는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기업 가치 평가(Valuation)의 룰을 바꿔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차갑게 식은 석유화학, 그리고 중국의 그림자

여수 국가산업단지의 밤은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지만, 그 빛의 온도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 시설(NCC)의 가동률이 손익분기점을 위협받는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닌, 현장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LG화학이 기록한 충격적인 실적, 그 이면에 자리 잡은 가장 큰 균열은 바로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붕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슈퍼 사이클'을 논하던 석유화학 시장이 이토록 빠르게 냉각된 원인은 명확합니다. 바로 '중국의 자급률 상승'이라는 구조적 변수입니다. 과거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스펀지 역할을 했던 중국은 이제 최대 경쟁자로 돌변했습니다. 2026년 현재,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내수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을 만큼 비대해졌고, 남는 물량은 저가 공세라는 무기가 되어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Cyclical)상의 불황이 아닙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장벽이 중국산 공산품의 대미 수출길을 막아서자, 갈 곳 잃은 중국의 기초 소재들이 아시아 역내 시장으로 밀려들며 가격을 파괴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에틸렌 스프레드 추이와 손익분기점 (2024-2026)

위 차트에서 볼 수 있듯,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수치)는 2025년을 기점으로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 선을 하회하여 장기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입니다.

현장의 위기감은 숫자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여수 산단 인근에서 15년째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가명) 김영수 씨는 "과거에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네 마네 하는 이야기가 들리면 일시적인 조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예 라인을 폐쇄하거나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 때마다 직원들의 눈빛이 흔들린다"며, "중국이 물량을 쏟아내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버티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현장에 가득하다"고 전했습니다.

흔들리는 '양 날개': 양극재마저 숨 고르기

LG화학이 지난 수년간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전통의 석유화학'이라는 현금 창출원(Cash Cow)으로 '첨단소재'라는 미래 성장 동력(Star)을 키우겠다는, 이른바 '포트폴리오 대전환'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2026년 1월의 성적표는 이 정교한 전략조차 글로벌 거시경제의 거친 파도 앞에서는 무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석유화학의 구조적 불황을 방어해줄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첨단소재, 그중에서도 핵심인 양극재 사업마저 숨을 고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 이른바 '캐즘(Chasm)'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실적 숫자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유럽과 북미 시장의 전기차 판매 둔화는 LG화학의 양극재 출하량 감소로 직결됐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불확실성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의 유산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혹은 축소를 공언하면서, 북미 전동화 밸류체인 전반에 냉기가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LG화학 첨단소재 부문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 (단위: 억 원)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메탈가 하락에 따른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손익 악화)'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비싸게 매입한 원재료가 투입되면서 수익성을 갉아먹는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LG화학은 석유화학의 다운사이클과 첨단소재의 성장통이라는 복합 위기를 동시에 풀어내야 하는 난제 앞에 서 있습니다. 지분 매각을 통한 주주환원이나 재무구조 개선은 급한 불을 끄는 소화기일 뿐,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다시 점화할 연료는 아닙니다. 시장은 묻습니다. 캐즘이라는 깊은 계곡을 건넌 후, LG화학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약속된 '성장'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잃은 '성숙기 산업'으로의 회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