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통행세': 국제 해양 질서의 균열과 공급망 위기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통행세': 국제 해양 질서의 균열과 공급망 위기
에너지 동맥을 가로막는 200만 달러의 장벽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핵심 축인 호르무즈 해협에 경제적 장벽이 세워질 수 있다는 미확인 첩보가 전해졌다. 이란 해사당국이 해협을 통과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한 척당 200만 달러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원유 시장 관계자들은 해당 정보의 진위 파악에 나섰다. 20만 톤 이상의 원유를 적재하는 VLCC의 운송 비용 상승은 현실화될 경우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시장은 관련 보도의 진위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정보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00.45달러를 기록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현재 실제 국제 유가는 중동 평화 정착 기조에 힘입어 전반적인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부과설은 아직 시장 전반의 수급 체계나 가격 지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않은 초기 단계의 첩보로 분석된다.
지정학적 포석과 비대칭 보복 전략
이란의 통행료 카드는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선 치밀한 지정학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와 에너지 패권 장악 시도에 맞서 해협 지배력을 실질적인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금융과 기술을 통해 압박을 지속할 경우, 이란은 물리적 통로에 비용을 매겨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고통을 분담시키는 비대칭적 보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조치에 대한 논의는 해협의 실질적 지배력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통행료 징수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호르무즈 해협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해가 아닌, 자국 영향력 하의 '관리 구역'으로 규정하려 한다는 평가다. 경제적 수익이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이번 전략은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고도의 경제전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제 해양법과 '무해통항'의 원칙
국제 해양 질서의 근간인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은 이란의 주장에 명확한 법적 제동을 건다. 협약 제26조에 따르면, 연안국은 외국 선박의 영해 통과를 이유로 통행료나 부과금을 징수할 수 없다. 이는 타국의 영해일지라도 연안국의 평화나 안녕을 해치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는 '무해통항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오직 도선이나 예인과 같이 실질적인 서비스가 제공된 경우에만 차별 없이 실비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자연 해협인 호르무즈는 인공 운하인 수에즈나 파나마와는 법적 성격이 판이하다. 막대한 건설·유지비가 투입된 인공 운하는 운영 주체의 이용료 징수권이 인정되지만, 국제 항로에서 통행료를 받는 행위는 수세기 동안 이어진 국제 관습법상의 '항행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법리적으로 볼 때 이란의 제안은 국제법적 근거가 희박한 조치로 평가받는다.
항행의 자유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국가 안보의 핵심 원칙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정책 기조 속에서도 글로벌 무역로의 안전과 자유로운 통행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으로 간주된다. 만약 이란이 실제 통행료 징수를 위해 선박을 나포하거나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할 경우, 이는 즉각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이란은 해협 내 시설 유지와 보안 비용을 근거로 실질적 영해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법적 원칙과 연안국의 주권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법리적 논쟁은 언제든 물리적 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안보라는 실질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대립 가능성은 국제 해양 질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통행료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정유업계와 소비자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척당 2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배럴당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주유소 기름값과 석유화학 제품 전반의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에너지 길목의 비용 상승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호르무즈 해협의 비용 상승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 유가 불안 우려가 현실화되어 제조원가가 상승할 경우 수출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서민 경제의 물가 안정세부터 기간산업의 생산 라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쇄 반응의 시작점이 될 수 있어, 정부와 업계의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
Sources & References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 - Article 26
United Nations • Accessed 2026-04-10
무해통항권(Innocent Passage) 행사 시 연안국은 선박의 통과 자체에 대해 어떠한 통행료나 부과금을 징수할 수 없음을 명시함.
View OriginalStrait of Hormuz Toll (Proposed): $2,000,000 per VLCC
Iranian Maritime Authority (Reported) • Accessed 2026-04-10
Strait of Hormuz Toll (Proposed) recorded at $2,000,000 per VLCC (2026)
View OriginalGlobal Oil Transit via Hormuz: 21 million barrels per day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 • Accessed 2026-04-10
Global Oil Transit via Hormuz recorded at 21 million barrels per day (2026)
View OriginalWTI Crude Price (Intraday): $100.45
NYMEX • Accessed 2026-04-10
WTI Crude Price (Intraday) recorded at $100.45 (2026)
View OriginalDavid Albright, President
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 • Accessed 2026-04-10
이란의 통행료 부과는 단순한 경제적 수익 목적을 넘어, 미국의 제재에 대한 비대칭적 보복이자 해협의 실질적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다. [URL unavailable]
이정호, 국제법 교수
서울대학교 • Accessed 2026-04-10
인공 운하인 수에즈나 파나마와 달리 자연 해협인 호르무즈에서의 통행료 징수는 국제 관습법상 항행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URL unavail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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