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디에고 가르시아 뒤집기: 2026년 동맹에 던진 '안보 청구서'

2026년 1월 말, 런던의 외무부(FCDO) 청사는 찬물을 끼얹은 듯한 침묵에 휩싸였습니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 노동당 정부와 모리셔스 간의 '차고스 제도 반환 협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경이 아니었습니다. 불과 8개월 전인 2025년 5월,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직접 지지 의사를 밝혔던 합의를 스스로 뒤집는 전례 없는 외교적 파열음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 합의를 "멍청한 거래(Stupid deal)"로 규정하며, "중국에게 우리의 전략적 자산을 넘겨주는 짓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런던 정가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결을 존중하고 식민지 유산을 청산한다는 명분 아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의 99년 장기 임대권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모리셔스에 주권을 이양하기로 합의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2.0' 시대의 논리는 달랐습니다. 안보가 최우선인 그에게,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모리셔스에 전략 요충지의 소유권을 넘기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안보 자살행위'로 규정된 것입니다.

런던 현지 금융계 종사자인 김서연 씨(가명)는 "BBC 뉴스 속보로 트럼프의 발언이 전해지자 사무실 내 영국인 동료들이 '약속이 1년도 안 돼 휴지 조각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사설을 통해 이번 사태를 "동맹의 신뢰가 포퓰리즘의 파도 앞에 휩쓸려 나간 사건"이라며, "이미 서명된 조약조차 트럼프라는 거대한 불확실성 앞에서는 안전하지 않음이 증명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부동산 재벌의 세계관: 인도양의 요충지와 그린란드 매입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계 지도는 신성 불가침의 국경선이 아니라, 언제든 '조닝(Zoning, 용도지역지구)' 변경이 가능한 거대한 부동산 개발 도면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2.0 행정부가 영국과 모리셔스 간의 차고스 제도 주권 이양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하려는 움직임은 단순한 안보 우려를 넘어, 철저히 '부동산 개발업자(Developer)'의 셈법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는 주권 이양을 "프라임 입지의 자산을 헐값에 넘기는 실패한 계약"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뒤집기가 트럼프의 해묵은 숙원인 '그린란드 매입' 재추진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가진 땅(디에고 가르시아)도 지키지 못하면서 새로운 땅(그린란드)을 어떻게 사느냐"는 논리를 역으로 이용해,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키는 강한 미국'을 보여준 뒤 북극권 확장에 나서겠다는 포석입니다. 여의도의 한 원자재 전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인 이정훈 씨(가명)는 "시장에선 트럼프의 디에고 가르시아 사수 의지를 보며 희토류 관련주와 방산주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전 세계 전략 자산을 재평가(Re-valuation)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습니다.
북극권 주요 지역 희토류(REE) 매장량 추정치 비교 (2025 기준)
위 데이터가 보여주듯, 그린란드의 잠재적 가치는 미국의 기존 광산을 압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부동산을 사는 나리지 파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디에고 가르시아 이양 합의를 비판한 것은, 결국 이러한 '자원 부동산' 확보를 위한 대외적 선전포고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는 동맹국들에게 섬뜩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미국의 안보 공약이 '가치 동맹'이 아니라, 철저한 '임대차 계약' 관계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맹의 딜레마: 루비오의 변심과 훼손된 신뢰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입니다. 2025년 5월 당시 국무부는 이 합의에 대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기지 운영을 보장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불과 8개월 만에 입장은 180도 선회했습니다. 루비오 장관의 침묵과 동조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일관성'보다 '대통령의 의중'이 절대적 기준임을 보여줍니다. 그가 과거 우려했던 것이 순수한 안보 공백이었다면, 현재 그가 묵인하고 있는 것은 '행정부가 바뀐 것도 아닌데 합의가 뒤집힐 수 있다'는 외교적 신뢰의 붕괴입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노동당 정부는 국제법 준수와 식민지 유산 청산이라는 명분, 그리고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실리를 모두 챙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백악관의 변심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런던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외교적 모욕"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지만, 스타머 총리가 낼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디에고 가르시아 반환을 막아서는 명분은 표면적으로는 안보지만, 이면에는 영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불신과 '방위비 분담'에 대한 압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남의 일이 아니다: 방위비 협상을 앞둔 한국의 공포
인도양의 작은 섬, 디에고 가르시아에서 들려오는 파열음은 단순히 영국과 모리셔스 간의 영토 분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서울 여의도의 외교가와 광화문의 관가, 그리고 평택의 미군기지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 이 사건은 서늘한 '예고편'과도 같습니다. 미국이 가장 가까운 우방인 영국(Five Eyes)과의, 그것도 자국 행정부가 지지했던 합의조차 번복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약속이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갑질' 패턴이 한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테이블에 그대로 투영될 가능성입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 칭하며, 바이든 행정부 시절 합의된 분담금 규모를 획기적으로 상향 조정하거나 아예 판을 깰 수 있음을 여러 차례 암시해왔습니다.
국방연구원에서 20년 가까이 한미 안보 정책을 분석해 온 박상현 연구위원(가명)은 최근의 분위기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디에고 가르시아 사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존 합의'란 언제든 재협상 가능한 '오프닝 비드(Opening Bid, 경매 시작가)'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한국과의 방위비 협정 역시 언제든 재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결론: 예측 불가능성을 상수로 둔 생존 전략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둘러싼 혼란은 트럼프 2.0 시대의 국제 질서가 '규범'이 아닌 철저한 '거래'와 '힘'에 의해 재편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여의도 정가와 외교가는 이번 사태를 한미 동맹의 '불변성'에 대한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했듯, 트럼프 2.0 시대의 동맹은 '구독 경제' 모델로 전환되었습니다. 매달, 매년 효용을 증명하지 못하면 언제든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는 냉정한 비즈니스 관계인 셈입니다.
결국 생존법은 '전략적 자율성' 확보와 '등가 교환'의 원칙 확립에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이만큼 투자했다'는 식의 호혜적 접근은 트럼프 행정부에게 약한 고리로 비칠 뿐입니다.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미국이 한국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족쇄를 채우는 것. 그것이 국제법도, 우방의 신의도 헌신짝처럼 버려질 수 있는 2026년, 디에고 가르시아의 파도 너머로 우리가 읽어야 할 유일한 생존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