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10년과 반복되는 산업 재해: ‘2인 1조’ 의무화가 넘지 못한 비용의 벽

멈춰버린 시계와 반복되는 구조적 결함
서울지하철 구의역 승강장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참사를 당한 지 10년이 흘렀다. 안전한 노동 환경 구축을 향한 사회적 합의가 이어졌음에도, 산업 현장의 위험은 여전히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양상이다. 과거 사고 이후 수많은 대책이 발표되었으나 실무 현장에서는 단독 작업이라는 위험한 관행이 반복되며 유사한 비극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 울산 조선소에서 발생한 잠수함 화재 사고는 10년 전의 비극이 첨단 산업 현장에서도 재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극도로 협소한 잠수함 내부 특성상 즉각적인 대피와 구조가 생존의 관건이지만, 현장 안전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러한 안전 수칙 미비는 단순한 인명 피해를 넘어 공정 지연과 보험료 인상, 공급망 신뢰도 하락 등 운영 비용의 막대한 증가로 이어진다.
안전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위험을 구조적 하부로 밀어내는 관행은 지난 10년간 견고하게 유지됐다. 구의역 참사 당시 제기되었던 '작업자가 왜 혼자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오늘날 조선소와 건설 현장에서도 유효하다. 이는 특정 업종의 문제를 넘어 산업계 전반에 뿌리 깊게 박힌 구조적 결함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밀폐 공간의 고립과 안전망의 부재
선박 내부 화재 사고는 밀폐 공간 작업이 지닌 전형적인 위험성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창정비를 위해 입고된 잠수함 내부의 좁고 어두운 격실은 화재 시 연기와 화염이 순식간에 차오르는 치명적인 장소다. 당시 함내에는 다수 인원이 작업 중이었으나, 지하 격실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만이 고립되어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고위험 밀폐 공간 작업의 핵심 수칙인 '2인 1조' 원칙과 감시인 배치가 형식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고 전파가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에도 작업자는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 없이 방치됐다. 인근에서 위험을 감시하고 즉각 대처할 동료가 있었다면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확보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사고 후 대응 과정에서도 체계적 안전 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 비상 상황에서 소화수 살포 방식이나 인력 투입 과정의 혼란은 평상시 안전 수칙 미준수가 위기 상황에서 더 큰 위험으로 증폭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운영 실패는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담보로 한 무리한 작업 진행이 시스템 붕괴를 가져오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위험의 외주화와 전가된 사회적 책임
산업 현장 중대재해 통계는 '위험의 외주화'가 실질적 위협임을 입증한다. 주요 산업 도시의 산재 사망자 중 상당수가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사실은 기업이 수익은 독점하면서 사고 위험이 높은 공정은 외부로 전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핵심 공정의 외주화는 안전 관리 책임을 희석시키고 가장 취약한 지점에 위험을 누적시킨다.
하청 노동자가 처한 환경은 원청 노동자와 비교해 안전 교육 및 보호 장구 지급 체계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고위험 작업이 하청업체에 맡겨지는 과정에서 감시인 배치나 2인 1조 구성을 위한 인건비는 비용 절감의 1순위 대상으로 전락한다. 결국 낮은 단가로 수주한 작업은 노동자의 생명 안전과 맞바꾸는 위험한 거래가 된다.
이러한 구조는 사고 발생 시 원청 기업이 하청업체의 관리 미흡을 명분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위험은 아래로 넘기되 수익은 위로 흐르는 구조 속에서 안전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고용 형태에 따라 생명의 가치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제도적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규제 완화 기조 속의 입법적 표류
노동계는 고위험 작업 시 2인 1조 원칙을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해 법적 구속력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많은 현장에서 이 원칙은 강제 조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나 기업 자율 지침에 머물러 있다. 법적 강제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공기 단축이나 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이 원칙을 가장 먼저 생략하는 경향을 보인다.
제도적 미비는 현장의 안전 불감증을 심화시키는 토양이 된다. 구의역 참사 이후 수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경영계의 비용 부담 논리와 규제 완화 기조에 밀려 결실을 보지 못했다. 특히 2026년 현재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규제 철폐 움직임이 국내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기업 활동 지원을 명분으로 한 안전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은 입법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든다.
사고 시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2인 1조 의무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법적 장치다. 산업안전보건법의 본질이 노동자의 생명 보호에 있다면, 최우선적으로 고립 작업군의 공간적 안전망 확보가 제도적 과제로 부상해야 한다. 법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멈춰 서 있는 동안 노동자들은 각자도생의 위험 속으로 홀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효율성 알고리즘을 넘어서는 생명의 원칙
기업 경영 관점에서 안전 관리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장부상 손실로 인식될 수 있다. 특히 고립 공간에서 작업 감시인을 두는 행위는 투입 대비 산출 효율을 낮추는 변수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비용 중심 논리가 생명의 가치를 압도할 때, 기업은 사회적 신뢰를 잃고 회복 불가능한 인적 자산 상실이라는 거대한 비용을 치르게 된다.
안전을 비용이 아닌 시스템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투자로 재정의하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현장의 구조적 위험을 방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회복 탄력성을 훼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용의 논리를 생명의 원칙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결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고 무마에 급급한 사후 대응 대신, 구조적 원인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정부와 입법 기관의 역할 역시 단순 사후 감독에 그쳐선 안 된다. 현장 안전 수칙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2인 1조 의무화와 같은 핵심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비용의 논리가 노동자의 생명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법과 제도가 견고한 방파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10년 전 구의역에서 멈춰 선 시계는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비용 최적화 알고리즘의 관점에서 2인 1조 작업은 대기 비용을 발생시키는 비효율적 변수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사고 시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과 인명 가치를 배제한 단기적 수치에 불과하다. 산업 도시 사망자 중 하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은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설계된 외주화 구조가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시키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안전을 생략한 효율은 전체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하는 결함 있는 논리일 뿐이다.
Sources & References
요약: 노조가 밀폐공간 작업에서 `2인1조`·감시 배치 등 기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내용을 전합니다.
연합뉴스 • Accessed 2026-04-21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최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해군 잠수함 화재 사망사고는 안전체계 부실로 발생한 인재라며 사측과 고용노동부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또 "회사는 사고 무마에 급급해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가 있음에도 소화수를 뿌려 폭발 위험을 증대시켰고, 무리하게 현장 노동자를 투입해 1명이 다치는 2차 사고가 발생했다"며 "무리한 사고 대응으로 몇 차례 폭발이 일어나는 등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상황이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선소 현장에 맞는 밀폐공간 정의, 밀폐공간 안전보건 관리 방안 개선, 작업장 내 화재 발생 시 대응 체계 개선, 배터리 충전 관련 위험 대책 마련 등을 HD현대중공업에 요구했다.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View Original최근 7일(2026년 4월 14일~4월 21일) 기준으로, 요청하신 기사와 동일/유사 주제(구의역 10년, `2인1조` 안전수칙, 위험의 외주화)로 확인된 주요 언론 보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한겨레 • Accessed 2026-04-21
본문 사설.칼럼 왜냐면 구의역 참사 10년…‘2인1조 의무화’로 비극 멈춰야 [왜냐면] 수정 2026-04-21 07:34 펼침 기사를 읽어드립니다 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 audio element. 0:00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군 8주기였던 2024년 5월28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 김군을 추모하는 메모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광고 김정섭 |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 오는 5월29일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무거운 책임감과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일터로 출근했던 수많은 노동자가 끝내 퇴근하지 못하고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이 오늘날까지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참혹한 죽음의 이름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View Original요약: 구의역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고위험 작업 `2인1조` 의무화를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을 담은 칼럼입니다.
경향신문 • Accessed 2026-04-21
HD현대중 노조 “잠수함 화재 때 2인1조 작업 규정 안 지켜져” 2026.04.14 20:39 입력 2026.04.14 20:40 수정 김준용 기자 --> “하청 노동자에 위험 전가” 진상 규명 요구…산재 사망 노동자 발인식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지난 9일 발생한 잠수함 화재로 숨진 노동자의 발인식이 열렸다. 노조는 작업 당시 ‘2인1조’ 규정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울산대병원 장례식장에서 14일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소속 이모씨(67)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유가족과 일가 친척 등 3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배웅했다. 이씨는 지난 9일 오후 1시58분쯤 창정비를 위해 울산조선소에 입고된 해군 214급 잠수함인 ‘홍범도함’ 내부를 청소하던 중 함내에서 발생한 화재로 변을 당했다. 화재 당시 함내에 47명이 작업 중이었는데, 잠수함 지하 공간에서 일하던 이씨만 탈출하지 못했다.
View Original요약: 잠수함 화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노조가 `2인1조` 미준수와 하청 구조 문제를 제기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한 기사입니다.
경향신문 • Accessed 2026-04-14
울산 해군 잠수함 화재 합동감식을 위해 14일 오전 고용노동부 관계 차량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정문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잠수함 화재로 숨진 노동자의 발인식이 열렸다. 노조는 작업 당시 ‘2인 1조’ 작업 규정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14일 오전 울산대병원 장례식장에서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소속 60대 작업자 이모(67) 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발인식에는 유가족과 일가 친척 등 3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배웅했다. 이씨는 지난 9일 1시 58분쯤 창정비를 위해 울산조선소에 입고된 해군 214급 잠수함인 ‘홍범도함’ 내부를 청소하던 중 함내 발생한 화재로 변을 당했다. 화재 당시 함내에 47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이었는데, 잠수함 지하 공간에서 작업하던 이씨만 탈출하지 못했다.
View Original요약: 금속노조가 해당 사고를 인재로 규정하며 `2인1조` 작업 미준수 등 안전체계 부실을 비판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한 기사입니다.
co • Accessed 2026-04-15
[앵커] 잠수함 내부 밀폐 구역에서 작업하던 하청 노동자가 화재 사고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또 발생했습니다. 울산의 중대재해 사망자 3명 중 2명이 하청 소속일 만큼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심각합니다. JCN 울산중앙방송 라경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9일 발생한 HD현대중공업 잠수함 화재 사고. 화재 당시 청소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소속 60대 여성 A 씨가 고립됐고, 화재 발생 33시간 만에 끝내 숨진 채 수습됐습니다. [김형수 / HD현대중공업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 재해자가 발견된 곳은 잠수함 내부에서도 고위험 밀폐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감시자가 배치되지 않았다는 점은 좁고 폐쇄적인 잠수함 내부의 위험성을 간과한 총체적 안전 관리 부실이….] 사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안전 관리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울산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는 35명.
View Original요약: 하청노동자 사망사고를 계기로 밀폐구역 감시·안전수칙 부재 등 구조적 문제를 짚은 리포트입니다.
daum • Accessed 2026-04-19
HD현대중 잠수함 화재 합동감식… ‘2인 1조’ 쟁점 오상민 2026. 4. 14. 16:43 음성으로 듣기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남성 여성 느림 보통 빠름 음성 재생하기 닫기 음성 재생 중지 번역 설정 번역 beta Translated by kaka i 한국어 - English 영어 日本語 일본어 简体中文 중국어 Nederlands 네델란드어 Deutsch 독일어 Русский 러시아어 Malaysia 말레이시아어 বাঙ্গোল ভাষা 벵골어 tiếng Việt 베트남어 Español 스페인어 اللغة العربية 아랍어 Italiano 이탈리아어 bahasa Indonesia 인도네시아어 ภาษาไทย 태국어 Türkçe 튀르키에어 Português 포르투갈어 Français 프랑스어 हिन्दी 힌디어 닫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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