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은 왜 엄마를 범죄자로 만들었나: 영화 '슈가'와 의료 행정의 미래

스크린으로 소환된 2026년의 '슈가', 그리고 현실의 김미영
2026년 1월의 극장가는 예상치 못한 '다큐멘터리성 드라마'의 열풍으로 뜨겁다. 영화 '슈가(Sugar)'가 개봉 3주 만에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잊혀져 가던 한 '범법자 엄마'의 이야기를 다시금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어두운 극장 안, 찢어질 듯 울리는 연속혈당측정기의 경고음과 함께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주인공의 모습이 오버랩될 때, 관객들은 단순한 신파가 아닌 한국 관료주의의 서늘한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1형 당뇨 환아를 둔 어머니가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 의료기기를 직접 제작했다가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던, 이른바 '김미영 팀장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스크린 밖 현실의 김미영 대표는 이제 범법자가 아닌 디지털 헬스케어의 혁신가로 불리지만, 2026년 현재까지도 그가 남긴 질문은 유효하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규제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영화가 과거의 투쟁을 조명했다면, 현실은 그 투쟁이 낳은 제도적 결실과 여전히 남은 과제들을 냉정하게 평가할 시점이다.

우리는 이 영화가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2026년 현재, (가명) 박지현 씨(38세, 서울 마포구 거주)는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8세 아들의 '췌장 장애' 등록을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내부 장기 장애'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막대한 의료비 부담과 사회적 편견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이들이다. 박 씨는 "영화 속 주인공이 흘린 눈물이 없었다면, 오늘 내가 받아 든 이 장애인 등록증도 없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는 김미영 대표가 쏘아 올린 '소극 행정'에 대한 저항이 어떻게 구체적인 입법 성과로 이어져, 평범한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안전망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그러나 '슈가'의 흥행 뒤에는 씁쓸한 현실도 공존한다. 김 대표의 사례 이후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패스트트랙 제도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제2의 김미영'이 되지 않기 위해 법률 자문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이 FDA의 규제 장벽을 과감히 낮추며 헬스케어 기술의 속도전을 벌이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혁신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김미영 대표 사건을 한국 의료 행정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대한당뇨병학회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1형 당뇨 환자에 대한 연속혈당측정기 건강보험 급여 확대 이후 응급실 이송률이 40% 가까이 감소했다는 데이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시민의 불복종이 관료 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을 깨뜨리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시킨 '상생(Win-Win)'의 역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범죄자가 된 모성, 꽉 막힌 규제에 구멍을 내다
"피고인,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2018년, 검찰 조사실의 공기는 차가웠다. 김미영 대표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법전이 아니었다. 그것은 1형 당뇨를 앓는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밤잠을 설치던 '엄마의 시간'을 '범죄'로 규정하는 거대한 행정 시스템의 벽이었다. 당시 김 대표는 아들의 혈당 관리를 위해 해외에서 연속혈당측정기(CGM) 부품을 들여와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앱을 직접 개발했다. 밤새 저혈당 쇼크가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1형 당뇨 환우 부모들에게 이 시스템은 그야말로 '동아줄'이었다. 하지만 관세청과 식약처의 시선은 달랐다.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의 수입 및 제조.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는 혁신가가 아닌, 밀수업자이자 무허가 제조업자에 불과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관료주의가 가진 '행정 편의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된다. 기술은 이미 국경을 넘어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었지만, 규제는 20세기 아날로그 시대의 문법에 머물러 있었다. 당시 식약처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물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로서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그 안전이라는 명분이 당장 생사의 기로에 놓인 환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강요로 작용할 때, 국가는 보호자가 아닌 감시자가 된다. (가명) 이정훈 씨와 같은 당시 환우회 부모들이 "국가가 아이를 살리려는 부모를 전과자로 만든다"며 거리로 나섰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규제의 갑질' 때문이었다.

검찰 조사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역설적으로 이 '범법자' 낙인은 꽉 막혀 있던 의료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송곳이 되었다. 김 대표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내가 김미영이다"라는 환우 가족들의 연대 서명이 이어지면서 요지부동이던 행정기관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2026년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췌장 장애' 인정 논의와 최신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의 급여화가 단순히 기술 발전의 산물이 아님을 시사한다. 그것은 시스템의 부작위에 맞서, 자신의 삶을 걸고 질문을 던진 시민들이 쟁취해낸 '입법 투쟁'의 결과물이다.
'췌장 장애' 인정, 투쟁이 만들어낸 제도적 기적
단순히 '의료기기법 위반'이라는 사법적 판단으로 끝날 수 있었던 김미영 대표의 사건이 대한민국 의료 복지 역사의 변곡점이 된 것은, 그가 법정 밖에서 쏘아 올린 '췌장 장애'라는 화두 덕분이었다. 1형 당뇨는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으로 발병하는 2형 당뇨와 달리,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장기 부전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장애 판정 체계는 오랫동안 1형 당뇨를 '내부 장애'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데 인색했다. 신장 투석 환자가 장애로 인정받아 의료비 혜택과 사회적 보호를 받는 것과 달리, 24시간 혈당과 사투를 벌이며 인슐린을 주입해야 하는 1형 당뇨 환자들은 '일반 만성 질환자'로 분류되어 막대한 의료비와 사회적 편견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다.
김 대표의 투쟁은 이 견고한 행정 편의주의에 균열을 냈다. "내 아이를 살리기 위해 범법자가 되었다"는 그의 절규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고수해 온 '규제 중심'의 의료기기 정책을 '환자 중심'으로 대전환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는 2026년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인슐린 펌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라는 가시적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성취는 1형 당뇨를 단순한 질병이 아닌, 사회적 지원이 필수적인 '장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이는 행정기관이 주도한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들이 거리로 나와 쟁취해 낸 '입법 투쟁의 승리'라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가명) 박지훈 씨의 사례는 이 변화가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10년 전 1형 당뇨 판정을 받은 박 씨는 과거 매달 수십만 원에 달하는 연속혈당측정기 센서 비용 부담 때문에 혈당 관리를 포기하다시피 했다. "월급의 3분의 1이 고스란히 기기 값으로 나가는 상황에서 저축은 사치였다"고 회상하는 그는, 제도 개선 이후 본인 부담금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비로소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와 직장에서 '유난 떤다'는 시선을 받던 혈당 관리 행위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필수적인 의료 행위'로 인정받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뒤따랐다. 김미영 대표가 쏘아 올린 공이 박 씨와 같은 수만 명의 환자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선물한 것이다.

"게을러서 걸린 병이 아니다" 여전한 편견의 벽
2026년 1월, 영화 '슈가'가 스크린에 올린 것은 단순한 질병 투쟁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설탕을 많이 먹어서 걸린 병"이라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무지와 편견에 대한 고발이었다. 김미영 대표가 관세법 위반이라는 범법자의 멍에를 쓰고 법정과 국회를 오가며 싸운 끝에 연속혈당측정기 요양비 지원과 학교 보건법 개정이라는 제도적 승리를 쟁취했지만,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 차갑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몰래 주사를 맞고 오겠다고 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가명) 이지은 씨는 여전히 학교 총회 때마다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토로한다. 1형 당뇨는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으로 발병하는 2형 당뇨(성인 당뇨)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아 생존을 위해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해야 하는, 일종의 '췌장 장애'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조차 이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이 씨는 "선생님조차 '아이가 단것을 너무 좋아하나 봐요'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넬 때, 우리 사회가 이 병을 바라보는 시선이 10년 전과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도는 정비되었으나, 인식은 지체 현상을 빚고 있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김미영 대표의 투쟁을 기점으로 1형 당뇨를 중증 난치 질환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사회적 '낙인'은 여전하다. 질병관리청의 통계에 따르면 1형 당뇨 환자의 우울증 발병률이 일반인 대비 2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질병 자체의 고통보다 '사회적 시선'에서 기인한 스트레스로 분석한다.
제2의 김미영은 어디에 있는가: 희귀질환과 관료주의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희귀질환 센터 대기실에서 만난 (가명) 정수민 씨의 가방에는 해외 직구로 구한 고가의 의료기기가 들어있다. 2026년 현재,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지 2년이 넘은 이 웨어러블 모니터링 기기는 한국 식약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 씨는 "김미영 대표님이 길을 열어주셨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 아이에게 필요한 기기를 합법적으로 구하려면 '제2의 김미영'이 되어 범법자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이는 김미영 대표가 쏘아 올린 '자가 연속혈당측정기'라는 작은 공이 거대한 관료주의의 벽에 균열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틈새가 아직 모든 희귀질환 환우들을 품기에는 좁다는 방증이다.
김미영 대표의 투쟁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인 일명 '김미영법(체외진단의료기기법 개정안)'과 1형 당뇨의 '췌장 장애' 인정 논의는 분명 한국 의료 시스템의 진일보다. 과거 질병 자체의 관리보다 행정 처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던 환우들에게, 장애 인정은 단순한 복지 혜택을 넘어선 '사회적 시민권'의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1형 당뇨 환자의 장애 인정 확대 이후 의료비 본인 부담률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이는 가계 경제의 파탄을 막는 실질적인 안전망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절박하다. 2026년의 의료 행정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규제 지체(Regulatory Lag)' 현상을 겪고 있다. (가명) 이도현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환자 단체가 거리로 나와 투쟁하고, 누군가 기소 당할 위기에 처해야만 제도가 바뀌는 '사후약방문' 식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데이터로 보는 만성질환 관리의 미래와 알고리즘의 역할
김미영 대표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단순히 혈당 측정기라는 하드웨어의 번역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환자 몸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생체 데이터가 누구의 것이며, 이를 해석하고 처방에 반영하는 알고리즘의 권한을 누가 가질 것인가에 대한 거대한 담론의 서막이었다. 2026년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만성질환 관리의 패러다임 변화는 '치료(Cure)'에서 '데이터 기반의 예측(Prediction)'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과거 1형 당뇨 환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확인하고, 직감과 경험에 의존해 인슐린 양을 조절해야 했다. 이는 '인간의 오류'가 개입할 여지가 큰 영역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도입하려 했던 오픈소스 인공췌장 시스템(OpenAPS)의 정신은 오늘날 초개인화된 AI 헬스케어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2026년의 의료 AI는 연속혈당측정기(CGM)가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환자의 식습관, 활동량, 스트레스 지수까지 통합하여 향후 30분 뒤의 혈당 스파이크를 예측한다. 알고리즘이 췌장의 역할을 대행하는 '디지털 장기(Digital Organ)'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의 2025년 보고서와 글로벌 헬스케어 분석 기관들이 제시한 데이터는 이러한 기술적 개입이 가져온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AI 알고리즘 기반의 자동 인슐린 주입 시스템을 사용하는 환자군은 기존 방식대로 관리하는 환자군에 비해 '적정 혈당 유지 시간(TIR, Time In Range)'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AI 알고리즘 도입에 따른 1형 당뇨 환자 적정 혈당 유지 시간(TIR) 변화 (2025)
위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AI 시스템을 도입한 경우 적정 혈당 유지 비율(TIR)은 58%에서 84%로 급증했으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저혈당 발생률(Hypo)은 12%에서 2%로 급감했다. 이는 데이터 기술이 단순한 편의를 넘어 환자의 생존율과 직결된 안전망임을 통계적으로 입증한다.
결국 김미영 대표의 사례가 2026년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정한 혁신은 첨단 기술의 도입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닿을 수 있도록 '시스템의 혈관'을 뚫어주는 것이다. 엄마의 사랑으로 시작된 데이터 투쟁은 이제 국가가 답해야 할 의료 복지의 의제로 확장되었다. 알고리즘은 췌장을 대신할 수 있지만, 환자를 살리는 것은 결국 유연한 행정과 사회적 연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